초원으로 가는 길

울퉁불퉁하고 아름다운 길

by Blank

1년 만에 다시 찾은 몽골은 어제 만난 듯 변함없이 평온했다.

구름이 얕게 드리운 초원은 수수한 꽃으로 나름 치장을 했다.


이번 몽골은 비와 함께한 여행이었다. 4박5일 일정동안 구름이 초원 위를 떠나지 않았고, 심심찮게 비를 뿌려댔다. 보름달까지 함께한 밤하늘은 별자리 하나 보여주지 않았지만, 물을 머금은 초원은 그 푸르름을 더했다. 아쉬움은 다음 여행으로 미루는 수 밖에.


언덕 위에서 어기호수를 만나다


올해, 몽골의 21개의 아이막을 연결하는 도로가 모두 완공되었다고 한다. 왕복 2차선의 좁은 도로지만 몽골도 한 해가 다르게 발전하고 달라지고 있다. 도로가 완비되어 이제 어느 아이막으로도 여행을 떠나기에 편해졌다고 하니 아쉬움도 있지만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여행에서 만나는 길은 잘 닦인 포장도로가 아니라 초원 위를 지나는 거칠고 울퉁불퉁한 길이다. 이정표도 없고 주변에 건물도 하나 없지만 우리를 태운 버스는 한참을 달리다가 어느샌가 목적지에 다다른다. 그저 누군가 먼저 지나간 자리를 따라 갔더니 게르가 있고 호수가 그 곳에 있다.


얕은 갈림길


가다가 길을 잃어버리거나 모르면 주변 유목민에게 묻게 되는데, 주의할 점은 몽골의 초원엔 아무런 표식이 없기에 갈림길이 나오면 굉장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갈림길이 너무 좁고 풀밭에 가려 보이지 않아 모르고 지나쳐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깊게 패일수록 깊은 강이 될까?


울퉁불퉁하고 버스를 춤추게 만드는 초원 위의 길이 아름다운건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이 길 위로 비가 내리고 물이 차면 새로운 강이 되는데 있다. 내가 지나간 길은 사진에는 남아 있어도 다음에 다시 그 곳을 찾았을 때는 없다. 아니 애초에 같은 곳을 찾을 수는 있을까? 우연의 일치로 지나간다 하여도 아마 알아보지 못할 것 같다. 이미 그 곳은 물이 흐르고 있어 다른 곳으로 길이 나 있을 테니까.


사막에도 지나간 흔적이 남는다


사막 위에도 차가 지나간 흔적이 보였다. 바람이 한번 세게 불면 사라져 버리겠지만, 길은 길이다.



이번 여행에도 멋진 기사님과 귀여운 노란 버스가 함께했다. 에어컨도 나오지 않고 엉덩이를 들썩이게 만드는 차지만, 괜찮다. 초원 위에 놓인 길을 즐기기에는 충분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