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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있는 경주까지 오토바이를 타고 갈 거에요

by B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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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릴게요.

부산에서 <나락서점>을 운영하는 이마음이라고 합니다.




서점치고는 이름이 독특해요 어떤 의미 인가요?

나락으로 떨어진 것 같을 때, 책에서 위로를 얻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름을 지었어요.




서점을 운영하기 전에는 회사 생활을 한 걸로 알고 있어요.

NGO에서 5년 간 근무했어요. 간단히 설명하자면, 모금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업무였는데요. 일은 좋았지만 상사와의 관계가 늘 힘들었어요. 결정적으로는 제가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기에 힘든 환경이라는 판단을 내려서 퇴사하게 됐습니다.


다만 회사생활동안 얻은 것은 많아요. 모금 일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거절을 받는 일인데요. 그때 수많은 거절의 경험치가 지금의 저를 단단하게 만들어준 것 같아요.




현재 운영 중인 <나락서점>에서의 업무도 소개해주세요.

짧게 말하자면 책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일이죠. 저희는 독립 출판물 비율이 높은 편이에요. 독립 출판 서적만 대략 500여 종이니까요. 입고된 책 관리가 우선순위이지만 작가님들이나 출판사와 계약을 맺기도 해요. 가끔 도서관에 대량 납품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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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 납품은 학교나 도서관에 납품하는 건가요?

공공도서관은 지역 서점 도서 구매가 우선시 되거든요. 예를 들어 부산 남구 도서관은 남구에 위치한 서점에서 책을 구매해야 하는 거예요. 공공도서관 측으로 구매 요청을 받거나 입찰을 통해 납품을 진행하죠. 서점 운영에 단단한 기반도 되고 좋은 책을 더 많은 이들에게 소개할 수도 있어서 윈윈이라고 생각해요.




부산이 고향인가요?

대학을 부산에서 나왔지만 고향은 경주예요. 부산, 경주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대전까지 슬금슬금 올라갔어요(웃음). 서울에서도 한 번 살아보자는 생각에 1년 정도 지내면서 독립서점을 자주 방문했어요.


독립 서점에는 주제가 뾰족한 책들이 많다 보니, 저를 닮은 책에서 위로를 많이 받을 수 있었어요. 점차 '나도 이런 서점을 운영하고 싶다.'라는 꿈을 갖게 됐죠.




서점 운영을 위해 조언을 구하기도 했겠네요.

독립 서점에 자주 갔지만 조언을 구하지는 않았어요. 당장 실현하겠다는 생각은 없었거든요. 오히려 부산에 와서,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물어보기 시작했어요. 전포에 있던 <북그러움>도 자주 찾았고 중구에 있는 <문우당> 대표님의 조언이 이곳을 여는 데에 큰 도움이 됐죠.




독립 서점을 지속하는 일 쉽지 않잖아요.

서점 운영을 멈추는 건 퇴사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노력할 마음이 더 이상 들지 않을 때 회사를 그만두는 것처럼요. 독립 서점의 경제적 여건은 어디나 비슷할 거예요. 그러나 이에 심적인 상황까지 힘들어지면 운영을 그만두는 거죠.




서점 운영을 위해 다른 일을 하는 분도 계신가요?

부산에 있는 서점 사장님들을 만나 서점 운영과 부업 사이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투잡이나 쓰리잡 하시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저도 서점 초창기 3개월은 오전에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실내 운전 연습장에서 운전도 알려주고 블로그 홍보글도 작성했죠. 그런데 점점 체력이 달리고 허리도 안 좋아져서 그만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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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락서점>에서 어떤 책을 소개하고 있나요?

주로 독립 출판물을 소개해요. 의외로 일반 단행본을 소개하는 데에 좀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요. 저희가 아무리 소개를 잘한다 해도, 어디서든 구매할 수 있으니까요. 반면 독립 출판물은 입고된 서점이 많지 않기 때문에 저희를 통해 구매할 확률이 높고요.


책을 입고하기 위해서, 초기에는 제가 먼저 요청하는 편이었어요. 지금은 요청을 받고 있고요(웃음). 입고 요청 메일 소개글에 꽂히는 좋은 문장이 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특이하고 뾰족한 주제가 있다면 입고하는 편이에요.




책을 구매한 손님이 후기를 남기기도 하나요?

재방문해서 소개받은 책 잘 읽었다고 하시거나, 다른 책도 소개해달라고 하세요. DM으로 메시지를 남겨주시기도 하고요.




감사한 분들이네요. 모두가 소중한 분이지만 그중에서 더욱 기억에 남은 손님이 있겠죠?

음악 CD 수집을 하던 친구가 생각나요. 그런데 집에 CD플레이어가 없다고 했어요(웃음). 그래서 CD를 이곳에 가져와서 플레이리스트처럼 틀곤 했어요. 당시에는 취준생이었는데 여기서 음악도 듣고 공부도 하다가 돌아가곤 했죠.


원래는 대학에서 토목을 전공했다고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은 좋아하는 일을 해야겠다며 서울로 갔어요. 지금은 음반회사에서 일하고 있고요. 당시에는 서점이 지하에 있어서 혼자 있는 게 무섭기도 했는데, 한편으로 그 친구 덕분에 든든하고 덜 심심해서 좋았어요(웃음). 지금도 부산 올 때면 한 번씩 서점에 놀러 와요. 이병률 시인 북토크 때는 어머니와 함께 오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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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뿐만 아니라,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잖아요.

정말 많은 행사를 진행했지만, 아무래도 맨 처음 진행했던 북토크가 가장 기억에 남아있어요. 연정 작가님과 함께였는데요. 저도 작가님도 처음이라 뚝딱거렸거든요(웃음).


부산 한 소품샵에서 작가님 책을 우연히 발견했고 그 속에서 큰 위로를 받았어요. '내가 서점을 연다면 이 책은 꼭 입고하고 싶다.'라는 생각도 했고요. 실제로 에 책이 입고 됐는데, 서점으로써는 저희가 첫 입고처였어요. 이후 작가님 책을 출판사에 소개하면서, 계약까지 이어지기도 했죠. 이런 과정을 통해 작가님과 더욱 가까워졌어요. 심지어 저희 같은 동네에 살아서 커피도 자주 마시고 종종 서점을 봐주실 때도 있어요(웃음).




책을 직접 출판도 했잖아요.

<나락서점>을 열기 전에 다양한 모임에 참석했는데, 그때 김지현 작가님이 운영하던 '독립 출판 책 만들기'라는 모임을 통해 큰 동기부여를 얻고 출판하게 됐죠. 처음에는 300권만 제작했는데 이곳저곳 입고되면서 출판사와 계약까지 하게 됐어요.


저는 웬만하면 경험을 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출판도 그랬어요. 한 번 해보고 별로면 안 하면 되니까요. 지금은 경주에 대한 이야기를 기획 중이에요. 제 고향이기도 하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엄마랑 지내는 시간이 길어졌거든요. 뭔가 그런 이야기를 경주를 통해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동력을 더하기 위해 키보드도 새로 구매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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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는 거들뿐> 독자들에게 책 한 권을 추천한다면요?

린틴틴에서 나온 <슈퍼커브생활> 이요. 단순한 질문에 다양한 답이 실려서 재미있게 읽었어요. 게다가 모두가 커브를 타지만 같은 커브가 하나도 없는 것도 신기했고요. 인터뷰 책을 좋아하는 편인데, 한 명을 밀도 있게 하는 방법 외에 이런 식도 괜찮다는 생각도 했어요.




SNS에서 남편분 이야기를 종종 확인할 수 있는데요. <나락서점>을 함께 운영하는 건가요?

아니요. 남편은 서점 <알리딘>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쉬는 날이나 행사가 있을 때 저를 돕고 있죠(웃음).




나락, 알라딘. 상반되는 이미지 인데요. 남편분이 함께 해주시니 든든하겠어요.

그럼요. 혼자 행사를 준비하면 정신없거든요. 행사 중에 갑자기 결제해야 할 때도 있고, 작가님 요청에 응해야 하기도 하고요. 제가 누군가를 고용할 형편은 아니라 남편의 봉사에 참 감사해요. 금요일과 토요일이 남편의 휴무인데, 그래서 보통 행사를 그때 잡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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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락서점>을 운영하는 가장 큰 에너지, 보람은 무엇인가요?

좋은 책을 발견하고 소개하는 일 자체가 저에게 보람이지만, 아무래도 직접적으로 느낄 때는 북토크 하는 날이에요. 독자분들뿐만 아니라 작가님 눈도 반짝거리거든요. 이런 장면을 목격하면서 책을 소개하는 제 업무를 다시 생각하곤 해요.




장기적인 목표나 계획이 있을까요?

미래를 걱정하며 불안해하던 때가 있었는데, '어차피 잘 안 풀리면 망하는 것밖에 더 있겠냐.'라는 말을 듣고 계획을 세우지 않기로 했어요. 지금은 너무 멀리, 깊게 생각하지 않고 하루하루 열심히 해내는 게 목표이자 계획이에요.




서점 대표님의 일상은 어떤지 궁금한데요.

특별할 건 없어요. 아침 10시쯤 기상해서 식사를 간단히 하고 수영을 다녀온 후에 서점으로 출근하는 거죠. 영업시간이 끝나면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에 돌아와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요. 저녁 식사는 되도록 남편과 함께 하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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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을 오래 하신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과 블로그에서 관련 포스팅을 본 기억이 있거든요.

올해로 3년 째에요. 같이 다니는 수영장 언니들은 저보고 호텔 수영 한다고 놀려요(웃음). 오토바이를 타면서 근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은 헬스도 다니고 있어요. 지금 타는 몽키 무게가 100kg 정도인데, 이보다 더 무거워지면 제가 컨트롤할 수 없겠더라고요. 몸을 만들어서 체력도 기르고 더 큰 오토바이도 타보고 싶거든요.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잖아요. 제가 마음님을 알게 된 창구이기도 하고요.

오토바이가 이유였어요. 갑자기 큰돈을 지출한 터라 뭐라도 해야겠더라고요(웃음). 신문방송학과를 전공한 터라 예전부터 많은 영상을 제작했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영상으로 기록해 두면,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저의 한 부분을 되돌아볼 수도 있고요. 원래 다큐멘터리 쪽에서 일하고 싶었는데요. 대학교 졸업하고는 인도로 해외 봉사를 다녀오기도 했어요. 거기도 남편도 만났죠(웃음).




봉사지역을 인도로 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제가 선택한 건 아니었어요. 원하던 곳은 파라과이의 방송국이었지만, 담당자님이 제가 인도와 맞을 것 같다며 저를 인도로 보냈어요(웃음). 지금 생각해 보면 인도로 가길 잘한 것 같아요. 오토바이를 타게 된 계기가 시작되기도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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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계기인지 궁금한데요.

저도 제가 오토바이를 타게 될 줄 몰랐어요(웃음). 머플러 소리를 정말 싫어했거든요. 그런데 인도에서 로얄엔필드 불렛을 만난 거죠. 둥둥둥하는 베이스톤의 배기음이 듣기 좋아서 텐덤도 해봤어요. 그때 '나중에 내가 직접 운전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처음 했죠.


보셔서 아시겠지만 서점이 주택가에 위치한 터라 주차할 곳이 마땅치가 않아요. 차로 출퇴근하면 주차는 커녕, 불법주차 차량이 서점을 떡하니 막고 있으니까요. 우선 불법주차라도 막자는 심정으로 남편과 상의도 없이 혼자 계약부터 해버렸죠(웃음). 며칠 숨기다가 솔직하게 고백했어요.




오토바이 애칭도 있나요?

'맘나비'라고 지었어요. 이마음에서 '맘', 잔나비에서 '나비'를 따서요.




오토바이가 본인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저는 모르는 사람과의 접촉을 무척 싫어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많이 쓰곤 했어요. 어떤 날은 지하철 타는 순간 다시 내리고 싶어질 때도 있는데, 오토바이를 타면서 그런 접촉이 줄어서 마음에 여유가 생겼죠.




오토바이를 타면서 생긴 삶의 변화도 있을까요?

결정을 내리기 쉬워졌어요. '광안리 바다 보러 갈까?' 하면 그냥 가는 거예요. 무언가 하고 싶을 때 더 쉽고 편하게 움직일 수 있어요. 자동차는 주차라는 허들 때문에 실천하기 망설여질 때가 있거든요.


어느 날은 신호 대기 중에 건너편 라이더분이 먼저 손을 들고 인사를 해주셨어요. 외국인들은 모르는 사이에도 웃으면서 짧은 인사를 나누듯, 오토바이를 탄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안부를 묻고 인사하는 게 멋있고 기분이 좋더라고요. 문득 '서울에서 회사 생활 할 때도 오토바이를 탔다면, 좀 더 지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드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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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로 이루고 픈 버킷 리스트가 있을까요?

일본 라이딩이요. 진주에서 헌책방을 운영하시는 조경국 작가님 책 <오토바이로, 일본 책방>을 재밌게 읽었거든요. 다만 작가님은 우중 라이딩을 많이 하셨더라고요(웃음). 아직은 먼 얘기 같아서, 일단 엄마가 있는 경주를 목표로 삼으려고요(웃음).




오토바이 같이 타고 싶은 분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남편이죠. 정말 잠깐이지만 제주에서 오토바이로 여행을 한 적이 있는데, 아직까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거든요.




오토바이 타는 이들한테 하고 싶은 말 있을까요?

자동차 운전을 익힌 후에 오토바이를 타길 바라요. 직접 운전하며 도로 흐름을 경험하면 위험한 순간이나 이상한(?) 차도 미리 느낄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저도 자동차 운전을 6년 정도 했는데, 오토바이 운전에 큰 도움이 됐어요. 부산이 운전 험하게 하기로 유명한 곳이잖아요(웃음).


오토바이 라이더뿐만 아니라 도로에서 운전하는 모든 분들께 ‘목숨은 하나이니 소중하게 잘 간직하자.’라는 말을 남기고 싶어요. 혼자 조심한다고 사고를 피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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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로 추천하는 분이 있을까요?

'컵쿠미'님이요. 저랑 나이도 비슷하고 운동하는 모습이 멋지잖아요. 팬으로서 더 이상 컵쿠미 채널에 영상이 올라오지 않아서 아쉬울 뿐이에요. 수요는 있는데 공급이 없으니까 저라도 해볼까 해서 유튜브를 시작한 것도 있어요. 따로 연락을 취한 적은 없지만, 서울에 가면 커피라도 한 잔 하고 싶네요(웃음).




마지막 질문입니다. 인터뷰 소감을 남겨주세요.

기록하는 일을 좋아해요. 오른쪽 검지손가락에 연필, 손목에는 연필깎이 모양의 작은 타투도 새겼는데요. 제삼자를 통해 기록되는 일도 좋은 것 같아요. 오토바이를 타지 못하는 나이가 되거나 더는 오토바이 타기 싫어지더라도, '나 이렇게 좋아했었지'하고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글 · 사진 BD




이마음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mmmmmmaeum/


나락서점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narakbookshop/


이마음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lee_ma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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