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의 점심시간

오랜만에 함께 먹는 점심식사

by 서은

이번 주부터 수요일 점심은 친구 그리고 친구의 동료와 함께 먹기로 했습니다. 지난주부터 프리랜서로 일하는 친구가 가까운 곳에 있는 합사로 출근하기 때문입니다.


이곳에 온 뒤 점심에 혼자 밥을 먹습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도시락을 먹습니다. 같은 프로젝트를 하는 친구들은 도시락을 싸와서 본인 자리에서 밥을 먹더군요. 그래서 처음부터 혼자 점심을 먹었습니다.


제가 일하는 계통의 프리랜서는 보통 2~3개월 단위로 계약을 합니다. 프리랜서 계약 만료를 한 달 앞둔 12월에 추가로 3개월 계약을 더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곳에서 4월 중순까지 일하게 되었습니다.


재계약을 앞두고 여러 가지 이유로 망설여졌습니다. 그중 하나가 점심 식사에 대한 갈등도 있었습니다. 한 끼를 먹더라도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 마음이 조금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무시할 만큼 경제적 필요 상황이 앞서 3개월을 추가로 계약했습니다.


이제 진짜 3개월 후면 이곳을 떠납니다. 복잡한 출퇴근 과정, 그리고 혼자 하는 점심 식사를 끝낼 수 있습니다. 여하튼, 앞으로 남은 3개월 동안 수요일 점심은 가까이 온 친구 덕분에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점심에 혼자서 먹을 식당은 정해져 있습니다. 혼자 먹을 자리가 있는 식당이거나, 점심시간에도 한가한 식당. 불행 중 다행으로 이곳 점심시간이 11시 반이라, 좀 더 복잡한 점심시간은 피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요즘 점심은 쌀국수, 순댓국, 칼국수, 설렁탕, 포케, 김밥, 일본 라멘, 짬뽕 그리고 최근에 발견한 손두부 이렇게 10개 안쪽의 메뉴를 돌아가면서 먹습니다. 적다 보니 생각보다 메뉴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네요. 하지만 적다 보니 벌써 내일 점심이 먹기 싫어집니다.


작년 6월부터 7개월 동안 위 메뉴에서 골라서 점심을 해결했습니다. 아참, 가끔 햄버거도 먹고 카페에서 샌드위치도 먹습니다.


사실 저는 직장 생활을 할때 점심 메뉴를 고르면서 행복했던 적은 없습니다. 같이 테니스를 치는 오빠가 직장인의 즐거움은 점심메뉴를 고르는 것에 있다고 말할 때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거 점심시간이 되면 사람 없는 곳에 들어가서 아무거나 먹으면 되지, 아침부터 메뉴를 고르면서 설렐 일이야?


그런데 그 후로 직장인이 점심메뉴를 고르면서 행복하지 않다는 것은 우울증 증상이라고 한 글을 봤습니다. 그래, 그때는 우울했던 거 같기도 합니다. 이전에 점심 메뉴를 고르면서 행복한 적은 없지만, 지금은 원하는 메뉴를 고르고 싶어도 고를 수 없다는 현실에 조금 불행하기도 합니다.


전 운이 좋게도 함께 점심을 먹어줄 동료가 항상 옆에 있었고, 점심때가 되면 미리 메뉴를 골라주었기에 편한 마음으로 그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고연차가 되면서 저의 직무는 고민하고 선택하고 책임지는 일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로 인한 점심 메뉴를 누군가가 골라주면, 내가 그 문제로 고민하고 선택하지 않아도 돼서 좋다는 생각을 한 두 번 한 것이 아닙니다. 물론 매일 제육볶음을 고르는 동료면 곤란합니다.


오늘은 그 첫번째 수요일이라 친구와 친구 동료와 함께 점심을 먹었습니다. 친구가 일하는 곳과 제가 일하는 곳의 중간 지점에 있는 완전 맛집이라는 뼈해장국집에 갔습니다. 혼자라면 갈 수 없는 곳이지요. 11시 반에 갔는데 자리가 만석입니다. 우리는 다행히 마지막 3인석에 앉았습니다.


양이 너무 많아 먹으면서 배를 두드렸고, 많이 남기고 왔습니다. 양이 적은 메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옆에서 말하네요. 하지만 식당에 양 많이는 생길 수 있지만, 양 적게는 생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뼈 추가를 외치면 3000원을 더 받지만, 뼈 덜어내기 메뉴는 없고, 3000원을 덜어 받지는 않습니다.


한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네요. 점심시간 한 시간은 늘 부족하다고 느꼈지만, 친구와 같이 먹는 점심시간은 더 부족하게 느껴지네요. 다음 주 수요일 점심시간을 기다리며, 아쉽지만 회사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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