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언어 학습의 힘을 믿는 이유

카사마츠 쇼가 쏘아 올린 작은 공

by 피클젤리

카사마츠 쇼.

드라마 <모범택시 3>에서 악랄한 야쿠자 조직의 두목으로 등장하는 일본 배우의 이름이다. 일본어를 공부하고 있던 차에 호기심이 생겨 '모범택시 야쿠자 두목'을 검색해 봤다. 또 나만 몰랐지... 이미 팬이 많았다.


유튜브에 카사마츠 쇼를 검색하면 나오는 숏츠 중 가장 조회수가 높은 두 영상 썸네일에는 각각 이런 문구가 쓰여있다. '정확한 한국어 구사로 모두를 놀라게 한 카사마츠 쇼', 그리고 '한국어 엄청 잘하는 굿뉴스 배우'.


카사마츠 쇼는 한국말을 잘한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인터뷰에 응하는 그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이야기해도 좋은지..'와 같은 수준급 구어적 표현을 사용한다. '어..'라며 말문을 열던 그를 통역하기 위해 준비 중이던 통역사도 놀라고, 현장에서는 선명한 탄성이 들린다. 그가 잠시 멈추고 '아, 고맙습니다'라고 말할 정도로.

Screenshot 2026-01-02 at 9.49.34 AM.png 한국어 인사에 깜짝 놀란 통역사님과 카사마츠 쇼 (출처: 부산 MBC)

댓글을 보면, 그의 한국어 실력에 대한 찬사가 대부분이다. 반응은 대체로 한국어를 하다니 감동이다, 괜히 정이 간다, 독학으로 저렇게 잘하다니 대단하다, 앞으로 이름 외울 거다, 더 크게 되면 좋겠다, 한국에서도 많이 활동해 달라는 내용이다.

카사마츠 쇼의 한국어에 호감을 보이는 댓글 캡쳐

그가 한국어를 못했다면 어땠을까? 오직 일본어로만 인터뷰를 진행했다면? 아마 아무 문제없었을 것이다. 실력 좋은 통역사가 정확하게 통역해 주었을 테고, 질의응답도 매끄럽게 진행됐을 테다. 여전히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검색하고 팬덤도 형성되었겠지.


하지만 카사마츠 쇼가 한국어로 인터뷰한 순간, 그는 낯선 사람을 대하는 우리의 본능적인 경계 태세를 빠르게 누그러뜨렸다. 썸네일 제목만 보고 궁금해서 눌러본 사람도, '누구지?'하고 검색한 사람도, 모두 마음속에 화색이 돈다. 그가 한국어를 해서 지나가던 사람도 팬으로 만들었는가? 그건 아니다. 언어로 그 정도 마술을 부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는 관심을 호감으로, 호감을 팬심으로 만들었다.

스마트폰과 이어폰에 실시간 통역 기능이 들어와 있는 세상이다. 외국어 공부가 이제 쓸데없는 공부라는 이야기는 거의 기정사실화되었다. 정보를 이해하는 면에서는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요즘 말이 안 통해서 여행 가지 못하는 나라가, 취할 수 없는 정보가 있던가? 하지만 소통을 생각한다면 언어를 익히는 행위의 가치는 사라질 수 없다.


한 평행 우주 속 대한민국에서 일본어로만 대답을 한 카사마츠 쇼는, 내가 사는 우주 속 대한민국에서 한국어로 대답을 한 카사마츠 쇼의 인기를 따라잡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