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실력이 늘기 어려운 이유
한 청년이 일본 현지에서 또래 청년들에게 일본어로 질문해 식당을 추천받는 영상을 봤다. '공부한 언어로 현지에서 대화하는 것만큼 뿌듯한 일이 없지. 멋지다, '라며 부러운 마음으로 댓글창을 열자, 한 댓글이 눈에 들어온다. '(특정 음절)을 '츠'라고 발음하시네요. 발음 연습이 좀 필요할 듯'이란다. 다행히 그 댓글을 질책하며 진절머리 난다는 반응이, 덩달아 청년의 발음을 지적하는 이보다 많다.
머릿속에 여러 질문이 떠오른다. 청년이 일본에서 나고 자랐던가? 아님, 자신의 발음이 원어민과 같은지 알려달라고 요청했던가? 그것도 아님, 현지인이 알아듣지 못했던가? 셋 다 아니다.
며칠 전 스레드에서 본 포스트는 일본인이 본인에게 일본어를 잘한다고 하면 그건 외국인 티가 많이 나기 때문에 하는 말이며 진심이 아니므로, 자신이 일본어를 잘한다고 착각하지 말고 '아유, 아직인걸요'라며 말하는 게 '정답'이라고 한다. 문화적으로 겸손하게 답하는 게 미덕이라고 알려주는 수준이 아닌, '그런 칭찬 들어도 너 잘하는 거 아니야'라는 글이었다.
머릿속에 또다시 질문들이 떠오른다. 반응에 '정답'이 있는가? 왜 그냥 기뻐하면 안 되는가? 언어란 반드시 원어민처럼 해야만 의미가 있는가? 나는 외국인이 한국어 하면 반가운 마음에 진심으로 '우리말 잘한다!'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왜 칭찬과 호의에 우리는 기뻐하면 안 되는가?
한국인은 언어에 있어 상대적으로 문법에 강하고 회화에 약하다고들 한다. 이유는 명백하다. 선생님이 아님에도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는 이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제보다 실력이 좋아진 내 모습에 성취감을 느끼고, 그저 말이 통했다는 사실에 뿌듯해할 여유가 없다. 절대적인 기준이 '넌 아직 멀었어'라고 외치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리기 때문이다. '모두 경력을 찾는데 신입은 경력을 어디서 쌓나'란 말처럼, 말을 해야 느는데 말을 잘하는 사람만 말하기 편한 사회가 되면 어떻게 초보자가 실력을 쌓을 수 있을까? 친절하게 지적해 주기보다는 함께 성취를 기뻐해주는 친절이 필요하다.
가수 김창완은 직장 생활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라디오 청취자에게 이렇게 답장했다고 한다:
좀 여유롭게 생각하세요.
제가 지금부터 동그라미를 여백이 되는대로 그려보겠습니다.
[...]
마흔일곱 개를 그렸군요. 이 가운데 v 표시한 두 개의 동그라미만 그럴듯합니다.
회사 생활이란 것도 47일 근무 중에 이틀이 동그라면 동그란 것입니다.
너무 매일매일에 집착하지 마십시오.
그렇다고 위에 그린 동그라미를 네모라고 하겠습니까 세모라고 하겠습니까?
그저 다 찌그러진 동그라미들입니다.
외국어도 똑같다. 찌그러진 동그라미처럼 말했어도, 상대가 동그라미인 걸 인지했다면 그런대로 된 거다. 동그라미가 조금 못생기게 그려졌다는 건 당사자가 제일 잘 알고 있다. 예쁜 동그라미를 축하해 주고 박수를 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찌그러진 동그라미를 계속 그리는 여정을 인정하고 그대로 바라봐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동그란 동그라미를 그리는 사람이 많아진다. 그리고, 타원형도 동그라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