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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ana Park Aug 31. 2017

Seoul, 매료되었다

"도대체 왜 왔어요?"

어린 나이에 캘리포니아로 이민 후 13년 만에 한국을 방문했다. 


2014년에 첫 방문 후 어쩌다가 두 달쯤 머무르게 됐다. 


첫인상이 썩 좋았던 건 아닌데, 이상하게 끌렸다. 


그 후 미국에 돌아가서 계속 한국 생각만 나고 한국에 대한 이야기만 한 것 같다. 


밀어내려 해도 밀어낼 수 없는 직감. 늦은 밤에 잠을 허용하지 않는 직감. 


이"직감"이 나를 계속 이끌었고, 2년 뒤 서울에 정착하게 되었다. 


도착했을 땐 친척 외에 아무도 몰랐다. 정해진 집도, 일도 없었다. 


@Diana Park


첫 몇 개월은 지하철 비용이 10만 원 넘어갈 정도로 미치게 돌아다녔다. 그땐 심지어 부평에 살았다. 광고 회사 글로벌팀에 일하면서 2시간 넘는 왕복 거리를 홀린 사람 마냥 매일 왔다 갔다 했다. 주말에는 한 지하철 역에 내려서 하루 종일 누비고 기록하며 지역을 정복한 알렉산더 대왕 된 것 같아 너무 행복했다. DDP를 처음 방문했을 때는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러웠고 젠틀몬스터를 발견했을 땐 국내 브랜드라는 걸 알고 뿌듯했다. 


그런 생활을 하며 의아했던 것은 평생 서울에 산 사람들이 안 가본 곳들이 너무나 많다는 점. 새로운 발견과 모험을 즐기는 내게 큰 의문이었다또한,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자신의 나라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느껴졌다. 왜 평생 뿌리를 놓고 산 곳에 애정은 식어가고 결국은 짐을 싸 훨훨 떠나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내게 묻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15년 이민생활 후 Golden State라고 불리는 캘리포니아를 뒤로 하고 한국에 정착했는지.



사람들은 물어본다. "한국에 왜 왔어요?"
난 말한다. "그냥 한국이 좋아서요." 



하지만 아무리 좋아도, 힘든 건 힘들었다. 한국말을 하고 한국인처럼 생긴 나 조차도 서울생활이 가끔, 아니 자주 불편했다. 적응을 하며 나는 자연스럽게 외국인과 교포 친구들을 많이 사귀게 됐다. 나보다 더한 불편함을 겪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계속해서 얘기했다. 



“난 한국에 머물 계획이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있게 됐어.”
“몇 년 살았는데 아직도 너무 좋아.”



그때부터 인지했다. 현재 서울에서 쓰이는 이야기의 일부분은 한국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사람들의 경계선을 넘어 생성되고 있다는 걸. 난 외국인의 이야기가 너무나 흥미로웠다. 대부분 편한 영어 선생님 생활을 1년, 2년 하려다가 장기간 정착한 이야기들. 잠깐 스쳐 지나가는 곳이 집이 된 것이다. 


나 역시 끌렸고 매료됐다. 


끊고 싶어도 끓을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중력 같은 그 무언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마력이 나의 궁금증의 출발점이었다. 


그렇게 벌써 1년 반이 지났다. 


내게 서울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아직도 볼 것이 많고 갈 곳이 많다. 


이 도시를 생각하면 내 심장은 아직도 가쁘게 뛰고 있다.  


@Diana Park


내 안에 호기심 많은 방문자와 삶을 키워가는 정착자 사이의 투명한 벽이 붕괴되고 있다. 외국인과 내국인 사이에서 대조적인 서울에 대한 관점을 흡수하며 내면의 경계선이 서서히 분산되고 있는 것을 느낀다. 


우린 아웃사이더가 일상 속 아름다움을 지적해줄 때까지 멍하게 하루하루를 살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반복되는 일상에도 누릴 수 있는 행복은 미세하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출퇴근하는 회사원에게 스트레스의 상징인 지옥철. 국외자에는 색다른 문화 경험이 될 수도 있다. 이게 시각의 차이가 가져오는 힘이다. 그들이 우리에게 배울 게 있듯이 우리도 그들에게 배울 게 있다. 그런 태도가 이해를 낳고 공감의 다리를 놓는다. 나 역시 그 사이에서 고민하고 행동하려 한다. 

 

내가 본 서울의 도시 브랜딩은 아직 약하다. 활발하게 형성 중이지만 아직 뉴욕이나 도쿄처럼 뚜렷하진 않다. 서울 하면 떠오르는 "빨리빨리" 생활. 그 패턴의 껍데기를 걷어보면 그 안엔 무엇이 있을까?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구성과 형태가 아직 진행 중인 신도시. 그래서 더 흥미롭고 기대가 된다.


결국 서울의 정체성을 확립할 요소는 유행이나 맛집이 아닌 사람이라 생각이 든다. 

그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가능성에서 최상을 끄집어내서 보존할 존재이다.  


@Diana Park


몇 년 전 누군가 내게 말해줬다. “집은 장소가 아닌 사람이다.”

그 후 내가 도시를 바라보는 출발점은 그 안의 사람. 그들과의 대화와 관계를 통해 내 마음에 자리 잡았다.


난 서울에서 태어나 대전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미국에서 교육을 받았다. 생김새는 한국인인데 가치관은 미국인이다. 그래서 나의 고향 서울은 너무나 편하지만 불편하다. 마음이 벅차도록 행복하다가도 가끔은 가시방석에 앉은 것 같아 때려치우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아직 서울을 떠나고 싶지 않다. 


뭔가 대단한 보물이 내 발 밑에 자라나는 느낌이다. 꾸준히 땅을 파고 나면 분명히 뭔가 찾으리라 확신한다. 

대륙을 사상 처음으로 발견한 모험가들은 떠나기 전 이런 기분이지 않았을까? 


이 흥미가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궁금해 오늘도 잠이 못 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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