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하는 날도 하지 않는 날도
재미있는 책을 읽고 나면 다른 책이 빨리 읽고 싶어 안달이 난다. 반면 재미없는 책을 읽고 나면 한동안 책 읽을 생각을 하지 못한다. 하지 않는 게 아니라 하지 못한다. 당최 마음이 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책 선정은 나의 독서 라이프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오늘은 진작에 사둔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집 <전진하는 날도 하지 않는 날도>를 읽었다. 2007년부터 매체에 기고한 에세이를 엮어 5년 전 탈고한 책이다. 당시 그녀 나이 41세. 30대에서 40세를 지나 40대가 된 그녀의 일상과 생각이 담겨 있다. 그녀는 사춘기 소녀 같지만, 나이를 의식하며 차근차근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만났다.
나이가 든다고 바뀌는 건 없다. 그녀가 46살이 되었다고 해서 현재 전혀 다른 삶을 살 거라고는 상상도 되지 않는다. 지금도 여전히 어른의 삶 가운데서 즐거움을 찾고 새로움을 좇고 소소한 행복에 눈물 짓고 있을 거라 믿는다. 그런 믿음이 마스다 미리라는 작가의 에세이집을, 만화를 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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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40세에 접어든 나는 예전과 다른 나를 의식하게 된다. 최근 몇 년 많이 지쳤고, 그만큼 회복했다. 찾고 고민하고 의식하면서 비로소 나의 모습에 가까이 다가섰다.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나의 예민하고 모난 부분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어’라고 되뇌었다. 지금 모습은 이미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것일 테니, 좀 더 당당해도 되지 않을까?
서둘러 다음 책을 고른다. 2015 노벨문학상 수상자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쓴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첫 장부터 괜히 가슴이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