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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혁 Sep 18. 2015

안녕,

_이번 만큼은










"안 녕"


















여기

이미 지나가 버린

이름들이 있고







그 위로




특별했던 네가 떨어진다.











너 만큼은,

이번 만큼은


다를 거라 믿었는데

'안녕'이라는

말 한마디로

네가 떠나간다.


떠나간 사람들 중

하나가 되어간다.

특별했던 너의 이름도,

지나간 다른 이름들 중

하나가 되어간다.








시간이 흐를수록,



결국, 너도











떠나간 다른 사람들과














이제

곧,


다르지 않다.

























안녕, 그대도.














투명한 물 위에 다른 색의 잉크들이 하나 둘 떨어진다.


잉크들이 쌓이기 전 처음 몇 번은 제 빛으로 물들지만

그런 잉크들이 몇 번 쌓이다 보면 지난 색들과 서로 섞여, 


제 색을 잃는다.



그리고, 내 마음에 쌓이는 이름들이

그 잉크들처럼  느껴졌다.



이번 만큼은.


새 이름이 마음에 들어 올  때마다,

‘이번 만큼은’, ‘너 만큼은’ 생각을 하며,

이번엔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하고

그 어느 때 보다 깊이 바란다고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분명 그 전에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지.

그때도 이번만큼은 다를 거라고  기대했을 뿐이다.


‘다른 사람이 알아보지 못했던 것을, 우리는 알아봤으니까.’ 같은.

생각해보면 그리 특별하지 않은 이유를 들어가며

이번 만큼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번  만큼은’이라는 말이 

‘이번에도’ 로 바뀌고 나서야,


전과 별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곤 했다.


특별하지 않았던 사람은 없었지만,

헤어짐의 순간을 지나,

무뎌지고 나서 부터는

모두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니, 모두 다 너무나 특별했지만


‘헤어진 사람’이라는 공통점 하나의 크기는

지난 모든 사랑을

특별하지 않게  생각할 만큼 컸다.


특별하게  생각할 모든 이유들을 덮어버리기에

충분한 크기였다.








각각 영롱한 색을 갖고 있었지만,

섞여진 색은 제 색을 잃고 있었다.






그래도 언젠가

그 어떤 이름만큼은,

영롱한 빛 그대로 남아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다시, 애써 다음을 기대한다.







그 언젠가의 다음 번이,
지금 이번이 되었을지라도.











































얼마나 더 많은 이름들을 보내야 할까

얼마나 더 많은 기다림을 가져야 할까






Painted and written by

Lee Jin-Hy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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