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_
처음부터
꽃이 피길 바란 건 아니었다.
다만 네가 날 기대하게 하여,
봉오리를 틔우게 했다.
그래서, 그제서
나도 꽃 피우길 기대했다.
그런데
‘기대하지 말아야지’
아무런 생각하지 않다가도, 아무 기대하지 않다가도, 그 어느 순간
기대하고 애쓰는 그 순간,
기대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게끔.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만 같다고 생각한 적이 더러 있었다.
‘이렇게, 저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혹시… 이렇게 되어 주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들.
그런 기대가 가장 마음을 아프게 하는 때가 있다.
기대하고 시작하는 일은 물론이고, 아무 기대도 없이 시작한 일에 어느새 기대를 불러 일으키고는,
내가 기대하는 그 순간 모든 일을 앗아 갈 때.
꽃은 생각도 않고 있었는데, 봉오리가 틔워진 걸 보고는
‘꽃이 피지 않을까…? ’ 생각하는 그 순간.
가지 째 떨어트리는 듯한.
그리고 꺾여지는 기대들로 마음이 아플 때마다
‘기대가 있으면 실망이 있는 법이니까 그렇겠지’
‘설레발 치면 망할라’ 하며 마음을 다잡고
‘안 될 일은 기대를 하든 하지 않든 안 되는 것인가 보다’
‘내가 기대대로 되지 않은 일만 기억하는 건가?’
‘쉽게 기대하고, 노력 없이 성취하기를 바라는 사람인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결국 ‘기대하지 말아야지’ 하며
가벼운 기대 조차도
점점 더 바라지 못하게 될 때
그 때 가장 마음이 아프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그럼 좋았던 일들은 어떻게 일어났던 거지?
하는 물음이 떠올랐다.
돌이켜 보니 좋지 않았던 일이든 좋았던 일이든
모두 내가 기대하고 생각했던 대로 일어나지는 않았다.
오히려, 좋았던 일들은 많은 기대를 했었어도 생겨났다.
아니면 기대 보다 더 좋은 일이 생기거나,
혹은 기대와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라도,
좋은 일은 어쩃든 일어났었다.
많은 기대와 생각을 갖고 있었어도
좋았던 일들은 기대와는 상관없이 생겨났고,
미처 기대하고 생각하지 못하는 사이 어느새 곁에 와 있었다.
기대는 감정일 뿐이었고
운명적인 일들은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곁으로 찾아왔다.
그러니, 그대도 돌이켜 보라
운명처럼 일어 난 좋은 일들이
그대 기대 안에 있었는지.
기대했던 우연이라면
그것은 이미 우연이 아니다.
Painted and Written by
Lee Jin-Hy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