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음악가의 기록
마당에 놓인 피아노는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망가진다.
비를 맞고, 바람을 맞고
결국에는 자연으로 돌아간다.
그 피아노는 어쩌면
류이치 사카모토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
인간이 만든 것뿐 아니라,
인간 자신도 결국 자연으로 돌아간다.
병마와 싸우며 조금씩 스러져 가는 몸.
그러나 그는 싸우는 대신 남기는 쪽을 택했다.
자신의 음악을.
전쟁,
대지진,
원자력 사고.
그의 음악에는 늘 설명되지 않는 비애가 깔려 있다.
그것은 개인의 감정이라기보단
시대가 남긴 상실과 고독에 가까운 것.
그래서 그의 음악은 어떤 기록처럼 보인다.
사라져 가는 것들을 붙잡아 두려는.
음악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 될 수 있을까.
될 수 있다고 믿었고,
그렇게 살고자 했으며,
끝내 그렇게 남았다.
결국 그는 병을 이기려 한 사람이 아니라,
사라지기 전에 무언가를 남기려 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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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류이치 사카모토 다이어리(감독 오모리 켄쇼,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