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by 차고기

파란 원피스에 하얀 프릴 밑단. 어울리지 않게 빨간 리본 샌들까지 신고. 나는 거기로 갔다. 초여름 딸기밭으로.


정확히 몇 살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외할머니 손에 이끌려 갔던 딸기밭. 난 정신없이 딸기를 톡톡 따서 바구니에 넣었고. 더 많이 입에 담았다.


한 알이지만 큼지막해서 내 입에 다 담기지 않았던 딸기. 딸기가 훑고 간 내 입가에는 달큼하고 끈적이는 흔적이 적나라하게 남았었다.


결국 그날의 딸기밭은 내가 가장 좋아하던 원피스 하얀 밑단에 빠-알간 딸기 자국을 남겼고. 난 원피스가 작아져 더 이상 못 입을 때까지 그날의 딸기밭을 기억했다.


어른이 된 지금은, 그날 입안을 그득 채웠던 그 딸기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싶어, 딸기를 집어 들 때마다 살짝 기대를 얹는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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