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몇 점짜리 부모인가?
페인트 이희영 작가(창비, 2019)
아이들이 부모를 직접 면접 본 뒤 선택할 수 있다면 당신은 선택받을 자신이 있는가? 나는 좋은 부모일까. 반성에서 시작했다는 이희영 작가의 <페인트>(창비, 2019)는 창비 청소년 문학상 열두 번째 수상작이다. <페인트>의 주인공 제누301은 NC센터에서 살고 있는 열일곱 살 남자아이다. 저출산 사회와 아이의 양육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자 정부에서는 NC(Nation’s Children) 센터 양육 공동체를 설립하여 열아홉 살까지 아이들을 키운다. 열아홉 살이 되기 전에 아이들은 부모 면접을 통해 부모를 선택하거나, 부모를 만나지 못하는 아이들은 NC센터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사회에 나가게 된다.
이 책의 제목 <페인트>는 부모 면접 parent’s interview의 은어이다. 소설의 많은 비중이 부모 면접의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하는데 낯선 사람들이 서로 가족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은 무엇인가 생각하게 한다. 면접은 3차까지 진행되고 가족이 되기 전에 합숙 과정을 겪는다. 가장 특별한 점은 모든 결정은 아이들이 한다는 점이다. 작가는 가족이 된다는 함의를 ‘페인트’라는 말에 담는다.
NC 출신이라는 사실을 물감으로 지워버리고 싶었을까?
혹은 자신의 미래를 원하는 색깔로 물들이고 싶었던 걸까.
각기 다른 색이 서로에게 물들어 가는 과정이 바로 부모 면접이었다.
색이 섞여 전보다 밝게 빛날 수도 있고, 탁하게 변할 수도 있었다.
(34p)
이 책은 내가 원하는 아이를 그리기 이전에 가족이 함께하기 위한 지혜는 무엇인지 현실적이고 날카로운 조언을 전한다. 독자가 부모라면 가장 눈이 가는 단어가 있다. ‘부모 독립’ 아이가 부모를 떠나 독립을 하기 이전에 부모 역시 아이로부터 독립이 필요하다는 역설. 부모는 아이의 독립을 간절히 바라지만 결국 그 순간이 온다면 아이를 ‘먼발치’에서 바라볼 준비가 되어있는가?
“어쩌면 부모 역시 자녀로부터 독립할 필요가 있는 건지도 몰랐다. 자녀가 오롯이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걸 부모에 대한 배신이 아닌 기쁨으로 여기는 것, 자녀로부터의 진정한 부모 독립 말이다.”(160p)
주인공 제누는 좋은 가족을 만날 수 있을까? 좋은 가족을 만나는 것이 과연 좋은 결말일까? 가족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나름의 희망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희생과 책임이 따른다는 걸 지지고 볶고 사는 사람들은 다 안다. 하지만 열일곱 살 제누의 시선을 통해 다시 환기된 가족의 의미는 부모의 어깨에 잔뜩 들어간 힘을 빼게 해 준다.
“왜 부모에게만 자격을 따지고 자질을 따지세요?
자식 역시 부모와 잘 지낼 수 있는지 꼼꼼하게 따지셔야죠.
부모라고 모든 걸 알고 언제나 버팀목이 되어 줄 수 있을 거라는
환상은 버리라고 하셨잖아요.
(189p)
<페인트>가 청소년 소설이지만 부모가 봐야 할 이유는 많다. 내가 아이에게 하는 언행들이 아이를 위한 것인지 ‘부모 독립’을 하지 못한 나의 어리숙함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자신이 바라는 아이로 만들려는 욕심보다 아이와의 시간을 즐기는 마음이 먼저다. 부모는 되는 것이 아니라 다만 되어가는 것이다.”(200p)
청소년 소설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잊혔던 과거의 나와 나의 부모님이 소환된다. 그 과정에서 내 아이를 이해하게 되고, 지금 부모가 된 나를 토닥이게 된다. 그것이 청소년 소설이 청소년만을 위함이 아닌 이유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 당신은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될 것이다. ‘나는 몇 점짜리 부모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