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마술사
Yes24에서 '엄마표 영어' 키워드로 책을 검색하니 164건이 검색되었다. 제목과 부제에는 '기적, 가장 쉬운, 행복한, 비밀, 완성'이란 단어들이 자주 등장한다. 엄마는 요리할 때 꺼내 쓰는 마법수프처럼 영어교육에도 마법가루를 뿌리는 걸까?
영어교육의 책임론
엄마가 하는 일도 회사에서 주어진 업무처럼 구분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엄마의 잉여 노동으로 영어교육까지 요구하는 사회는 무책임하다. 공교육은 철학의 부재 속에서 성적으로 등급을 가르고, 자본 이데올로기에 뿌리를 둔 사교육은 불안을 미끼로 던져 학생을 낚는다.
어디에서도 영어교육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엄마들은 자의 반 타의 반 '영어 선생님 코스프레'를 시작한다. 언어를 보면 사회가 보인다고 '엄마표영어'는 한국의 영어교육의 혼란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보이지 않는 계급
가족끼리 함께 공부하고 운동하며 밥을 먹는 일에 '엄마표'라는 말은 붙이지 않는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책을 읽고 있어도 엄마표 독서라고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영어책을 읽어주는 순간 '엄마표 영어'라고 한다. '엄마'라는 단어에 상표에다 붙이는 '표'를 쓴다는 건 엄마를 상품화시킨 모성애 마케팅이다.
게다가 '엄마표 영어'의 서로 다른 주관적 해석은 아이를 사교육에 보내는 엄마들에게 열등감을 심어주고, 아이에게 영어를 직접 가르치는 엄마들에게 보이지 않는 완장을 채워준다. 이렇게 엄마라는 상품은 아이의 영어 실력에 따라 등급화 된다.
비전문가의 위험한 영어교육
영문학 특히 아동문학은 독창성, 유연성, 예술성, 문학성 등 그 깊이와 밀도에 놀라울 때가 많다. 게다가 외국 문화를 자연히 접하며 무한 호기심과 상상력을 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원서가 '영어교재'로 취급되는 순간 단어 외우고 문제 풀고 해석하는 20세기 교육으로 전락된다. 물론 단어도 외우고 해석도 해보는 외국어 학습은 어느 정도 필요하겠지만, 원서를 교재처럼 활용하고 있다면 그냥 문학작품이 아닌 영어교재로 공부를 하라고 권하고 싶다. 그건 내 아이가 소설을 읽으며 울고 웃지 않고 공부하는 형국이다.
엄마표영어는 집밥?
사교육은 정크푸드?
엄마가 영어를 가르친다고 해서 모든 영양소가 풍부한 집밥처럼 양질의 교육일 거라 자신할 수 있는가? 엄마가 아이를 학원에 보낸다고 열등감과 죄책감을 왜 느껴야 하는가? 다이어트도 전문 PT를 받는 세상에 자녀의 외국어 교육을 엄마가 책임지려 애쓰는 모습은 모성애의 관념일 뿐이다.
모든 건 '선택'과 '성장'의 문제다. 어디에도 완벽한 영어교육은 존재하지 않는다.
독서는 가정의 문화
독서가 한글이든 영어든 책을 읽는 행위를 넘어 가족의 문화로 자리 잡길 바란다. '독서법' '엄마표' '아빠표' '아이표' 등 방법론과 상표를 다 떼어내고, 나와 우리 그리고 세계를 여행하는 길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