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이 미생을 키웁니다.
아들은 나태주 시를 모르는데...
초등학교 6학년, 곧 졸업을 앞둔 아들은 코로나 상황으로 온라인 등교를 한다. 나는 일하는 엄마이지만 집에서 하는 업무들이 많아서 아들과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다.
아이를 혼자 두지 않고 수시로 챙겨 줄 수 있기에 초반에는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하루에도 수백 번 외쳐대는 '엄마~' 소리에 신경은 곤두서고 일, 살림, 육아를 한 공간에서 해내는 수퍼우먼 모드로 매일을 버티니 내 안의 배터리가 급격하게 소진된다.
아들은 온라인 수업을 한다고 컴퓨터를 켰다. 의자에 삐딱하게 걸친 엉덩이, 내복 바람에 떡진 머리, 마녀의 손인지 착각이 드는 긴 손톱. 내 눈동자가 그를 위아래로 스캔하고 나니, 화라는 손님이 들이닥친다.
아들은 엄마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지고 빨개지는 원인은 알지 못한 체, 알 수 없는 괴성을 지르며 의자를 흔들어 댄다. 다리를 하늘로 뻗은 후 쩍 벌리며 방구석 서커스를 보여준다.
엄마: 엄마는 무슨 죄로 너의 이런 무절제하고 흐트러진 모습을 봐야 하는 걸까?
아들: 엄마니까!
엄마: 아무리 엄마라도 절제된 모습을 보일 수는 없겠니? 난 단정한 모습을 보고 싶은데. 내가 네 앞에서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넌 좋겠어?
아들: 난 상관없는데. 내 엄마니까!
갑자기 '내 엄마니까!'라는 그 말에 목이 콱 막힌다. 머릿속은 멍해지고 눈은 뜨거워진다. 예쁜 모습, 바른 모습만 보고 싶었던 어리석은 마음을 들킨 체. '미생이 미생을 키우는구나.' 혼자 되뇐다.
아들은 나태주 시를 읽지 않았는데...
예쁘지 않은 것을
예쁘게 보아주는 것이 사랑이다
좋지 않은 것을
좋게 생각해 주는 것이 사랑이다
싫은 것도 잘 참아주면서
처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나중까지 아주 나중까지
그렇게 하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에 답함 나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