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놈, 재능 있는 놈, 솔직한 놈

엄마의 상상은 현실이 될까?

by 사라샘클라스

그는 까르보나라를 먹을 땐 항상 안심 스테이크를 함께 먹는다. 오늘 내가 요리할 때 스파게티 소스의 양이 살짝 부족했던 걸 그는 포크에 하얀 면을 둘둘 말아 입에 넣고 씹는 순간 알아차린다.

안심 스테이크는 항상 레어로 겉만 살짝 익힌 걸 좋아한다. 고기를 나이프로 자르면 빨간 직사각형에 회색 테두리를 두른 딱 그 모양.



그는 컵라면을 먹을 때 뜨거운 물을 표시선까지 정확하게 부어야 하고, 불닭 볶음면을 먹을 땐 매운 소스와 치즈 소스의 자체 황금률로 비빈다.


그는 곰탕을 좋아한다. 밥 두 그릇은 뚝딱이다. 하지만 깍두기가 없으면 곰탕 먹기를 포기한다. 깍두기가 있어도 알맞게 시지 않았다면 패스다.


돈가스는 찍먹으로 먹어야 하고, 삶은 달걀은 반숙이어야 하고, 삼겹살을 좋아하지만 비계는 없어야 하고, 김밥을 먹을 땐 왕뚜껑(컵라면)과 함께 먹고, 참치삼각김밥은 매운 떡볶이 소스에 찍어먹는다.


그는 올해 13살이 된 내 아들이다.

나는 아들에게 까다롭다 하고, 아들은 나에게 엄마는 국룰을 모른다 한다.


코로나 상황으로 매일 삼시세끼 차리기도 힘든데 식성 취향까지 맞춰주려니 힘 빠진다.

"아무거나 주는 데로 처먹어라!"하고 싶지만, 빼빼 마르고 입 짧던 녀석이 요즘 먹는 양이 두배, 세배 늘어난 믿기지 않는 상황. '이 참에 많이 먹고 많이 커라.' 하며 내 최대치의 모성애를 펌프질한다.


나는 아들을 까다로운 아이로 취급하는 오류에서 벗어나고자 이성의 도움을 받아 중도에 이르기로 한다.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척이라도 해보기.


까다로운 게 아니라 감각이 예민한 거야.

혹시 알아 요리에 재능이 있을지.

남들 기준이 아닌 자신의 주관이 뚜렷한 거야.


정신의학과 교수 전홍진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글항아리, 2020)에서 예민한 사람들이 보는 세상은 덜 예민한 사람들과는 차이가 있다. 비교하자면 고성능 카메라와 마이크를 장착하고 매우 복잡한 프로그램이 많이 설치되어 있는 컴퓨터와 같다. 남이 보지 못한 것을 보고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들으며,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때 그래픽 디자이너였던 나는 남들이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예민함을 키우려 얼마나 노력했던가. 디테일은 훈련되기도 하지만 잠재된 감각도 중요하다. 아들은 어쩌면 21세기형 인재 일지도 모른다.


나는 복잡한 생각과 심란한 감정이 얽힐 땐, 늘 반전을 그린다. 10년 후, 만찢남 셰프의 모습으로 까르보나라와 안심 스테이크를 나에게 대접하는 아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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