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료는 환불되었습니다만...
아이에게 잘 헤어지는 법도 가르쳐주세요.
영어 선생님으로 지낸 지 8년.
연필을 간신히 잡고 a를 그리던 아이들은 어느덧 폼나는 영어소설을 읽는다. 우리의 매일은 우리만 아는 겹겹의 시간. 그 시간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삶이란 헤어지는 순간도 존재하는 법. 어떤 이유로 학생과 헤어져야 하는 순간이 오면 나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잘 헤어질 준비!
울컥하는 마음을 꾹꾹 누르고 마지막 인사말도 골라본다. 허전한 마음에 선물도 사놓고 카드도 쓴다. '그동안 선생님과 공부하느라 애썼어. 매일의 노력 고마워. 너의 성장을 지켜볼게...'
요즘 들어 학부모님들은 카톡 메시지 하나로 "더 이상 수업을 못하게 되었습니다"하고 작별을 고한다. 그 메시지가 구구절절하든, 간단히 팩트만 날리든, 존경을 가득 담 든...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단지 이해할 수 없는 건 학생과 선생이 함께한 오랜 시간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작별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엄마의 톡 전송과 동시에 우린 이미 헤어졌다는 사실이다.
수업료는 환불되지만 상실된 내 마음은 환불되지 않는다. 학생의 얼굴을 떠올리며 허공에 인사말을 전해 본다.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잘 헤어지는 법'도 가르쳤으면 좋겠다. 만날 때 '안녕하세요.'인사하는 것만 가르치지 말고, 헤어질 때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안녕히 계세요.'도 가르쳐주길...
헤어짐의 기억이 좋지 않으면 함께한 시간이 마음대로 재편집된다. '사람과 헤어질 때 톡 메시지 하나면 충분해'라고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진 않은지...
선생님은 전원 버튼 하나 누르면 사라져 버리는 '인공지능'이 아니다. 우린 학생의 여정에 과거 현재 미래를 함께하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