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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CUNA Nov 13. 2015

가나다라마바사

가지말아요. 편지에 썼던 건 진심이 아닙니다.


가요. 떠나도 괜찮아. 미안할 것 없어요.

나에게
다 잊은 척 살아가는 건 이제 일도 아니랍니다.

라디오는 고장난 지 오래이고
마지막 노래도 결국엔 끝나버렸는데,
바보처럼 인정 못하고 주저앉아
사랑을 구걸하고 싶지는 않아요. 없어보이게.

아프다고 칭얼댈 일 없으니 안심해요.
자존심 따위의 문제도 아니니, 나는 정말 괜찮아.
차가웠던 그대, 놓아줄 줄 아는 것도 사랑일테니.
카페 테이블 위의 쓰레기를 정리하 듯, 그렇게 미련없이 털어버릴게요.
타인이었던 것처럼, 애초에 그랬던 것처럼,이 문을 나서며 안녕을 고해요.

파도는 바다의 숙명이라던데, 한 시인은 그러던데...
하늘 위에 떠가는 구름처럼 그댈 스쳐지나는 것도 어쩌면 나의 운명이겠지요.




-


그러니까,

가나다라마바사

아자차카타파하





가지말아요.
편지에 썼던 것은 진심이 아닙니다.

배수아 /병든 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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