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교 어때요? 힘들죠?'에 답변하기 위한 '사회정서교육 연구기'
2025년 8월 20일
"너 이번에 크리스마스 선물이고 뭐고 없을 줄 알어."
아직도 폭염의 한가운데에 있대도 시기상으로는 확실히 하반기로 향해가고 있는지, 아이 혼내는 소리에 올해 처음으로 크리스마스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우리 가족의 문제이지만, 그리고 또 내가 사회정서학습 공부 좀 하는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이 순간의 나는 별로 쓸모가 없어서 한창 갈등 중인 두 사람 사이에서 눈치만 볼 뿐이었다. 그렇다고 나 혼자 어디 가서 놀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괜히 겉으로는 근엄하게 앉아서, 속으로는 예나 지금이나 그래도 크리스마스 선물은 나름 먹히는 구석이 있는가 보다 하고 딴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크리스마스 하니까 캐럴 한 소절이 떠올랐다.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산타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겐 선물을 안 주신대.'
1934년 11월 'Santa claus is Coming to Town'라는 제목으로 처음 선보인 이 노래는, 우리나라에 오면서 훨씬 더 단호하고 부모들의 마음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버리는 '울면 안 돼'로 제목이 바뀌게 된다. 그리고 가사도 원곡은 'You better'와 'watch out'이라는 그나마 완곡한 표현으로 시작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지없이 두 번이나 '울면 안 돼'라고 한다. 나도 이 노래를 들으며 겨우겨우 눈물을 참아보려 애쓰던 유년 시절을 보냈건만, 이제 와서 이 노래의 가사가 사회정서와 너무 거리가 멀다고 느껴지는 것도 역시 나름 사회정서교육을 공부한 덕분이 아닐까 싶다. 물론 그간의 공부가 우리 집의 모녀 갈등 상황을 해결하는 데까지는 충분하지 않은 모양이긴 하지만 말이다.
김윤경 선생님의 책에는 '울면 안 돼'라는 말 대신에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프로그램의 하나로 소개 된 것이 있는데, 바로 패스PATHS 프로그램이다.
'패스PATHS는 Promoting Alternative Thinking Strategies의 약자로 대안적 사고 전략 증진 프로그램이다. 대표적인 사회정서학습 학자 그린버그Greenberg가 주도해서 만든 패스는 여러 나라에서 널리 활용되는 프로그램이기도 하지만, 30여 개가 넘는 연구를 통해 효과가 증명되어 우수한 사회정서학습 프로그램으로 잘 알려져 있다. 평화적인 갈등 해결, 감정 조절, 공감, 책임 있는 의사 결정 능력 함양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학교 교육과정에 맞추기 쉽도록 간단한 명시적 수업들과 교과 연계 수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패스PATHS에 대해서는 사례 연구가 더 뒤따라야 하겠지만, 일단 '대안적 사고'라는 프로그램의 제목에 그 핵심이 들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물'의 대안은 무엇일까. 지난날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흘릴 뻔한 나의 눈물은 고스란히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었는가? 아무래도 눈물이 근본적으로 사라졌기보다는 대놓고 흘리던 눈물을 남몰래 흘리게 되었을 뿐, 결국 눈물을 다른 감정으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었지 않나 싶다.
앞으로는 크리스마스나 산타를, '눈물'을 포함하여 다른 어떤 것들을 억지하는 데 쓰고 싶진 않다. 그런데 공부가 부족한 탓인지, 아직까지는 그냥 '안 돼'라는 말이 훨씬 먼저 나오게 되고 또 당장은 그 편이 속도 시원해지는 듯한 느낌이다. 그래놓고는 한편으로 내내 좀 찜찜한 상태였는데, 갑자기 패스PATHS를 알게 된 김에 학술연구정보서비스RISS를 검색해 보니 패스PATHS 프로그램을 미술 수업에 적용한 선생님의 논문이 보였다. 마침 눈치만 보고 있었는데 잘 되었다. 지금 당장에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쓸모없는 아빠라지만, 오랜만에 논문 한 편 읽으면서 '울면 안 돼'와 같은 말 대신에 해줄 수 있는 대안적 사고 전략 증진의 방법을 하나라도 더 찾아보아야겠다고 결심하는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