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한복판 빌딩 지하에서 만나는 조선의 발자취

서울역사박물관 공평도시유적전시관

by 이비

서울을 떠올리면 화려한 야경과 멋진 건축물이 먼저 떠오르지만, 경주나 전주 같은 역사도시 서울의 모습도 그려진다. 서울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많은 요소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역사문화유산이다.


서울의 도심은 조선부터 600년 역사가 남아있는 유서 깊은 장소다. 비록 급격한 경제성장기를 이룩하며 개발을 우선시로 하던 때, 서울의 많은 역사문화자원이 훼손되기도 했다. 당시는 다수가 실리를 따졌을 때 문화재 보존보다는 우리 집 앞 도로가 개발되고, 우리 동네에 높은 빌딩이 세워지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겼으니까. 물론 이는 잘못된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도시 개발에 있어 수반될 수 있는 문화재 훼손과 보존 문제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졌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IMG_4214.heic 공평도시유적전시관 초입


2000년대에 이르러서는 문화재 보존을 위한 법안과 제도가 늘어났고, 국민 의식도 높아졌다. 이어 2010년부터는 국보, 보물 등 지정문화재를 비롯하여 비지정 문화재를 보존, 관리하는 문화재 돌봄 사업이 시작됐다. 문화재를 지키기 위한 실질적인 보존 시스템이 구축된 것이다.


문화재 보존이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면서, 개발이냐 보존이냐를 놓고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개발 중 매장 문화재가 발견되면 공기(工期)와 공비(工費)는 훨씬 증가되기 때문에 시행사의 부담이 커지는 것은 불가피한 문제이다.


하지만 이제는 개발과 보존의 공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선택지가 생겨났다. 이것이 바로 공평동 룰이다. 공평동 룰은 문화재가 발견된 공사현장에 문화재 원형 보존을 약속받는 대신, 개발사업 시행사 측에 용적률 상향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문화재를 보존하며 개발도 할 수 있는 방식이다.


IMG_4166.heic 최대한 원형 그대로 보존한 유구를 볼 수 있다


종로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센트로폴리스 건물 지하에는 조선시대 골목길과 유구가 원형으로 보존되어 있어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은 600년 조선시대와 근대기 서울 도심의 격변사를 엿볼 수 있는 국내 최대 도시 유적 박물관이다. 2014년 발굴된 공평동 조선시대 도시유적을 통째로 보존해 유리판 보행 데크와 유물 전시로 개별 유적이 아닌 면 위주의 옛 경관을 그대로 살려냈다. 실제 방문해 보존된 거리 위를 걸어보면 생각보다 훨씬 큰 규모와 실제처럼 복원된 옛 거리 모습이 감동을 안겨준다.


서울시는 2012년 ‘사대문 안 문화유적 보존방안’을 고시하며 지표조사를 통해 1000곳 이상의 유적에 대한 기본정보를 축적해 왔다. 하지만 이런 매장문화재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기에 체계적으로 정보를 취합해 도시 계획 및 개발 과정에서 선제적으로 문화재 보존 방안을 반영하는 제도를 먼저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도시 유산의 실태와 보존 가치의 중요성을 일깨워 도시 유적 보존 정책의 활성화를 위한 모두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국가적 과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