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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kir Jun 30. 2024

참된 인성이란 무엇인가?

성격과 본성,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

<부자라서 착한 걸까, 착해서 부자인 걸까>

가끔 TV에 힘들게 살아가는 아이들을 소개하며 후원을 부탁하는 방송을 보면, 힘든 처지의 아이들은 일반적인 경우와 다르게 너무 어른스러워 보이곤 합니다. 그 아이가 처한 환경에서는 스스로 어른의 역할을 해내지 못하면 생존이 위험해지기 때문에 아이임에도 어른처럼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 같기도 하더군요.


그걸 보고 저는 ‘사람은 힘들게 살수록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 능력이 향상되어 성숙해지고, 편하게 살수록 자기중심적인 성향이 되어 이기적으로 살아가게 된다’라는 가설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총에 맞아 본 사람은 같은 상황에 처한 다른 사람에게 공감해 줄 수 있지만, 정작 남의 고통을 우습게 아는 사람은 가시에 한 번 찔리고도 죽겠다고 짜증 내는 훨씬 나약한 사람들이었죠.


작은 강아지들만 큰 개를 보고 짖어대듯, 사람 역시 자신보다 잘난 사람을 만났을 때만 시기와 질투를 느껴 공격하고 자신보다 부족한 사람을 만난 경우 오히려 도와주고 챙겨주려는 마음이 들기에 그 어떤 ‘어른’도 아이와 노인 등 약자에게 분노하지는 않는 거겠죠.


그런데 그렇게 결론짓기에는 아쉬운 점들이 많았습니다. 상대적으로 잘 사는 사람들이 더 친절한 경우를 많이 경험해 보았는가 하면, 반대로 사회적 지위가 높아도 인성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주목을 받는 이들 또한 있었고, 기업에서는 직급이 높아질수록 반사회적 인격을 가진 이들의 비율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하더군요. 이런 부분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성격은 형성되고, 본성은 타고난다>

① 성격은 환경

요즘에는 이런 말이 들립니다. “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니야” 타인을 우리가 바꾸기는 힘듭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초능력이 없기 때문이죠. 그리고 남을 바꾸려는 태도는 자신이 더 잘났다는 전제를 암묵적으로 깔고 가는 행위이죠. 우리는 우리가 좋다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바꾸려고 할 테지만 그건 각자의 취향에 불과한 경우도 있고, 상대를 바꾸려 하면 할수록 그의 저항감은 점점 커져 남이 시키면 반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청개구리가 될 뿐일 겁니다.


누군가를 바꾸기에 앞서 우리의 성격은 어떻게 정해지는 것일까요? 성향이 비슷해 보이는 사람들을 모아 놓고 자라온 환경을 물어보면 살아온 인생이 다들 비슷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고, 그중에는 외모가 흡사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일란성쌍둥이를 대상으로 진행했다는 연구에서는 유아기 시절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떨어져 지내다가 처음으로 둘이 만나게 된 일란성쌍둥이들은 오랜 기간 다른 가정에서 자라왔음에도 성격은 비슷비슷했다던데요. 반면 일란성쌍둥이가 같은 집안에서 자랐음에도 누구는 활발하고 누구는 내향적인 경우가 있었다는 정반대의 연구 결과도 있다고 하는데요.


왜 정반대의 연구 결과가 있는 걸까요? 어느 한쪽 연구가 거짓인 걸까요? 개인적으로 그 이유는 다른 가정이라고 꼭 유의미하게 다른 환경인 것도 아니며, 같은 집안이라고 해서 꼭 같은 환경인 것도 아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같은 집안이어도 아이들에게 정반대의 대우를 해주는 일은 존재하며 부모의 양육 태도에 따라서 아이의 본래 기질이 눈에 띌 정도로 작아져 버리는 일도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전 세계 인구가 80억 명이면 80억 종류의 사람이 존재한다고 여기지만, 우리는 정해진 주제마다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뉘게 되고, 그러한 것들의 교집합에 위치한 모습이 바로 자신의 모습입니다.


그 결과 ‘사람은 모두 똑같지도, 그렇다고 모두 다르지도 않은’ 현상이 생겨나게 됩니다. 자신의 성향에 따라 비슷한 사람을 만나는 게 쉬울 수도, 어려울 수도 있지만 나와 첫 만남부터 잘 통하는 사람은 전 세계를 뒤진다면 반드시 존재하게 되며, 어떤 성향이 발현되었다면 반대되는 성향은 그만큼 줄어들었기에 아무리 오래 함께 해도 통하지 않는 사람 역시 존재하게 되는 것이죠.


사람의 성격을 완벽하게 알아내는 검사는 아직 없다고 하지만, 지금 존재하는 성격 검사들이 무의미하게 작용하지 않는 이유 역시 성격은 양육 환경 과정의 여러 경험을 바탕으로 후천적으로 형성되는 것이며, 만약 어떤 사람에 대해 최대한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면 양육 환경, 지능, 시대적 배경, 경제력, 건강, 살아오면서 발생한 경험 등 동시에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것들의 모든 인과관계를 풀어내야 할 것입니다.


똑같은 사람이어도 어떤 환경에서 자랐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 다시 일란성쌍둥이 이야기를 떠올려 본다면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준 양측 모두 올바른 연구였다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쌍둥이가 아님에도 내가 알던 사람과 외모와 성격이 굉장히 흡사한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저는 이런 경험을 여러 번 겪고서 이것에 실마리가 있다고 느꼈고 계속 관찰하고 생각해 왔습니다.


② 본성은 유전

성격이 양육환경 같은 환경적 요인들로 인하여 형성되는 것이었다면, 본성은 유전적 요인에 답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제가 주목한 부분은 ‘지능’이었는데, ‘기브 앤 테이크’라는 책에서 사람을 ‘받은 것보다 더 베푸는 사람(기버), 받은 만큼 돌려주는 중립적인 사람(매처), 덜 베풀거나 빼앗는 사람(테이커)’ 세 분류로 나눴고, 그들의 비율이 사람들의 지능 분포와 매우 흡사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 지능에 대해 말하기에 앞서 지능이 높다는 것에 대한 보편적인 오해를 먼저 풀고자 합니다. 지능이 높게 측정되었다는 건 우월한 게 아니라 다름으로 인한 결과이며, 지능 검사는 뇌의 일정한 기능을 ‘측정’하는 것입니다.


지능을 측정했다면 여러분과 비슷한 범주에 속하는 집단을 기준으로 평균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 확인하는 상대적인 평가를 하는 검사이기에 단순한 수치보다는 상위%, 하위%를 알려주는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며, 이는 개인의 상황, 성격, 검사 진행 환경 등에 따라서 평소 발휘하고 있는 지능보다 낮게 측정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지능이 높다고 사회를 살아감에 무조건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아니며, 일반 지능에 속하는 사람이 대부분을 이루는 현대사회에서 그들에게 맞춰진 사회시스템에서 사회적 소수로 살아가는 고지능자들의 삶은 불행하게 흘러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그들의 성격과는 별개로 사고방식이 논리적이고 이성이며 추론력이 높아 상대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알며 기본적으로 예의를 지킬 줄 압니다. 더불어 공과 사를 구분하여 옳고 그름을 분명하게 논하기 때문에 ‘착하다’, ‘바르다’라는 식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는 합니다. 실제로 착할 수도 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사고방식에 의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불어 경제적, 정서적으로 좋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라면 수많은 긍정적인 경험들로 사회를 바라보는 태도나 가치관도 좋은 방향으로 자리 잡게 되고 뛰어난 자기 회복력으로 힘든 상황에서의 극복 능력이 높아지며, 지능과 지식 그리고 인품을 갖추게 된 이들은 사회적 성공에 유리해집니다.


그렇다면 유전적, 환경적으로 좋지 못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은 경제적 지원이 없었기에 사회적 위치도 바랄 수 없고, 가치관과 사고방식이 부정적으로 자리 잡혔으니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요?



※ 위처럼 타고난 지적 수준이 높은 아이들은 머리를 쓰는 직업이 좋은 대우를 받는 현대 사회와 좋은 양육 환경의 시너지로 남들보다 잘 사는 경우도 있지만, 전반적인 사회 구조는 고지능자를 위해 짜여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다수결 원칙과 경제 순환이 이루어져야만 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기에, 이러한 사회 구조 속에서 ‘사고방식이 다른 사회적 소수’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남들로부터 보호받을 만한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오히려 배척당하기도 하는 등 소수에 해당하는 이들은 언제나 극과 극의 인생을 살아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또한, 긍정적인 경험과 부정적인 경험 중 어느 쪽 경험이 더 많은지에 따라 논리와 이성이 언제나 좋은 방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감정 능력이 부족한 것 또한 상황에 따라 안 좋게 작용되는 순간도 있으니까요.




<인격이 어떻게 형성되었느냐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 능력이다>

모두가 착하다면 당연히 착한 성격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성격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우리의 세상은 한 가지 유형의 성격만 있지는 않고 각 성격마다 장단점은 공존하기에 성격이 올곧다고 꼭 좋은 결과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자기중심적이라고 나쁜 결과로만 흘러가지도 않습니다.


업무에서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서도 어떤 직업은 올곧음이 중요한 기질이지만, 어떤 직업은 자기중심적인 성향이 더 유리하게 작용되는 경우도 있으며 현재 우리의 사회는 다양한 성향들이 제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며 돌아가는 구조에 있습니다.


우리가 바라보아야 하는 방향은 내 성격이 못난 것 같으니 바꾸는 태도가 아니라, 자신의 기질을 최대한 발휘하며 살아가되, 그로 인해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기질 때문에 자신과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올바른 인성이란 소통 능력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좋고 나쁜 성향이라는 건 결국 사람들이 정해 놓은 기준에 따라 굳혀진 것들일 뿐, 지금은 우리에게 부족함이 있더라도 소통을 통해 상황을 개선하고 조율하며 발전을 해나갈 수가 있다면 결국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할 것이며, 이러한 삶의 방식이 가능한 사람들은 올바른 인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름을 수용하고 틀림은 배척하며 함께 발전해 나갈 수 있다면 우리 모두는 서로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꿔주며 지금보다 나은 방향의 사회로 나아갈 수 있게 될 거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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