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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바람 Oct 28. 2022

음악은 영원하다 - 휴대용 CDP 구입기

중학생 시절 일부 친구들은 워크맨을 일부 친구들은 CD 플레이어를 구입했다. 당시 난 어머니를 졸라 파나소닉 CDP를 용산에서 구입했다. 용산역 개표소 입구의 음향기기 판매 매장의 엄청난 호객 행위와 달콤한 말에 속아 구입했던 파나소닉 CDP는 아마 그 당시 분명 중고였을 건데, 어린 마음에 영업사원의 말에 속아 새 거 가격에 구입을 했고, 이어폰 가격 추가, 배터리 가격 추가라는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구입을 했다. 그 이후 CDP를 두 번 정도 더 샀던 거익이 난다. 아무래도 기술이 발달을 하니 CDP의 두께는 점점 얇아지고, 단순히 CD만 읽는 것을 지나 MP3 파일도 읽는 CDP가 등장하게 되었다. 공 CD에 MP3를 꽉꽉 채워 넣고 듣던 그 시절이 내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이었다. 아마도 그 당시는 유선 이어폰을 귀에 꽂으며 음악을 들으며 길을 걷던 것이 일상이던 시절이었다.

이젠 음악을 듣기 위해 MP3 플레이어나 워크맨 혹은 CDP를 구입하는 것은 불필요한 행위로 비치기 십상이다. 아무래도 스마트폰의 여러 스트리밍 어플을 통해 한 달에 몇 천 원만 내면 들을 수 있는 음원 사이트들이 너무나 많다. 그리고, 그 음악은 신곡이 출시되면 - 그리고 아주 오래전에 잠깐 기억에 남던 그 음악을 들을 수 있으니 분명 편리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턴가 사람들은 아날로그의 장비인 카세트테이프나 LP를 듣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카세트테이프나 LP에서 같이 섞여 나오는 노이즈는 음악을 좀 더 감성적이게 만드니, 그게 나름 매력이라 칭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헌데, CD는 그 사이에서 참 애매한 매체였다. 완전한 아날로그도 아니고 - 그렇다고 완전한 디지털도 아니었다. 분명 음원은 디지털이다 보니 깔끔한 음질을 제공해주었으나, 아날로그가 가지는 극런 감성적 효과를 누릴 수 없었다. 거기에 덧 붙여 CDP는 아날로그가 가지고 있는 그 불편함을 완벽하게 가지고 있으니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단점을 함께 섞은 묘한 매체가 되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 이태원의 "바이닐 앤 플라스틱"을 방문하였을 때, CD 매장은 철수하였던 것을 보았을 때, 한 시대를 풍미하던 "매체"의 종말이란 씁쓸함을 느낄 수 있었다. 분명 CD는 완전한 아날로그나 혹은 완전한 디지털과는 다른 묘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그 시절 CDP를 통해 듣는 음질, 그리고 CD만 가지고 있는 고유의 재킷 디자인. 무언가 음악을 듣기 위해 CD를 찾아 트랙 버튼을 누르던 그 시절의 추억은 분명 아날로그와 다른 - 혹은 디지털과 다른 그런 느낌의 음악 청취 방법이었다. 무심코 책장을 바라보니 쌓여있는 여러 음악들을 바라보며 다시 CD 음악을 들어볼까 하는 생각에 인터넷에 CDP를 검색해 본다. 마침, 신혼여행 때 산 뱅 앤 올룹슨 이어폰이 하나 있으니, 그걸 잘 조합해서 들으면 분명 최고의 음질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최근에 CDP는 메이저 업체에서 만들질 않는다. 그나마 필립스의 제품이 있었으나, 그 제품은 글로벌 단종인 듯하고, 99% 중소기업 제품밖에 없었다. 그러다 마침 해외 구매 상품 중 도시바 제품을 발견하게 되었다. 현재 도시바는 과거의 명맥을 유지하는 회사는 아니다. 분명 과거 모 MP3 회사처럼 그 저력을 상실했을 것이 분명 하나, 국산 중소기업 제품과 가격이 큰 차이가 나질 않아 주문을 결정했다. 물론, 국산 중소기업이나 도시바나 혹은 알리바바 제품이나 어차피 메이드 인 차이나이니 어떤 걸 구입해도 상관없을 듯하다.

하지만 생각보다 마감은 영 아니다. 마지막 CDP는 알루미늄 바디에 튼튼하게 제작이 되었는데, 금속성 부속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힘없는 플라스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무게는 상당히 가벼웠으며, 어차피 디지털 음원이니 음질도 충분히 CD 만큼의 성능을 보여준다. 혹시 어린 시절 CD를 아직 안 버리고 있다면, 인터넷에서 CDP를 한 번 주문해서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건전지 두 개만 있으면 되니 재밌게 음악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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