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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바람 Aug 15. 2023

딸아이가 좋아하는 글 쓰기

2020년, 코로나가 시작되었을 때부터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정말 회사 일이 힘들었기 때문이었는지? 우울증 아닌 우울증이 있었고, 나도 모르게 짜증을 내고 화를 내는 일이 많았다. 마침 6년 만에 우리에게 온 둘째 덕분에 행복한 일들만 펼쳐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막상 회사에서 일은 쉽지만은 않았다. 내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니 늘 우울했고, 그 우울한 감정이 자꾸 쌓이다 보니 짜증이 밀려왔으니 가족들에게 참 소홀했던 것 같다. 그러다 우연찮게 인터넷에서 보게 된 카메라 하나. 물론, 그 당시엔 카메라가 없었던 것도 아니고 항상 들고 다니던 카메라가 있었지만, 와이프에게 용기를 내서 이야길 했다.


"여보. 라이카 카메라가 있는데, 500만 원쯤 해. 사도 될까?"


와이프는 허튼데 돈 쓰는 게 아니라 하였는지 선뜻 허락을 했다. 물론, 그동안 카메라에 돈을 안 쓴 건 아니다. 하지만 바디만 500만 원이라 하는데 선뜻 놀랐을 듯한데, 그래도 이거라도 사면 우울감이 사라지고 자신감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 선뜻 허락한 모양이다. 하지만, 사실 바디만 500만 원이라, 렌즈 가격은 이야길 하지 못했다.


"근데 말이야... 렌즈가... 중고로 170만 원쯤 해..."


카메라 한 대에 700만 원이라니. 그래도 와이프는 선뜻 허락을 해 주었다. 몇 달지 월급이었지만, 그래도 그것 하나만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면 좋다는 생각을 했었나 보다. 마침 내가 카메라를 산 시기는 코로나가 한창 유행이던 시기여서 아이를 데리고 밖에서 찍을 수 없어, 집에서 주야장천 찍어댔다. 잠자는 아이의 모습. 누워있는 아이의 모습. 혹은 동생과 노는 아이의 모습 등등


그러다 1년간 열심히 사진을 찍다가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다시 와이프에게 이야길 한다.


"여보. 지금 있는 디지털카메라보다 필름 카메라로 바꾸는 건 어떨까?"


약 50만 원 정도 손해를 보고 이것저것 팔아서 다시 라이카 MP라는 필름 카메라를 산 다니 참 나도 대책 없는 모양이다. 한참 고민을 하다 역시 허락을 해 준다. 그리고 그때부터 내 삶은 항상 카메라가 함께했고, 카메라로 바라보는 내 시선을 사진으로 남기며 기록을 남겨왔다. 어떤 때는 딸아이의 모습을, 어떤 때는 거리의 모습을 남기던 그 시각. 그러던 중, 우연찮게 도전한 브런치를 통해 브런치에 글을 연재할 수 있게 되었고, 나의 첫 구독자인 큰 딸아이의 시각에 맞게 사진에 대한 글도 올리며 - 동화도 써 가며 글을 올리곤 했다.

사실, 글을 쓰는 작가는 욕심이 많다. 정작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이 있으니 - 그 글이 잘 되기를 바라는 건 작가로서 욕심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언젠가 딸아이는 아빠의 브런치 글을 보는 게 아니라 다른 작가의 글을 보면서 웃고 있는 모습을 보니 참 이상했다.


"스텔라. 아빠 글은 재미없어?"

"응. 아빠 글은 너무 어려워. 그리고 가끔은 우울해져."


사실, 내가 사진을 시작하면서 기쁨을 찾았고, 글을 쓰면서 행복함을 얻었지만, 막상 내가 쓴 글이 어렵고 우울해진다 하니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고민이 앞섰다. 그래서 한 며칠(2주 정도)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실직에 관한 글, 거리에 대한 느낌, 컨설턴트로서 삶 등등 그 모든 것들이 사실은 내가 쓰고 싶은 글이긴 하지만 막상 나의 첫 독자인 딸아이에게는 어려운 글이었던 것 같다. 딸아이는 아빠가 항상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어주었을 때 행복해했고, 딸아이가 만든 캐릭터인 찍찍이 이야기를 쓸 때 가장 재미있게 글을 읽어주곤 했다. 그동안 무심했던 게 사실이다. 나의 첫 구독자이자, 항상 응원해 주는 큰 딸을 위한 글을 등한시했던 것이다.




딸아이는 아빠가 카메라를 들 때 항상 의식하며 브이자를 그린다. 그리고, 항상 궁금한 듯 물어본다. 


"아빠. 이 사진은 언제 올릴 거야?"


사실 어딘가에 사진을 투고해 본 적도 없고, 누군가 보여주기 위해 사진을 찍은 적도 없다. 그냥 사진이 좋아서 찍은 건데, 막상 누군가에게 글을 보여줄 것인가 하고 생각해 보니, 가끔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게 딸아이에게는 행복이고 기쁨이었던 모양이다. 아차 싶었다. 그리고 잠시 글을 멈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시 카메라를 들고 가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광복절 연휴.


마침 가족들이 다 모여있던 하루였기에 점심에 맛있는 짜장면을 먹으러 근처 식당에 갔다. 아직 아이들이라 그런지 짜장면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다. 그리고 카메라로 연신 사진을 찍어대니 자연스럽게 첫째와 둘째는 포즈를 취한다. 아빠가 언젠가 브런치에 글을 올릴 거란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 혼자만 생각한 모양이다. 내가 찍는 사진 한 장, 글 한자 모두 가족들이 소재였고, 가족들 덕분에 만들어가는 것들이었는데 말이다. 좀 더 재밌게 글을 써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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