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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바람 Jul 02. 2024

우리가 지나친 것 들

열두 번째 사진과 글 한 덩이

Leica X1, Elmarit 28/2.8, 경조흑백모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Kota Tua는 네덜란드 식민청이 있던 곳이다. 그리고 그 곳은 인도네시아 원주민을 향해 조준하던 대포들을 치우지 않은 채 여전히 그 곳에 남아 있다. 누군가에게는 참 신기한 광경일지 모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억압의 상징이면서 통치의 수단으로서 흔적으로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인도네시아어로 Orang Tua는 부모님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즉, 사람이라 뜻의 Orang과 어른 혹은 나이가 많은 사람을 의미하는 Tua가 결합된 단어이듯, Kota Tua는 오래된 도시를 의미하는 것이다. 자카르타에서 Kota Tua는 오래된 도시. 즉, 과거 잊고 싶지만 절대로 잊지말아야 할 과거의 기억이 남아있는 흔적을 뜻하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흔적 중 하나는 네덜란드의 식민지 흔적이 남아있는 대포가 여전히 남아 있었고, 관광객들이 그곳을 구경하며 사진을 찍고 포즈를 취하는 장소로 남아 있었다. 단지 자카르타를 아름다운 도시로, 혹은 여행의 한 코스로 생각한다면 그 속에 남아있는 내면의 이미지는 전혀 바라보지 못한 채 추억을 남기기 위한 도구로 사진을 찍어댈지 모른다.

과거 일제 식민 통치를 상징하던 장소였던 중앙청 - 아니 조선총독부는 국립중앙박물관으로 활용된 적이 있었다. 어린 시절, 부모님 손을 잡고 웅장한 대리석 건물을 바라보며 우리나라의 멋진 유산들을 구경하던 기억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에 그 건물을 무너져 버린다. 사실 일제 식민 통치라는 아픈 기억과 우리나라의 찬란한 문화 유산이 혼재하던 국립중앙박물관이라는 기억이 서로 혼재되어 있는 상태에서 사진을 찍고 기록을 남기는 모습은 단지 그 한 순간만을 바라보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서울 한 복판의 최고 명당 자리에 위치했던 화려한 대리석 건물은 사실 우리를 억압하고 통치하던 하나의 상징이었다는 것을 “박물관”이라는 존재에 가려져 버렸던 것이다. 어린 시절 TV를 통해 조선총독부, 아니 중앙청을 폭파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시절. 그리고 시간이 지나 그런 곳이 존재하는지 조차 잊혀졌던 그 기억들 속에 우리는 과거 우리의 역사가 그러했다는 사실 마저도 잊어버렸는지 모른다.

Kota Tua는 여전히 존재한다. 인도네시아는 여전히 그 장소를 그대로 남겨두었다. 아니, 정확하게 이야기 하면 그 장소를 보수하지 않은 채 그대로 남겨두었다. 시간이 지나 잊혀지는 그 순간 그 모든 상처가 치유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인지 모른다.


누군가는 동남아시아의 문화 혹은 정치적 후진성 때문에 유지보수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남겨두었다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Kantor Pos(우체국)으로 활용하지만, 그 건물의 뼈대가 그대로 남아있어도 남겨두는 모습을 바라볼 때 상처가 아물때 까지 남겨두고자 하는 의지도 함께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이 그들이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모든 장소에서 우리는 사진만으로, 그리고 흔적만으로 그 안에 담겨진 실제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다. 단지 우리 눈으로 바라보며, 부족한 정보를 가지고 그 안의 이미지만을 생각할 뿐이다.


그저 그곳이 가지고 있던 과거의 기억이 어떤 것인지 알아주길 원하며, 그 곳에서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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