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사진과 글 한덩이
자카르타에서 근무하던 시절. 꼭 한 번 방문하고자 했던 자카르타 대성당을 갔을 때 일이다. 자카르타에서 가장 큰 대성당 맞은편에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이슬람 사원이 있었으니 서로 양립하지 못할 것 같은 두 종교가 서로를 마주보며 존재한다는 것이 신기한 광경이었다.
마침 그 날은 토요일이었고, 성당 주위를 돌며 사진을 찍던 때 였다. 그러다 우연히 지켜보게 된 인도네시아 현지인들의 결혼식 광경이었다. 들러리는 인도네시아 정통 복장을 착용하였지만, 인도네시아의 전통 결혼식의 모습과는 차이를 보였다. 우연한 기회에 바라보게 된 모습. 그 모습에서 그들이 만들어 낸 문화를 바라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결혼식도 일정 부분에서는 나름의 전통 문화가 같이 결합된 모습이다. 요즘은 웨딩홀에서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주례와 사회자의 지휘아래 결혼식이라는 예식을 진행하는 모습에는 큰 차이는 없지만, 결혼이 끝나고 나면 급하게 한복으로 갈아입고 폐백이라는 또 다른 행사를 하는 모습. 여러 이바지 음식 앞에서 대추와 밤을 던지며 많은 자녀들과 행복하길 바라는 모습은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이 글은 결혼식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적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결혼식을 바라보며,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바라보는 관점에서는 어떠한 것들이 기록에 남을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 보고 싶었다.
아무래도 전문 사진작가로 참여하는게 아니라면 그저 어느 한 장소에서 고정된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진을 남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신랑과 신부의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으로 담으며, 그 사진이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부부에게 선물로서 제공해주는 짧은 의식. 여기서 찍는 사진은 그저 신랑과 신부의 결합을 바라보는 관점일 뿐만 아니라, “목격자”라는 관점에서 남기는 사진의 의미가 더 클 수 있다.
언젠가 한 카메라 회사의 광고를 본 적이 있다. 그 카메라 회사는 사진을 찍는 행위를 “예술”이나 “기록”이 아닌 “목격자”의 관점에서 사진을 찍는 행위라고 알려주었다. 어느 한 장소에 고정된 시각이긴 하지만 말이다.
내가 자카르타에서 바라보았던 결혼식의 한 풍경. 그리고 한국에서 지인의 결혼식을 바라보며 남겼던 한 풍경. 그 모든 것들이 결국은 두 부부의 결합을 바라보는 “목격자”의 시선이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