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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바람 Jul 01. 2024

Cafe Batavia

열 번째 사진과 글 한덩이

Leica X1, Elmarit 28/2.8, 경조흑백 모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여행하다 보면 필수 관광 코스 중 하나가 바로 Cafe Batavia 방문이다. 인도네시아의 커피는 워낙 유명하니, 그 중 유명한 카페를 방문하여 커피를 한 잔 마시는 것 만큼 좋은 방문 코스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Cafe Batavia와 함께 Kota Tua를 구경하며 사진 몇 장 찍는 것은 일종의 고정 코스화 되어간 듯 하다.

필자는 인도네시아를 몇 차례 방문했지만 사실 Cafe Batavia에서 커피를 마셔보진 않았다. 그저 인도네시아식 커피를 몇 잔 마셔보았을 뿐, Cafa Batavia 주위를 둘러보기만 했을 뿐, 직접 가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여유를 가져보진 않았다. 아마 바쁜 출장 일정 때문일 수 있고, 어쩌면 관광객들만 있는 그 곳이 너무 복잡했기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여행을 하다 보면, 꼭 가야할 명소 중 하나는 그 지역 혹은 그 나라의 유명한 음식점, 그리고 그 지역의 유명한 카페에 들러 차 혹은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인증샷을 남기는 것이 하나의 관례처럼 남게된 것은 우리에게 “사진”이 일상으로 다가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꼭 외국이 아니라 하더라도 멋진 카페를 방문하게 되면 아니면 멋있는 식당을 방문하면 인증샷을 남기며 SNS에 그 곳을 방문한 기록을 남기는 것이 일상이 된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워졌다. 그저 사진 한 장 남기는 것이 별거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그 사진을 통해 방문했던 곳에 대한 기억 - 그리고 추억을 남기는 요소가 되었으니 말이다.

영화 “블레이드러너”의 레플리칸트는 사진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최신 과학기술로 만들어진 레플리칸트에게 있어서 “기억”이 존재하지 않으니, 그 기억을 유지하는 요소는 바로 사진이었고, 그 사진을 통해 과거의 기억. 혹은 우리가 살아온 기억에 대한 기록을 공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쩌면 우리에게 “사진”은 일상을 담는 기록의 도구로서, 그리고 기억에 대한 존재를 확인하기 위한 도구로서 활용하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 기억에 대한 흔적을 남기고자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을 활용한 기억에 대한 흔적을 담고자 하는 시도도 많이 하곤 한다.

그러다 조금씩 발전하는 기능 중 하나는 “액션캠”을 활용하여 단지 흔적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그때 움직였던 모습, 주위의 소리와 대화의 기록도 함께 남기려 하는 시도도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한다. 결국 사진이 가지고 있는 기록의 한계를 다양한 도구로 활용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그러다 보니 요즘 기술은 VR을 활용하여 360도를 전부 촬영할 수 있는 기능까지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기록들속에 그 안의 내면을 담아내는 기능은 아직은 존재하지 않는다. Kota Tua라는 이름은 과거 인도네시아를 식민통치 했던 네덜란드 식민청이 존재 했던 곳의 이름이라는 것. 그리고 Cafa Batavia 역시 당시 식민통치를 했던 네덜란드인들이 즐겨 찾던 카페였다는 것을 기록으로 남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저 보완해야 할 자료로서, 인터넷의 자료들을 찾아가며 채워넣어야 하는 것이다.


그 당시 Cafe Batavia는 많은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그리고 한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방문했기에, 주위에서 들리는 한국인의 대화도 종종 들리곤 했던 곳이었다. 다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주위에 있는 대포 앞에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을 바라보았지만, 그 대포가 인도네시아의 원주민을 향했다는 것을 인지하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그저 Cafa Batavia는 인도네시아 커피를 향긋하게 마실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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