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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Mar 21. 2017

40대의 연애와 결혼

40대 만의 아름다움은 분명히 있다

사랑에는 정해진 시기가 없다.

정말로 괜찮은 형이 있었다. 명문대를 나와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안정적인 직장을 다녔으며, 문화생활도 즐기며 사는 멋진 형이었다. 엄청난 미남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큰 키에 좋은 인상을 갖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형이 왜 40이 될 때까지 결혼을 못하고 있는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사실 그 형은 결혼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고 있는 것이었다. 소개팅도 들어오면 했지만 그 형은 평생을 함께 살며 가정을 꾸려갈 사람을 머리에 그려놓고 있었다. 그리고 그 형은 40이 넘어서 소개팅으로 만난 형수님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결혼을 했다. 그리고 형수님 직장을 따라 이사하기 위해서 결혼을 하고 얼마 뒤에 회사를 그만두고 외하는 삶을 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을 본지가 벌써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도 형수님 직장 근처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같이 퇴근한다는 그 형 부부 얘기를 들으면 결혼 초기에 손을 잡고 앞뒤로 흔들며 걸어가던 40대 신혼부부의 모습이 떠오른다.


40대의 연애, 그리고 결혼

40대가 되어도 연애를 할 수 있을지, 결혼을 할 수 있을지 두려워하는 20, 30대가 생각보다 많다. 그리고 그런 두려움으로 인해서 적당히 나이에 맞춰서 쫓기듯이 결혼을 했다가 적당히 돌아오는 경우 또한 생각보다 많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적당히 갔다가 돌아올 바에야 아예 결혼을 신중하게, 늦게 하고 돌아오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정말 같이 못살겠다면 이혼하는 게 맞겠지만, 이혼을 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며 이혼을 하는 과정에서 입게 되는 상처도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때로는 그 상처가 치유되는데 필요한 시간이 결혼기간보다도 긴 경우도 있을 정도로.


그리고 아직 40은 안됐지만, 40이 되려면 몇 년 남았지만 40대에 연애하고 결혼하는 형님, 또는 누님들 부부를 보면 40대 만의 연애와 결혼이 갖는 아름다움이 있음을 발견한다. 아무래도 40년을 살면서 조금 더 다듬어지고, 성숙해지기 때문에 40대의 연애와 결혼은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20대, 30대보다 훨씬 안정적이다. 그래서 40대의 연인 혹은 신혼부부는 서로를 더 존중할 줄 알고, 자신의 것을 양보할 줄도 안다. 어떤 이들은 물질적인 안정 얘기를 하지만 사실 물질적인 것은 말 그대로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이기 때문에 이는 함부로 말할 문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사람이 20대, 30대일 때보다는 상대적으로 물질적으로 여유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20, 30대에 마음만으로 하는 연애나, 결혼에 조급해하면서 하는 연애보다 40대의 연애는 훨씬 '어른들의 연애'다. 그래서 가정을 꾸릴 사람, 평생 함께 살아갈 친구 같은 파트너를 찾는 것이 연애의 목적이라면 사실 너무 나이 때문에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20대에 일찍 결혼한 친구들이, 본인들이 경험해보지 않았기에 30대에 싱글인 나의 연애를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40대 형님과 누님들의 연애를 보면, 분명 그들만의 아름다움이 있더라. 나는 아직 할 줄 모르는.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의 관계다.

물론 40대의 결혼에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내가 아는 40대에 결혼한 형님, 누님 부부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2세에 대한 것이다.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 보니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아기가 생기는 것이 어렸을 때보다 어려운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힘들어하는 부부도 분명히 있다. (물론 다 그런 것도 아니고 계획에 없던 아기가 생기는 경우도 봤다.) 하지만 40대 신혼부부를 보며 내가 놀란 것은, 그들은 그런 시간마저도 함께 '잘' 보낼 줄 알더라는 것이다.


모든 40대가 그렇지는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건강한 사람이라면, 나이가 들수록 누군가와 더 건강한 관계를 형성해 나갈 수 있게 다듬어질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래서 40대들만 갖고 있는 연애와 결혼의 아름다움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가정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자녀가 아니라 부부의 관계이기 때문에, 어쩌면 40대의 연애와 결혼이 가장 이상적인 관계에 가까운 모습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가정을 꾸리는데 더 중요한 것은 한 살이라도 어렸을 때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을 꾸렸을 때 좋은 배우자가 되기 위한 준비를 그때까지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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