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관계에는 답이 있다. 8편
얼마 전에 책이 나와서, 책을 드린다는 핑계로 무려 4년 반에 나를 아껴주시던 변호사님을 찾아뵈었다. 박사학위를 받고 나서 논문을 드리러 갔던 게 4년 반 전의 만남. 그 뒤에 자리를 잡거나 좋은 일이 있으면 연락을 드리려고 했는데 방황을 하다 보니 연락드릴 일이 마땅히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책이 나온 것을 핑계 삼아 오랜만에 연락을 드렸다.
여러 이야기가 나오던 중에 변호사님께서 "이제 결혼만 하면 되는데... 아 물론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단 건 아닌데 우리가 현실적으로 옆에 누군가가 필요로 하긴 하니까"라고 하시더라. 익숙한 흐름이다. 심지어 얼마 전에 집을 알아보러 다닐 때 부동산 사장님도 내 나이대를 듣더니 "신혼집을 찾으러 다녀야지 왜 혼자 살 집을 찾아요"라고 하셨을 정도니까. 매우, 매우 흔하게 접하는 이젠 타격도 받지 않는 이야기다.
그 이야기를 들으시던 옆에 있는 변호사님께서 "결혼하지 마, 하지 마. 어휴 그 피곤한 걸 왜 해? 그냥 연애나 하고 살면 되지 결혼은 절대로 하지 마"라고 하시더라. 그 변호사님은 집이 사무실 바로 앞임에도 불구하고 일이 없어도 저녁 9시에 퇴근하신다니 그렇게 말씀하시는 게 충분히 이해가 되고도 남았다. 그런데, 40대 초반의 노총각 정도가 되면 이 시나리오도 익숙하다. 주위에서 꼭 결혼을 하라는 사람보단 결혼 절대로 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기한 건 절대로 결혼은 하지 말라는 사람들이 이혼은 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아이가 어려서 이혼은 못한다는 지인들도 있는데, 아이가 대학교에 가서 이혼을 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에도 이혼을 하지 않고 사는 분들도 적지 않다. 그들이 그러는 데는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
분명히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 이유는 그날 대화에서도 나왔다. "결혼은 꼭 하지 않아도 되는데 옆에 함께 할 사람이 필요하긴 하지 현실적으로"라는 데는 내일모레 60이신 두 분이 모두 동의하시더라. 현실적으로 결혼이 필요한 지점은 여기에 있다. 싱글로 오래 살아보지 않으신 분들은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다면, 그건 "평생 연애"하는 건 극소수 사람들에게만 가능한 일이란 것이다.
연애와 결혼 "시장"에 대해 생각해 보자. 남자들이 '같은 조건이라면 나이가 더 어린 여자'를 선호한다는 건 널리 알려진, 객관적인 사실이다. 그런데 남자들만 그런 것은 아니다. 여자들도 30대 어디쯤인가를 지나기 시작하면 '기왕이면 연하...'를 생각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남자들은 30대 중분을 넘어가면 대부분은 연상을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런데 모든 남자들이 같은 조건이면 만나고 싶어 하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여자들의 입장에선 보통 30대 중반 이상의 남자를 만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이러한 패턴은 40-50대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나이를 기준으로만 봐도 30대 중반 이후가 되면 만남의 기회가 적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다른 요소들까지 더해보면 연애와 결혼시장은 급격하게 복잡해진다. 나이가 조금 많아도 경제력이 있는 남자들은 연애와 결혼 시장에서 여전히 인기가 있다. 그런데 경제력 있는 남자들은 자신의 돈을 보고 피를 빨아먹으려고 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런 것도 상관없는 남자들은 보통 자신의 재력만큼이나 자신의 마음대로 연애와 결혼생활을 하고 싶어 하는데, 그걸 순순히 받아들이는 여자는 많지 않다. 그리고 대부분 남자들은 자신보다 뛰어난 여자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데, 그렇다고 해서 또 일을 안 하는 여자도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나이와 경제력만 놓고 봐도 이렇게 복잡하다. 물론, 그 사이에는 아웃라이어들도 있다. 그래서 엄청난 연하 남자가 연상 여자를 만나기도 하고 10살 이상 차이 나는 남자와 만나고 결혼하는 여자들도 있다. 그런데 그런 내용이 매체를 통해 알려지고 화제가 되는 건 그런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90%까지는 아니어도 70-80%의 사람들은 위에 두 가지 변수에 위처럼 반응하는 듯하다. 그렇다 보니 30대 중반 이상의 사람들은 연애와 결혼이 모두 어렵다. 여기에 나이가 들면서 '본전' 생각까지 하면 답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애가 가능하다고 치자. 그렇다면 그 연애는 지속가능할까?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기중심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애의 경우 두 사람 중 한 사람만 아니다 싶으면 금방 끝나버릴 수 있다. 이미 연애를 수년간 지속해 왔는데 굳이 결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있는 사이가 아니라면 연애만으로 관계가 지속가능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렇다면 연애 같은 건 안 하고 살면 어떨까? 40대 초반의 노총각이 되는 과정에서는 당연히 이 옵션도 고려하게 되는데, 그게 평생 괜찮은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 사람들은 극 T이거나 무엇인가에 완전히 빠져 있는 덕후여야 하는데 대부분 사람들은 어느 정도는 F적인 성향을 갖고 있고 덕후적인 성향이 있어도 그것만으로 모든 관계적인 욕구가 충족되진 않는다. 그런데 앞의 글에서 설명했듯이 친구나 지인의 관계는 현실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친구나 지인의 경우 단발적으로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공감해 줄 수는 있지만 그게 지속가능할 수는 없다. 그들이 나빠서가 아니라 그들의 삶도 복잡하고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감정적으로 이입해서 공감을 해주려면, 상대의 이해관계가 그 사람의 이해관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모든 사람은 필연적으로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에 이러한 현실은 피할 수 없다.
연애, 그리고 사실 궁극적으로는 결혼이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힘들게 결혼해서, 더 힘들게 이혼한 사람들 중에 왜 굳이 재혼을 하려는 사람이 있고 평생을 싱글로 살았고 카이스트에 766억 원을 기부하신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님이 83세에 결혼을 했을까? 대부분 사람들은 혼자 살 정도로 강하지 않다. 지금 당장은 괜찮은 것 같아도 그게 평생 지속가능할 것이란 보장도 없고, 진심으로 외롭고 누군가가 필요할 때 함께 할 사람을 찾을 수 있다는 보장은 더욱더 없다.
연애와 결혼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그에 대한 내 글들을 참조하시는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