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사적인 관계에선 손해를 보자

모든 관계에는 답이 있다. 9편

by Simon de Cyrene

2년 넘게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가 있다. 내가 촬영, 편집, 출연까지 한다. 내 유튜브 채널이 아니다. 사업을 하고 있는 친한 형의 유튜브다. 처음에는 돈도 받지 않고 했다. 사업을 하는 그 형은 합법적으로 놀 방법이 필요했고, 그 형 사업체의 유튜브 채널을 한단 핑계로 그 형은 월 1-2회 정도 내 사무실 쪽으로 왔다. 그러다 그 형도 욕심이 조금 나기 시작했는지 업계에서 능력자인 분과 촬영을 하고 싶어 했는데, 그 촬영을 하려면 나는 하루를 오롯이 일정에서 빼야 했다. 그때부터 나는 돈을 받고 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보통의 유튜브 촬영, 편집, 출연까지 하는 비용만큼 돈을 받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놀라울 정도로 적은 비용을 받고 일한다. 나는 작년에 한 대기업 유튜브 채널에서 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는데, 그 프로그램에서 내가 받는 얼마 안 되는 출연료보다 이 형 영상 하나당 받는 가격이 더 낮다. 하지만 나는 그에 대한 불만은 없다.


이 형은 원래 월급을 주면서 4대 보험을 등록해 주겠다고 했지만 거절했다. 내가 돈을 지금보다 더 받으면 그만큼 내 책임도 커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법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일도 FM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형도 내게 지출하는 비용이 크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렇기에 내겐 조금 더 자유가 주어지고, 이 형은 나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다.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학위논문을 쓰면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던 대행사에 풀타임으로 들어갈 때 나는 제시받은 것보다 연봉을 600만 원 깎고 들어갔다. 내가 겸업을 하는 조건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 회사를 함께 시작한 다른 친구보다 내 연봉이 많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표도, 그 친구도 내 지인이었기 때문에 한 결정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개인 사정으로 인해 3개월 만에 회사를 나왔지만 지금도 그 친구들과는 잘 지내는 편이다. 술을 잘 마시지도 않는 내가 그들과 만나면 항상 새벽까지 자리가 이어질 정도로.


그전에 나는 이미 스스로의 몸값이 깎이는 걸 경험한 적이 있다. 처음에 투입된 드라마에 나를 끌어들인 형은 제작 및 편성이 되면 자문으로 해서 월 300만 원 정도를 받을 수 있게 해 주겠다고 했었다. 그 작품은 우여곡절 끝에 편성이 됐지만, 그 과정에서 그 형은 그 판에서 나갔고 제작사는 내가 출퇴근하지 않고 보조작가 계약을 한다는 이유로 안 그래도 박봉인 보조작가의 월급을 절반으로 깎은 계약서를 내밀었다.


단순한 보조작가 역할이 아니었기에 화가 났다. 하지만 이미 수개월째 같이 회의하고 기획해 온 작가님과 사적인 관계가 형성된 상태였고, 작가님께서 오랜 고생 끝에 입봉 하시는 걸 돕고 싶어서 그냥 계약을 했다. 작가님은 그 조건이 미안해서인지 나를 회의에도 잘 부르지 않으셨다. 그리고 작가님과 나는 그 뒤에도 한 작품을 같이 했고 지금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좋은 관계, 사적으로 계속 볼 관계에서는 조금씩 손해를 봐도 된다. 아니, 좋은 지인들과 함께 일할 때는 서로 조금씩 손해를 보는 게 낫다. 이는 좋은 지인들은 상대가 손해를 보고 있는 걸 알고, 그렇기 때문에 상대를 함부로 다루지 않고 존중해 주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건 아니다. 지인이라는 핑계로 양아치처럼 구는 사람도 있고, 그렇게 포기하는 걸 고마워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내 기준에선 애초에 '좋은' 지인이 아니고, 난 그런 사람들과 관계를 끊지는 않지만 굳이 애써 관계를 유지하지도 않는다. 일은 더군다나 하지 않는다. 함께 일함으로 인해 관계가 영영 망가질 수도 있단 것을 알기 때문에.


누울 때는 자리를 봐야 한다고 하지 않나. 이런 선택도 사람을 봐가면서 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이런 선택을 하는 기준은 내가 상대를 신뢰할 수 있고, 평생 관계를 이어갈 만한 사람인지 여부에 있다. 상대와 그럭저럭 지낼 사이 같으면 차라리 일을 함께 하지 않고 지내는 게 낫다.


반대로 일이 아니라 사적인 모임 등에 있어서 비용을 정산할 때는 손해를 보기보단 철저히 1/N을 하는 게 낫다. 이건 큰 틀에서 이뤄지는 모임에서 일대일 관계로 평생 같이 갈 정도의 사이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관계에서 손해를 한 번 보기 시작하면 그 사람은 호구로 여겨지거나 그런 호의가 어느 순간서부턴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지가 뭔데 저래? 재수 없게.'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비용을 내야 할 만한 사유가 있는 게 아닌 이상 적당한 지인 관계에서는 1/N을 하는 게 낫다.


하지만 신뢰하고 평생 볼 사이에서는 손해를 보는 게 나은 이유는 그래야 두 사람 사이에 앙금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사이에서 두 사람이 너무 철저하게 본인 것을 챙기다 보면 두 사람은 그 관계와 비용을 비교하게 되고, 그렇게 재고 계산을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두 사람의 관계는 망가질 수 있다. 그리고 그 정도로 신뢰하는 사이라면 보통은 한쪽이 손해를 보면 다음에는 상대가 조금 손해를 보면서 맞춰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 관계는 잃는 게 아니라 서로 조금씩 받아가는 관계가 된다.


모든 관계에서 손해를 봐도 된다는 게 아니다. 정말 신뢰하는 소중하고 중요한 관계에서는 손해를 보는 게 그 관계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단 것이다. 물론, 그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필요는 분명히 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