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says on Love

연애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다

by Simon de Cyrene

연애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편이었다. '짝'부터. 연애가 힘든 사람들에게는 심지어 연애 리얼리티를 보고 배우라고 말하기도 했다. 과거의 일이다. 언젠가부터 연애 관련 리얼리티를 거의 보지 않는다.


과거에 연애 관련 프로그램에선 그래도 남녀관계가 우선이었다. 그런데 그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모든 콘텐츠가 자극적이 되어가고 있는 영향을 받아서일까? 연애 관련 리얼리티 프로그램들도 언젠가부터 남녀 간의 사랑과 미묘한 관계나 현실이 아니라 자극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느낌이다.


아이템만으로는 가장 자극적이라고 할 수 있었던 '환승연애'도 이렇지는 않았다. 기존 커플들 간의 갈등도 보여줬지만, 결론적으로 재회하는 커플들의 모습에서는 두 사람이 서로를 놓지 못하는 이유가, 새롭게 감정이 생기는 관계에서는 고민이 나름대로 그려졌었다. 그런데 이번 환승연애는, 기존 연인들 간의 갈등을 부각한다. 분명히 같은 대화도 다르게 편집하면 두 사람 간에 있는 다른 감정선을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전체 분량의 절반 이상을 싸우는 내용으로 구성하는 느낌이다.


'나는 솔로'는 보지 않은지 이미 오래됐다. '짝' 제작진이 '나는 솔로'를 처음에 되살릴 때만 해도 진정성이 있는, 날 것 그대로의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되살린 느낌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름을 특정한 캐릭터를 가진 사람들에게 붙이기 시작하더니 '나는 솔로'는 연애 리얼리티의 성격을 잃어버리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여전히 남녀가 짝을 찾는 듯한 형식을 갖췄지만, 조금씩 인터뷰 단계에서부터 부딪힐 지점들이 많고 독특한 캐릭터의 사람들을 모아놓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일상에서 찾아보기 힘든 문제들이 반복해서 담기기 시작했다.


방송쟁이들이 자극만을 쫓으며 그러한 구성이 일반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를 고려하지 않는 느낌이다. 일반인을 등장시키면 그 사람이 최소한 사회생활을 할 수는 있을 정도로 편집을 해주는 게 사람들 사이의 예의일 텐데, 그러한 일말의 방송윤리와 도덕도 상실되어 가는 느낌이다. 포털에서 접하게 되는 헤드라인들을 보니 최근에는 연상의 여자분들이 연하의 남자들과 만나는 새로운 연애 프로그램에서 남녀 사이에 10살 이상 차이가 나는 사람들로 캐스팅을 한 듯하더라. 화제성을 높이고, 바이럴도 되겠지만, 연인이 실제로 나올 가능성이 매우, 매우 낮은 캐스팅이 아닌가.


사람을 도구로 쓰는 느낌이라 불편하다. 출연자 중에는 바이럴이 되어서 유명해지는 게 목표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솔로지옥'과 같은 프로그램은 애초에 연애 리얼리티의 형식만 갖추고 셀럽이 되고 싶은 사람들을 모아놓은 듯해서 차라리 불편함이 덜하지만, 진짜 날 것 그대로의 갈등이 발생하고, 진심으로 재회하거나 연인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나온 프로그램들이 그렇게 출연자들을 도구로 사용하는 게 너무, 너무 불편해서 연애 리얼리티는 하나, 둘씩 끊게 된다.


우연히, 연애와 전혀 상관없는 프로그램에서 최근에 한 유튜브채널에서 제작된 '72시간 소개팅'을 보니 대중매체에서 제작되고 있는 연애 리얼리티들이 얼마나 극성만 높이고 있는지가 분명하게 드러나더라. 사람들이 처음 연애 리얼리티를 봤던 요소들을, 매우 진한 에스프레소처럼, 그것도 자연스러운 모습들을 담아서 뽑아낸 영상들을 일하면서 화이트 노이즈처럼 옆에 켜놓고 있다 보니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서로를 선택하지 않더라도, 그 이유를 들으면 납득이 되고 두 사람 각자의 길도 응원하게 되고.


극성을 높인다고 해서 사람들이 계속 보는 것은 아닌데, 유튜브가 아닌 레거시 매체들이 전반적으로 자극만 쫓는 느낌이다. 드라마들을 그렇게 만들었던 것이 이젠 연예 프로그램, 그중에서도 연애 리얼리티로 옮겨 붙은 느낌이랄까? 그게 편한 길일 수는 있는데, 적어도 '방송국'이란 이름을 달았다면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는 시도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시청자들이 왜 요즘에 TV에서는 볼 게 없다고 하는 지도 돌아보고 말이다.


20대들이 72시간 소개팅에 몰입하는 건, 그 안에 편집과 출연진들의 캐릭터를 통해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극성이 아니라 자연스러움과 진짜 감정이 살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한 자연스러운 진짜가 없는 연애 리얼리티는 막장드라마 같은 느낌을 줘서 피로감을 줄 뿐이라는 사실을 제작자들이 이제는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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