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TC

이십 대에 반드시 해야 할 것들(feat. 위고비)

by Simon de Cyrene

지인들이 대부분 30대 중반 이상에서 40대 후반임에도 불구하고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살이 빠진 사람들이 자주 보인다. 그리고 그들은 거의 대부분, 아직까지는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모두 위고비, 삭센다, 마운자로 등 다이어트 약을 맞았더라. 그런 얘기를 들을 때면 한 번씩 흔들린다. 스스로 '근돼'라고 부를 만큼 운동을 오래 해서 근육량도 많지만 살도 많이 쪄 있는 체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근육이 많은 걸 어떻게 입증하냐고 물으신다면, 작년 말에 한약을 지으러 가서 인바디를 재면서 알았다. 한의사 선생님께서 수치를 보더니 처음 보는 수치라고 하셨고, 검색해서 찾아보니 운동선수들과 비슷한 수준의 근육량이더라. 물론, 그들보다 체지방이 훨씬 많기에 내가 그들만큼 훌륭한 몸을 갖고 있단 것은 아니다.


흔들리긴 하지만, 맞지는 않는다.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주사를 맞아서 살을 뺀 사람들이 모르는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맞은 주사의 가장 중요한 효과는 식욕이 억제되는 것이다. 우리 몸에서도 생성되는 식욕억제 성분을 맞음으로써 포만감을 빨리 느끼고, 그러면 덜 먹기 때문에 살이 빠지게 된다. 사실 그렇기 때문에 주사를 끊으면 보통 식욕이 돌아오게 되는데, 그 식욕을 본인이 통제하지 않으면 결국 요요가 와서 살이 더 찌게 된다.


이런 얘기에 어제 만난 지인은 '요요가 무서워서 살을 그럼 안 뺀다고? 일단 빼고 나서 사후적으로 관리해야지'라고 하더라. 틀린 말은 아니다. 정말 건강이 위험해질 정도로 살이 찐 사람들은 그렇게 해서라도 우선 살을 빼고 봐야 한다. 하지만 완전히 맞는 말도 아니다. 이는 지금 나와 있는 다이어트 약들은 결국 덜 먹어서 살이 빠지게 만들다 보니 근육도 같이 빠지게 되는데, 그 이후 운동을 계속 안해서 살이 붙게 되면 근육보다 체지방이 훨씬 많이 붙게 된다. 그 결과 다이어트를 하기 전 몸무게로 돌아가더라도 근육과 체지방의 비율에서 체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다이어트 전보다 높아지게 되고, 이는 건강에 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기초대사량도 낮아지고, 그 결과 지방으로 살도 더 찌게 되기 때문에.


만약 내가 시중에 나와 있는 약들을 맞는다면, 나는 기본적으로 근력운동을 강하게 진행하면서 살이 빠져감에 따라 맞는 용량을 줄여나가서 내 습관과 몸이 약 없이도 적게 먹을 수 있는 상태가 될 수 있게 조절하기 위해 노력할 듯하다. 그런데 이 계획에는 엄청난 빈틈이 있다. 근력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몸이 탄수화물을 동원해야 하는데, 약을 맞으면 입맛이 없어져서 음식을 많이 먹지 않게 되어 탄수화물 섭취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렇게 탄수화물을 충분히 섭취하지 않은 상황에서 운동을 하게 되면 몸은 근육에서 단백질을 뽑아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시작한다. 근손실이 발생한단 것이다.


무조건 적게 먹고 살을 빼본 사람들은 안다. 적게 먹기만 해서 살을 한 번 빼고 나면 악순환에 빠지게 된단 것을. 그렇기 때문에 약을 맞고 살을 뺀 사람들은 똑같은 악순환에 빠지거나 평생 약을 맞으며 살 수밖에 없다. 그런데 평생 약을 맞을 경우 그 약이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충분히 검증되진 않은 상황이기에 약을 맞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들의 마음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40대에 들어서 근력운동을 시작하려면 모든 게 버겁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40대는 가장 왕성하게 많은 활동과 일을 할 시기인데, 습관이 되어있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제대로 근육이 형태를 갖추지도 못한 상태에서 운동을 하게 되면 컨디션이 나빠져서 일에 방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 거기다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오지 않은 사람들은 40대에는 운동을 할 시간을 따로 빼는 게 힘들고 부담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운동할 시간에 잠을 조금 더 자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나도 20대에 운동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근력운동을 시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군대에서 병장이 되면서 시간이 남아서 우연히 시작한 근력운동을 20년 넘게 할 수 있었던 게 이제는 감히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여겨진다.


그런데 그런 입장에서 동료 40대들에게 경고하고 싶은 건, 본인이 느끼고 있는 것보다 본인의 회복능력은 이미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나는 가슴운동을 좋아하고, 하체 운동은 싫어하다 보니 스쿼트나 데드리프트는 하지 않고 벤치프레스만 해서 기형적으로 벤치프레스 무게를 많이 드는 편이다 보니 20대에는 정기적인 루틴에 벤치프레스 160킬로를 넣기도 했다. 그리고 3년 전까지도 컨디션이 좋으면 140킬로까지 벤치프레스를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운동을 하지 않는다. 컨디션이 아무리 좋아도 110킬로 정도에서 멈춘다. 운동을 한 뒤 몸이 회복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리는 걸 경험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다.


20대에는 회복 시간이라는 게 필요한 줄도 몰랐다. 나는 당시에는 서킷 트레이닝이라고 불렸고, 요즘에는 슈퍼세트라고 불리는 패턴으로 쉬는 시간을 두지 않고 운동을 했다. 그렇게 해도 다음날 약간의 뻐근함이 있었을 뿐이고 이틀 뒤엔 다시 같은 부위의 운동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하루 제대로 루틴을 하고 나면 이틀 뒤에도 회복 중인 근육통이 느껴져서 같은 부위를 아무리 자주 해도 3일에 한 번 밖에 안 한다. 운동만 하는 게 아니라 일도 해야 하는데 컨디션이 안 좋아지면 일을 못하고 쉬어야 하기 때문에.


나도 나이 많은 형들이 내게 '20대 때가 좋은 거야'라고 하면 그 말이 공감은커녕 이해도 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그들의 나이가 되어서 비슷한 말을 하고 싶을 줄도 몰랐다. 그런데 요즘에 20대들을 만나면, 그 말이 정말 입술 바로 직전까지 올라온다. 꼰대 같다고 느낄 것을 알기에 입 밖으로 내지는 못하지만.


몸만 그런 것이 아니다. 몸이 회복능력이 떨어지다 보면 마음의 근육도 회복탄력성이 약해짐을 느낀다. 힘든 일이 생기면 몸이 버텨줘야 하는데, 몸의 회복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심적 압박을 버티는 힘도 약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몸과 마음의 회복력이 같이 약해지다 보면 실패가 두려워지고, 실패가 두렵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게 망설여진다. 나는 그나마 싱글이어서 그래도 계속 도전과 새로운 시도를 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다. 결혼을 해서, 아이까지 있는 사람들은 실패하는 순간 자신이 지켜야 할 가족이 타격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더 힘들어진다.


그런데 40대가 되어서 '내가 뭐를 해야 더 행복하고, 잘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는 지인들이 주위에 점점 늘어난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 지를 모르겠다면서. 그들이 돈을 못 벌거나 뒤처진 것도 아니다. 잘 나가는 대형로펌에서 지분을 가진 파트너 변호사도, 치과의사도, 잘 나가는 스타트업의 C레벨 임원들도 40대에 그런 고민을 하더라. 모두들 하나 같이 20대에 우리나라에서 또래들 중에 가장 잘 나가는 위치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자신의 성향에 대한 고민 없이, 사회적으로 가장 선호되는 선택을 쟁취하여 그 길을 따라 산지 20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내 지인들 중 상당수는 자신을 찾아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을 아예 포기하거나 단 한 번의 기회가 더 있단 생각에 끊임 없이,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는 모습을 매우, 매우 자주 본다.


새로운 시도도, 도전도 20대에 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다. 실패를 해도 일어날 수 있는 생물학적, 심리적 회복탄력성이 있고 잃을 것이 적기 때문에. 그렇게 실패했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되고 방향성도 제대로 잡게 되면, 그 방향성을 30대 초중반에 잡는다고 해도 30-40년 이상은 힘이 들더라도 조금이라도 덜 불행한, 지속가능한 길을 갈 수 있게 된다.


개인적으로 실패는 반드시 해야 하기에 어렸을 때 당겨서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왜 실패를 해야 하냐고? 사람은 실패를 해야 깊게, 오랫동안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길을 막히지 않는 고속도로를 달리듯이 질주하는 인생을 산 사람들은 생각하고, 고민할 이유도, 겨를도 없다. 그렇다 보니 그 길을 가는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 상태로 경주마 처럼 주어진 길을 달린다.


문제는 죽을 때까지 실패를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은 있을 수가 없다는데 있다. 성공만 한 사람들은 자신이 온 길만 알기에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고, 그러다 보면 본인의 것을 강요하게 되는데, 다른 사람들은 이를 불편하게 여기게 될 수밖에 없게 된다. 이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그 사람에게 악감정을 갖거나 시기, 질투하는 사람들이 누적되고, 그 누적량이 일정 수준 이상 쌓이고 나면 그 사람들은 힘을 모아 상대를 끌어내리는 시도를 한다. 한 번 실패하면 다음에 다시, 상대가 실패할 때까지. 그런 실패를 늦게 한 사람일수록 다시 일어서기가 힘들다. 무너져 본 적이 없기에 일어설 줄도 모르기 때문에.


반면에 어렸을 때 실패를 경험한 사람들은 다시 실패하지 않기 위해 주위를 살펴본다. 사례들을 분석하고,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며, 그 과정에서 자신과 유사한 감정을 경험한 사람들과 공감할 줄 알게 된다. 그러다 보면 그 사람에게는 같은 편이 생기고, 그러다 배신을 당할 때도 있겠지만 그 뒤에는 사람을 조심해서 가려가며 만나게 되며, 이 패턴이 반복되다 보면 자신과 같은 길을 함께 가는 사람들이 한 편이 되어있는 걸 발견하게 된다. 큰 성공은 절대 혼자서 이뤄낼 수 없기에 이렇게 한 편이 된 사람들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그만큼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나는 그 실패를 조금 늦게 경험한 편이다. 나도 30대 초반까지는 잘 나가는 내 지인들과 같은 길을 가고 있었다. 또래들 중에 금수저인 사람들을 제외한 풀에서는 상위 1%에 해당하는 연봉을 받았고, 변호사가 나랑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지인들도 말릴 수 없었던 대학의 로스쿨에 합격했으니까. 하지만 그 뒤에 나는 원하던 것을 하나도 손에 쥐지 못했고, 실패를 거듭하며 어두운 터널을 걷는 것과 같은 30대를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에 감사한 것은, 비록 조금 늦긴 했지만 그렇게 방황한 덕분에 나는 사회가 기준으로 삼는 잣대로부터 강제로 벗어나게 되었고, 그 결과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되었으며, 이제는 죽을 때까지 잡고 갈 인생의 방향성과 일을 찾았기 때문이다.


몸도, 마음도, 사회적 관계도 시행착오는 20대에 겪어야 한다. 그게 가장 효율적이고, 그래야 30대를 넘어서 40대가 되어서도 고민과 방황을 하지 않고 힘들더라도 조금이라도 덜 불행하고, 조금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다. 같이 드라마 대본 수정 작업을 했던 한 감독님은 누구나 아는 대형로펌에 다니시다 엔터테인먼트 회사 자문을 하시는 과정에서 영화를 해보고 싶어서 한예종에 진학하신 뒤 지금은 변호사 일은 최소한으로만 하시고 영화나 시리즈물 작업을 하시고자 노력 중이신데 여러 가지 측면에서 쉽지 않은 지점들이 있더라. 그분이 부족하셔서가 아니라, 어쩌면 너무 늦게 본인의 성향을 발견하심으로 인해 생기는 어려움일지도 모른다.


내가 글로 할 수 있는 건 40대가 되어 보고 있는 현상과 현실을 설명하는 것 뿐이다. 그 뒤의 선택은 각자 알아서 하는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행복한 30-40대를 보낼 수 있는 투자를 20대에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단 생각이 드는 건 그래야 우리 사회 전반의 행복지수가 조금이라도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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