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연애에서의 나이 차이

by Simon de Cyrene

얼마 전의 일이었다. 모임에서 두 번 정도 뵌 적 있는 분이 '8살이면 별로 차이도 나지 않네요'라고 하셨다. 살짝 당황했다. 동생이 7살 차이가 나서인지 6살 차이까지는 크다고 느끼지 않는 편이지만 그 이상은 차이가 조금 난다는 감각이 본능적으로 있기 때문에 그랬다. 누군가는 그런 말을 무례하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진 않았다. 고마운 마음이 더 컸다. 편하게 대할 수 있는 관계라는 느낌이 있어서.


위, 아래를 따지는 걸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다. 스승과 제자, 친형과 친동생 같은 사이에서는 위계가 있어야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선후배 따지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선배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일찍 태어나서 학교에 일찍 들어갔을 뿐이지 후배보다 반드시 나으리란 보장도 없지 않나. 나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개인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개인에 따라 성향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나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친구가 되어도 괜찮다거나 지켜야 할 예의가 없다는 건 아니다. 인간은 사회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의 관계적인 측면에서 지켜야 할 규범과 관습은 존재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일상에서는. 하지만 나는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이나 두 사람만의 관계에서 나이를 중요한 요소로 여기지는 않는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경험을 했을 확률적으로 가능성이 높기에 평균적으로 나이 많은 사람들이 더 지혜롭거나 여유가 있을 수는 있지만 나이가 어려도 경험치에 따라 성숙할 수도 있고, 나이가 많아도 애 만도 못할 수도 있지 않은가?


사실 연애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나는' 생각한다. 누군가 내게 연애를 몇 살 차이까지 할 수 있냐고 물어보면, 나는 그건 상대가 결정할 일이지 내가 한계 지을 영역은 아니라고 말한다. 다만, 여기에 확률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얘기가 조금은 달라진다. 내가 노총각으로 분류되는 나이다 보니 나와 나이가 비슷하거나 많은 분들은 본인의 틀이 명확하거나 상대의 현실적인 조건을 따지고 자신이 이룬 것과 비교하시는 경우가 많다. 그런 분들은 '확률적으로' 나와 맞을 가능성이 낮고, 또 너무 어리고 경험의 폭이 아직 좁으신 분들은 대화가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 현실적으로 만나는 게 힘든 경우가 많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나이가 모든 걸 결정하는 요소는 아니다. 나보다 나이가 10살 넘게 많지만 삶과 생각이 너무 매력적인 분을 보며 나도 모르게 '저런 분이랑은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고, 그 정도 어렸던 지인 중에도 오랫동안 함께 일하고 다양한 대화를 나누며 매력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나이 차이가 확률적으로는 의미가 있을 수는 있지만, 연애와 결혼에서 모두 절대적인 요소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사람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이 아닐까? 아무리 물리적인 나이가 어려도 틀에 박히고 보수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나이가 많아도 자유롭고 다양한 의견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도 있으니까. 틀에 박히고 보수적인 게 나쁘거나 자유로운 게 좋다는 게 아니다. 그 두 가지는 모두 특징에 불과하고, 자신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그런 특징을 가진 사람과 만나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연애와 결혼이 쉽지 않은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연애에서 가장 힘든 것 중 한 가지는 상대가 어떻게 반응할지 모른다는 데 있다. 남녀를 불문하고 연하, 때로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연하를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 중에는 본인이 상대에게 충분히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죄송한 말씀이지만 어려 보여도 그 나이치고 어려 보일 뿐이지 상대의 또래보다는 나이가 있어 보일 가능성이 높고, 재력만으로 상대가 매력을 느낄 수 없으며, 결정적으로 본인이 어려 보이고 오픈마인드라고 생각할 뿐이지 상대도 그렇게 생각할지는 알 수 없다.


과거보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연인과 부부가 많아진 건 사실이다. 그런데 그렇게 잘 지내는 연인이나 부부들의 케이스를 보면 대부분이 나이가 어린 사람이 많은 사람에게 매력을 느꼈고, 적극적으로 표현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커플들에서 나이가 많은 사람은 신중해하고, 조심스러워하며 장고 끝에 상대의 마음을 받아들였거나 상대에게 마음만 있을 뿐 표현하지 못하다 상대가 용기를 내어줬을 때 같이 용기를 낸 경우가 많다.


자신의 매력은 본인이 주장하는 게 아니라 상대가 느껴야 한다. 그리고 성별과 무관하게 나이가 어린 사람이 많은 사람보다 나이가 어림으로 인해 갖고 있는 매력이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외모뿐 아니라 체력과 순수한 생각과 마음에 있어서도 나이가 어린 사람들이 '확률적으로' 더 매력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매우 높다. 보통의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나이가 어느 정도 이상 들고 나면 평균적인 사람들은 나이 차이가 나는 연애와 결혼에 매우, 매우 조심스러워진다. 사람이 먼저인 건 맞지만, 상대의 생각과 마음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영포티'가 왜 비아냥 거리는 표현이 됐나? 20-30대들이 '40대 같지 않아요'라고 말해주는 건 좋은, 감사한 일이지만 본인이 '나는 40대 같아 보이지 않아'라고 주장하는 건 민폐이기 때문에 '영포티'가 칭찬이 아니라 욕에 가까운 표현이 되었다. 누군가가 젊게 보이고 생각하는 지 여부는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평가하고 판단할 영역의 문제가 아닌가? 나이가 더 어린 사람들이 그렇게 봐주면 감사할 일이지만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는 건 질병일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연애와 결혼에서도 상대가 나이 차이를 의식하지 않고 호감을 가져준다면, 주위에서 그에 대해 판단이나 평가를 할 일은 아니다. 그리고 그런 호감 표현을 받는 사람은 감사할 일이다. 그런데 어쩌다 호감을 느꼈는데 상대가 나이가 너무 어린 경우라면 모르겠지만 다른 건 묻고, 따지지도 않고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사람을 찾는 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게 사실이다. 그런 생각을 말하기 전에 20대에서 30대 초반에 30대 후반 이상의 사람들을 보면 본인에게 들었던 생각과 반사적으로 든 느낌이 대부분 사람들에게 똑같이 찾아올 것이란 것을 우린 기억할 필요가 있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이라도 순수하고 눈치를 보지 않고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나이일 때는 연하가 적극적으로 표현을 해서 연애에서 결혼까지 갈 가능성이 있지만, 두 사람이 모두 생각이 많고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나이가 되면 그런 관계가 시작되는 것 자체가 어렵다. 그렇다 보니 나이가 들수록 현실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 사람과 결혼은커녕 연애를 시작하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나이가 어린 사람은 상대가 나이가 많은 만큼 다가와 주기를 바라는 반면, 나이가 많은 사람은 자신의 나이 때문에 상대에게 표현하는 게 조심스럽기에 두 사람이 서로 상대가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고 감정을 정리하는 경우가 생길 가능성이 높단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관계에서는 어린 사람이 키를 쥘 수밖에 없고, 또 그래야 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는 나이가 많은 사람은 움직이기가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나이 많은 사람이 움직여서 관계가 잘 될 확률도 높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에 알려진 성공사례들은 드물기 때문에 널리 알려지고 그보다 몇 배, 아니 아마도 몇십, 몇백 배의 실패 사례들이 오늘도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예외를 보고 희망을 갖지 말자. 그 희망이 많은 사람을 매우 불편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