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말부터였던 것 같다. 쓰레드를 본격적으로 사용한 건. 3월엔 쓰레드를 꾸준히 사용하다 어제, 모든 계정을 삭제했다. 이건 절대로 사용하면 안될 것 같아서. 지금도 금단 증상이 있는데, 이걸 끊어낼 때까지는 절대로 다시 가입을 할 생각이 없다.
적어도 내게 인스타는 통제 가능한 영역에 있었다. 계정을 몇 개로 나눠 놓고, 계정의 컨셉을 명확히 하면 계정별로 알고리즘이 달라졌기에 한 계정에는 특정 방향성을 가진 게시물들만 떴다. 예를 들면 종교 관련 계정은 컨셉을 철저히 종교로 가져가면, 종교 관련 게시글들이 주로 떠서 내 알고리즘이 망가질 일이 없었다.
무엇보다 인스타는 이미지가 중심이 되기에 과몰입하거나 빠져들 일이 별로 없었다. 어떤 이들은 개인에게 과몰입해서 나도 이 사람처럼 되고 싶다거나, 그 사람보다 못한 자신의 모습에 힘들어 하기도 한다는데, 원래도 다른 사람의 무엇인가를 특별히 부러워하지 않는 독고다이 같은 성향이 있어서인지 인스타에서 그런 감정을 느낀 적은 없다. 오히려 그런 계정을 보면 남들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는 그들의 삶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쓰레드는 달랐다. 글 중심인 쓰레드에는 일단 사람들의 주관성이 모든 글에 드러난다. 그리고 쓰레드는 사용하면 할수록 내가 관심있는 주제들을 적절히 섞어서 다양한 생각들, 그것도 짧게 정리되거나 일정한 단면만 보여주는 글들을 무작위로 지속적으로 퍼나른다. 그렇다 보니 쓰레드를 보는 동안에는 계속 생각을 하게 되고, 나처럼 생각이 많은 사람은 글들을 볼 때마다 비판하거나 공감, 동의를 하게 되더라. 그러고 있다 보면 시간이 한참 지나있거나 두통이 생기는 경험을 몇 번 했다.
사실 그래서 탈퇴한 날에는 남의 글을 읽지 않고, 브런치에서 하듯이 내 글을 쓰는 플랫폼으로 사용해보려고 했다. 그런데 내 생각을 몇 가지 쓴 이후에는, 이 플랫폼에서 글을 쓰는 것이야말로 중독으로 가는 길임을 느꼈다. 쓰레드는, 내 글을 실시간으로 분석해서 관심이 있을 듯한 사람들에게 퍼나른다. 그러면 사람들은 그에 반응을 한다. 그렇다보니 쓰레드에서 글을 쓰게 되면, 그 반응들에 중독이 되더라.
브런치에서 처음 글을 쓸 때도 그랬다. 구독자 숫자에 집착하고, 매 시간마다 들어와 숫자를 확인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 이제는 이 플랫폼을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 방식으로 활용한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사람들의 반응이나 숫자, 조회수에 집착하던 기억이 있다보니 내 마음을 지키기 위해 댓글은 닫은 상태로 글을 발행한다. 그랬더니 내가 조금 지켜지더라.
하지만 쓰레드에서는 그게 불가능하다. 물론, 비공개로 계정을 운영할 수도 있지만 비공개로 운영할 것이라면 그냥 일기장에 글을 쓰면 된다. 쓰레드라는 플랫폼에서 글을 쓰는 건 궁극적으로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하거나 반응을 얻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쓰레드에서 일정 수준으로 소통하는 관계가 형성되었고, 그 안에서만 소통하고 싶은 수준에 이른 사람이 아니라면 쓰레드는 필연적으로 프로필을 공개할 수밖에 없게 구조를 만들어놨다.
그렇기 때문에 쓰레드에서는 기본적으로 계정을 공개해 놓을 수밖에 없다. 새로운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서는. 내 계정이 비공개이면, 나를 팔로우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내가 쓴 댓글과 반응들이 그들에게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상황에서 반응은 반응을 낳고, 내 글에는 실시간으로 반응이 온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그 반응을 보고, 반응에 반응하다 보면, 중독이 되어버린다.
아쉬운 부분은 분명히 있다. 극소수이긴 했지만, 진심으로 소통을 해서 오프라인에서 지인처럼 지내고 싶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좋은 글과 인사이트 있는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그 안에 있었다. 그들과 연결고리가 끊어지는 건 매우, 매우 아쉽고 힘들기까지 했다.
하지만, 나를 지켜야 했다. 그 안에서의 소통만으로도 친밀감이 형성된 분들에게는 너무 죄송했고, 그들에게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될 것 같았지만 올해 초, 특히 지난 주에 생긴 여러가지 개인적인 상황의 변화들 때문에라도 더 이상 쓰레드에 중독된 상태로 끌려가면 안됐다. 그래서, 단호하게 탈퇴를 선택했다. 그래야 내가 살 것 같아서.
쓰레드, 정말 무서운 플랫폼이다. 불과 한달 조금 넘게 사용했는데도 내가 중독이 되었고 조금은 망가졌단 게 느껴질 정도로. 다시는 쓰면 안될 것 같은 느낌. 그 안에서 계속 빙빙 돌다가는 균형잡힌 시선으로 세상을 보지 못하게 되고, 일상에서의 감정과 생각의 변화로 인해 삶이 흔들리고 망가질 수도 있겠다 싶더라. 그 안에서의 소통과 현실을 나도 모르게 혼동하기 시작하거나 그 안에서의 자아와 현실에서의 자아가 분리되면, 큰일이 날 것 같아서, 현생에 집중하기 위해, 탈퇴를 선택했다.
그랬더니, 만으로 24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상태가 좋아지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