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작가, 미술가는 직업일수도 없고 직업이어서는 안될지도 모른다.
노래, 글과 그림은 사람이 자신이 경험한 것을 토대로 감정, 느낌과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그래서 좋은 음악, 글과 그림은 그 사람이 일상을 살아가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많은 걸 보고, 듣고, 느낄 때 나온다. 그런데 음악, 글과 그림을 생산하는 게 순수한 '일'이 되면, 그 사람은 그걸 생산하는 과정에서 반복되는 패턴만 경험하기에 좋은 작품이 나올 수가 없다.
그렇다면 자신의 내면에 있는 걸 음악,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하다가 사람들이 좋아줘서 '결과적으로' 그게 직업이 될 수는 있지만, 창작하는 걸 직업으로 삼는 걸 목표로 삼는 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건 아닐까? 내가 좋아하는 한 뮤지션이 가난해야만 하는 건 아니라 말했다. 그런데 아이러니게도 그조차도 모든 걸 가진 환경이 조성된 이후에는 좋은 음악을 만들지 못했다.
10-20대들조차 자신이 태어나기 전에 만들어진 90년대 음악을 찾아듣기도 하는 건 어쩌면 그 당시의 음악들은, 창작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경험과 감정이 녹아있는 반면 기술과 음악산업이 발전한 이후에 창작되는 음악은 예술보다 기술에 가깝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BTS의 이번 앨범에 대해서도 기대보다는 못하다는 평이 많은 것도 어쩌면 이전까지 그들의 음악은 그들이 가수가 아닌 다른 삶도 있었고, 그 삶에 대한 이야기와 서사, 감정이 음악에 담겨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과 감성을 만져준 반면 글로벌 스타가 된 지금 그들은 그런 경험의 총량이 채워질 공간이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돈 벌고 나서 '작가나 하지 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웃긴다. 좋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감동해서 팔리는 글은, 그런 상태에서 나올 수도 없고, 그렇게 창조되지도 않기 때문에.
힘든 시간, 오랜 무명기간을 보낸 배우들의 연기에 우리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고, 감동하게 되는 건 어쩌면 그들이 하는 연기에는, 우리가 보지 못해서 알지 못하는 그들이 살아온 길에서 켜켜이 쌓인 삶의 흔적이 녹진하게 묻어나오기 때문은 아닐까. 그렇다면, 창작을 하는 사람에게는 어쩌면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의 터널을 지나는 시간이, 자신을 표현할 재료를 축적하고 있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대중의 선택과 관심을 받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에 그 과정이 꼭 그 사람에게 부와 명예를 선물해 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수많은 예술가들의 작품이 그들이 세상을 떠난 뒤에야 주목을 받았단 것을, 우리는 기억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