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운동과 식단

by Simon de Cyrene

20대 초반까지 남녀관계에 자신감이 없었다. 평균적인 키에 스스로 엄청나게 뚱뚱하다고 생각했고, 나 같은 사람을 누군가가 이성으로써 좋아할 것이란 자신감이 없었다. 너무나도 다행하게도 20대 중반에 조심스럽게 마음을 표현한 상대가 나를 수년간 지켜봤고, 내게 호감이 있다는 걸 주위 사람들이 다 안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에 자존감이 한 번에 회복됐지만, 그전까지 나는 그랬다.


나의 대학시절 사진을 다시 찾아보면, 나는 몸집이 작은 편은 아니었지만 또 그렇다고 해서 미욱스러워 보일 정도로 살이 쪄 있지는 않았다. 학부시절에 알던 동생이 몇 년 전에 내게 '학부 때 모습은 어디 간 거냐'라고 물어본 것만 해도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보기에 거북스러울 정도로 살이 쪄 있지는 않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내가 그렇게 위축되어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어머니께서 항상 살이 쪄 있다는 것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어머니께선 아들이 본인이 원하는 모습으로, 본인이 생각하기에 이상적인 삶을 살길 원하셨다. 어머니는 엄청나게 얄상한 외모에, 안정적인 대기업에서 최대한 높은 연봉을 받길 바라셨기에 운동을 많이 해서 몸집이 커진 아들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으셨던 것이다.


그 뒤로 나는 두 번 정도 큰 폭으로 살이 빠졌다. 학부를 졸업하고 취업한 뒤에는 2년 차 때 다른 게 워낙 재미가 없어서 운동과 식단조절로 17킬로를 감량했고, 로스쿨에 가서 살이 다시 조금 붙은 뒤에는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걸은 이후 살이 많이 빠졌었다. 그 이후로 10여 년간 나는 꾸준히 체중이 늘어나고 있었고, 작년 12월에 오랜만에 체중을 잰 이후 '이건 아니다' 싶어 올해 1-2월에 식단조절을 시작했다.


운동은 원래 하고 있었다. 사실 나는 20년 동안 어떤 형태로든지 운동을 하지 않은 시간은 없었다. 지금 돌아보면 이론적으로 완전히 잘못된 것이지만 살을 빼겠다며 중학교 때 팔 굽혀 펴기를 매일 했고, 군복무 중에는 상병이 된 이후로 지금까지 웨이트는 거의 항상 꾸준히 해 왔다. 중간에 웨이트를 하지 않을 때는 수영을 하거나 최소한 집에서 맨몸운동이라도 해왔다. 그렇다 보니 몸무게에 비해서는 덜 미욱스러워 보였고, 나도 그로 인해 스스로 얼마나 상황이 심각해졌는지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체중을 잰 순간 방향키를 돌려야 할 시점이 지났단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학기 중에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게 쉽지 않았다. 2개 이상의 학교에서 강의를 하는데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서 수업을 6시간 하고 나면 강의한 날은 물론이고 다음날도 운동하는 게 쉽지 않았다. 거기다 다른 일정이라도 잡히면 내가 최소한 3-4분할로 운동을 하려다 보니 한 주에 모든 부위를 한 번씩은 운동하는 게 쉽지 않더라.


그래서 1-2월 중에는 전략을 바꿨다. 거의 평생 유지해 오던 3-4 분할을 2분할로 줄이고, 그 대신 매주 한 부위를 두 번은 자극하는 것으로 루틴을 만들었다. 그래야 그나마 개강을 해도 운동을 계속할 수 있을 듯해서. 오전에 운동을 해보니 오후에 몸이 회복하느라 다른 일을 잘 못하게 되길래 저녁으로 바꿨는데, 그러고 나니 피로가 아침에도 온전히 풀리지 않아서 또 기껏 당겨놓은 기상 시간에 맞춰 일어나지 못하길래 다시 운동 시간을 바꾸는 등 난리를 치며 가까스로 패턴을 확정했다. 솔직히 부위 별 운동 강도는 마음에 들지 않는데, 타협을 해야만 했다. 그래야 일상과 운동을 병행할 수 있으니까.


먹는 건, 정말 많은 정보를 다양한 루트로 확인한 뒤 내 몸에 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궁극적으로 몸이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잘 쓰게 만들고, 탄수화물은 필요 최소한 범위로만 섭취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방법을 조금씩 응용하고 시도해 본 결과, 놀랍게도 2월 중순 경에는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지 않아도 에너지 레벨이 떨어지지 않았고 먹는 음식의 구성도 스스로 조절하고 짤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서 관건은 운동과 식단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다. 가장 좋은 운동과 식단 같은 건 정해져 있지 않다. 요즘엔 인터넷에 정보가 너무 많아서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데, 정보들을 하나둘씩 모으다 보면 오히려 혼란스러워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될 수밖에 없다. 모든 운동과 음식은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세상엔 완벽한 운동도, 식단도 없기에 우리는 기본원칙이 지켜지는 범위 안에서 우리가 꾸준히 지킬 수 있는 운동과 식단을 하면 된다.


운동에 대해서 웨이트를 드는 건 근육을 늘릴 뿐 기능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맞는 말이다. 필라테스나 크로스핏이 운동능력을 키우는 데는 웨이트보다 더 좋은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일상에서 필라테스를 치료 목적으로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고 크로스핏을 하면 생기는 운동능력을 일상에서 발휘해야 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다.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심폐능력과 근육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거나 늘릴 수 있으면 어떤 운동을 해도 큰 문제가 없다.


그런 면에서 '적당한' 러닝은 매우 좋은 운동임이 분명하다. 인간의 근육은 하체에 많기에 러닝을 하면 하체에 근육이 생김과 동시에 심폐지구력도 키울 수 있으니까. 하지만 러닝이 모든 사람에게 좋은 것은 아니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은 러닝을 하다 무릎을 다칠 수 있고, 러닝에 익숙해지기 전에 지치는 사람들은 금방 포기해 버릴 수 있다. 그리고 러닝이 지방을 많이 태우는 것은 맞지만 또 일이나 피로감 때문에 자주 못하는 사람들은 매일 많이 걷는 게 오히려 지속가능하고 장기적으로 더 많은 지방을 태우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어떤 운동이든지 과하면 약이 아니라 독이 된다. 내가 작년 여름에 4분할로 운동을 할 때 내 몸은 분명히 발전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 부위를 20세트 전후 정도 운동을 하고 나면 그날은 다른 일을 아예 하지 못하게 되더라. 운동선수들은 그래도 된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은 운동선수가 아니지 않나? 그렇다면 우린 일상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과 운동패턴을 만들어야 운동하는 덕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무리해서 운동을 하면 근육을 키우는 게 아니라 근육을 분해해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만들어서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 몸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해서 몸을 적응시켜 나가면서 흥미를 붙일 수 있는 운동을 조금씩 강도를 높여가는 방식으로 운동해야 한다.


먹는 것도 온갖 식단이 다 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단백질은 최대한 많이 섭취하고 탄수화물은 조금씩 줄여나가는 방식으로 몸을 적응시켜 나가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탄수화물을 한 번에 끊어야 하는 건 아니다. 몸이 근육을 만들고 회복하면서 일상을 잘 살아가기 위해서 탄수화물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한 번씩 라면이나 빵을 먹는 게 한 번에 몸을 망칠 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엔 빵이나 라면을 한 번은 참고 한 번은 먹되, 그렇게 참는 게 가능해지면 두 번 참고 한 번 먹는 방식으로 조금씩 식사의 방향성을 조절해 나가면 된다.


그렇게 조금씩 조정을 해 나가다 보니 2월 중순에는 끼니마다 탄수화물을 섭취하지 않아도 일상을 영위해 나가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어지더라. 그리고 처음에는 한 끼에 밥을 130그람만 먹는 게 고통스러웠는데 이젠 오히려 200그람 먹는 게 힘들어지고 라면도 면을 절반만 넣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참고로 나는 라면을 두 개는 먹지 못해도 라면에 떡과 만두는 반드시 넣고 밥도 말아먹어야 하는 사람이었다. 천천히, 조금씩 조절해 나가다 보니 라면뿐 아니라 과자를 먹는 것도 스스로 통제가 되는 것을 발견하고 있다. 얼마 전에 있었던 교회 수련회에서 어린이부 교사로 있으면서 주위에 쌓여있는 과자에 손도 가지 않을 정도로. 내겐 놀라운 변화다.


사람들은 운동과 식단을 비교하면서 무엇이 더 효율적이고, 좋고 나쁘단 것을 따진다. 다 맞는 말이다. 다 맞는 말이긴 한데,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너무 갑작스럽고 극단적인 변화는 오래가지 못한다. 그나마 긍정적인 경우에도 목표로 하는 몸무게를 찍은 뒤에 긴장이 풀려서 다시 예전의 습관으로 회귀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씩 타협하며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내일보다 모레만 잘 통제할 수 있으면 된다. 한 번씩 미끄러지면 그 지점에서 다시 조금씩. 실수는 누구나 하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정당화하며 다시 시작하기를 수차례 하다 보면 결국 그런 패턴에 익숙해지게 된다. 한 운동을 시도해 봤다 맞지 않으면 다른 운동으로, 자신이 그나마 즐길 수 있는 운동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그 운동을 찾으면 강도와 빈도를 조금씩 높여가면 된다. 목표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좋은 습관을 기른다는 마음으로.


운동과 식단에 대한 많은 콘텐츠가 있는데, 그 콘텐츠들 중 상당수가 프로페셔널들에게 초점을 맞추거나 이론적인 얘기를 중심으로 내용이 구성되어 있다 보니 일상을 살아내야 하는 보통 사람들에게 그 내용은 맞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음을 지난 2개월간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발견했다. 그런 내용보다 내가 어떤 걸 할 수 있고, 어떤 게 내게 맞는 지를 아는 게 훨씬 중요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는 시행착오를 당연히 거치겠지만 약간의 자기합리화로 그 과정을 넘어가다 보면 자신에게 맞는 길 위에 서 있지 않을까?


변화는 어차피 하루 아침에 일어나지 않고, 하루 아침에 일어난 변화는 오래가지 못한다. 그렇다면 천천히,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부터 감당하면서 지속가능한 방법을 찾아나가기 시작하면 된다. 그게, 내게는 가장 좋은 운동이고 식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