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의대 가지 않을 이유

by Simon de Cyrene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선호되는 직업군은 누가 뭐래도 의사다. 설문에서는 다양한 답이 나오지만 다른 답변을 하는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은 '공부를 그만큼 하지 못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갈 수 없어서' 그렇게 답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경제적 안정, 사회적 지위 등을 놓고 봤을 때 의사가 되는 것을 가장 선호하는 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지점에서 한 번 물어봐야 한다. 10년, 20년, 30년 뒤에도 과연 의사가 지금만큼 선호되는 직종일까? 그럴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고령화되어가고 있고, 그만큼 의료 관련 수요가 그만큼 늘어날 테니까 의사들이 할 일이 없어지진 않을 것 같긴 하다. 현시점에는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그래서 의대로 쏠리는 현상이 이해가 된다. 의대에 합격하고도 서울대 사범대를 선택한 학생의 기사를 보면서 나도 '후회할 것 같은데... 반수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어떤 것도 예측가능하진 않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는 1960-80년대까지만 해도 전반적으로 공대에 진학하는 학생의 입학 점수가 의대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우리나라의 경제가 성장하고 있었고, 일자리를 찾기가 쉬웠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속도가 둔화되면서 상황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IMF를 기점으로 모든 게 역전된 이후 의대는 모든 전공 중에 가장 선호되는 전공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한 번 완벽하게 역전이 되었단 것은, 또다시 역전이 될 수도 있단 것을 의미한다. 만약 우리나라 공공의료시스템에 변화가 온다면, 전반적인 의료체계가 바뀐다면 의사는 지금처럼 선호되는 직종으로 남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지금의 인구분포에 비춰봤을 때 우리나라의 의료체계가 지금과 같은 형태로 유지되지 못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또한 AI가 의료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 지도 아직은 아무도 알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뿐인가? 우리나라 의료시장의 한계는 분명하고 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의사의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의사들이 아직은 평균적으로 돈을 많이 버는 것은 맞지만 개업하는 의사들이 늘어나고, 병원 간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의사들이 버는 돈과 안정성도 지금처럼 유지되지 못할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한의사나 치과 의사들의 경우 투자비용이 부담스러워서 이미 자신의 병원을 차리기보다는 파트타임으로 여러 병원에 특정 요일에 근무하는 형태로 일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의대에 진학한 학생들이 기득권을 가진 의사들보다 돈을 더 많이, 더 안정적으로 벌 수 있을까? 변호사 시장의 상황만 봐도 그게 쉽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정책적, 사회적 변화로 인해 전체적인 흐름이 크게 바뀌는 것을 자주 경험했다. 내가 학부생이던 2000년대만 하더라도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굉장히 많았다. 그런데 아버지께서는 그런 현상을 보며 '우리 때는 아무도 공무원 안 하고 싶어 했는데...'라고 하시더라. 아버지 시대에 우리나라는 엄청난 속도로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었고, 사기업이 연봉을 더 줬으며,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있었으니 사람들이 사기업을 당연히 더 손호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한 흐름은 IMF 때 사기업들이 모두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면서 말 그대로 하루아침에 바뀌어 버렸다. 그리고 그 흐름은 2010년대 중반까지 이어졌는데 최근에는 공무원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뉴스가 매년 나온다. 이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고위간부들은 1990년대에 대부분 공무원이 되었을 것이고, 중간관리자와 신입 공무원들은 2000년대에 공무원이 되었을 텐데 2000년대에 공무원이 된 사람들은 그 시기에 사기업에 취업한 사람들과 능력치에선 큰 차이가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간극으로 인해 공무원 사회에서도 보는 시선과 인생의 가치관에도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로 인한 갈등과 스트레스는 엄청나게 받는 반면 매년 거의 동결되다시피 하는 공무원 연봉을 받고는 일하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생기는 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이는 다른 곳에도 얼마든지 갈 수 있는 능력치가 되는 사람들이 공무원이 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내 첫 직장도 이러한 변화를 급격하게 겪은 회사였다. 내가 입사할 시점에만 해도 내가 다닌 회사는 금융권 회사를 제외하면 연봉으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혔고,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직장이었다. 하지만 그 회사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연봉이 그렇게 높지 않았고, 당연히 선호되는 직장이 아니었다. 그렇다 보니 마찬가지로 눈높이가 다른 임원, 중간관리자, 주니어들이 모였고 그로 인한 갈등이 조직에 항상 만연해 있었다. 지금 그 회사는 연봉 수준이 여전히 낮지는 않지만 내가 입사했을 때만큼 선호되는 직장은 아니다.


이처럼 현실이 바뀌면서 개인이 처한 상황도 변하게 된다. 우리는 뉴스에서 가끔씩 '저는 어쩔 수 없이 여기에 있었는데 이곳이 좋아졌어요'라고 말하는 경우를 본다. 겸손한 말이고, 그 사람도 열심히 사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이 그렇게 말하는 것은 그 사람이 선택할 때 자신이 있는 위치는 자신에게 1순위가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르신들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1980년 전후에는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모두 취업을 했기 때문에 취업을 못한 사람들만 대학원에 남아서 공부하다 보니 교수가 됐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 사람들이 부럽다고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이러한 현상과 말들은 지금 가장 좋은 것은 정점을 찍고 내려갈 길만 남았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진짜 가장 탁월하고 뛰어난 사람들은 크게 성공하지 못하고, 그다음이나 다다음 정도 되는 사람들이 크게 성공하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볼 수 있다. 왜 그럴까? 가장 뛰어난 사람들은 정점을 찍는 분야에 보통 들어가는데, 정점을 찍은 뒤에는 내리막이 있다 보니 성공했다는 평가는 받지 못한 반면 그다음이나 다다음 정도 되는 사람들이 선택한 차선이나 차차선은 아이러니하게도 성장을 할 때가 있기 때문에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모든 사람들이 가장 좋다고 하는 것이 20년, 30년 후에도 가장 좋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더군다나 21세기에는 강산이 10년이 아니라 5년에 한 번씩 바뀐다고 할 정도로 세상이 빠르게 바뀌지 않나? 10년 전만 해도 비트코인 가격이 500불도 안 됐다. 그때 누군가 비트코인 하나에 1억이 넘기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하면 모든 사람들이 그를 미친 사람 취급을 했을 것이다. 3-4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너무 많은 드라마가 촬영이 되어서 세트장을 찾기가 힘들어져서 세트장을 짓는 사람들이 생겼는데, 지금은 그 세트장들 중 상당수는 놀고 있다. 이처럼 세상은 계속 변하고, 그 변화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우리가 아무리 머리를 쓰고 예측하려고 해도 10년, 20년, 30년 뒤의 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물질적 보상과 안정성이 어디에서도 담보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른 기준으로 선택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기준은 '내가 흥미, 보람, 의미, 가치를 느끼면서도 경제활동이 되는 일'이 되는 게 맞을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이 많은 물질적 보상을 주고, 안정적이면 그건 당연히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걸 보장해 줄 수 있는 게 없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변하지 않을 것을 기준점으로 삼고, 그 기준점을 바탕으로 선택을 해야 한다. 그리고 개인의 입장에서 변하지 않을 유일한 요소는 자기 자신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선호와 취향에 따라 선택을 하고, 그 과정에서 최대한 많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을 강구하는 게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고 덜 불행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