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와 명성교회

예수를 따르지 않는 교회가 가득한 한국의 현실

by Simon de Cyrene
비극이 일어났다

작년에 명성교회의 세습에 대해서 쓴 글들이 갑자기 조회수 1, 2위로 올라갔다. 싸한 느낌이 들었다. 좋은 일이 아닐 것 같은. 아니나 다를까 명성교회가 속한 교단,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교단이라고도 할 수 있을 예장통합 재판국에서 명성교회의 세습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일단 이에 대해 언론에 요란하게 대응은 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번 사태에서 다행이라고, 감사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그것 하나뿐이다.


비극이다. 명성교회를 무너뜨리지 못해서 비극이 아니라 이제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은 교회를 더더욱 불신할 것이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들도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저들이 믿는 게 기독교라면, 나는 믿지 않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예수님의 존재에 대한 관심도 전혀 생기지 않을 것이며, 기독교라는 이름이 짓밟힐 것이다. 이건 객관적인 사실이다. 명성교회 교인들 40여 명이 교단의 판결 이후에 환호했다고 하는데, 그들이 진정 기독교인이라면 이 판결로 인해서 세상 사람들이 하나님, 예수님, 기독교에 어떤 시각을 갖게 될지를 생각하면 환호를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들 안중에는 이 땅에서 예수님, 하나님, 기독교와 하나님을 믿는 수많은 다른 기독교인들은 없었다. 그저 자신들의 교회를 지키고 자신들의 목사님을 지키는 게 중요했을 뿐이다.


그들의 결정을 이해해 보자

인터넷에서는, SNS에는 이미 이에 분노하는 글들이 많다. 일반 성도들은 물론이고 목회자들도. 내 타임라인에는 최소한 그렇다. 자 그렇다면 우선 냉정하게, 이성적으로 명성교회 측 손을 들어준 사람들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이해해 보자. 만약 세습이 불법이라고 결정했다면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까? 우선 첫 번째로 명성교회가 교단에서 탈퇴하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했다. 실제로 이 사안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있는 내 지인은 '명성교회가 탈퇴하기로 했대'라고 말하더라. 그 얘기는 명성교회에서 이미 흘러나오고 있었다. 교단에서 불법 세습 판결을 받으면 명성교회가 교단에서 탈퇴할 것이라는 얘기가 말이다. 만약 그렇게 됐다면 예장통합은 예산 중 상당 부분을 잃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장신대를 운영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지장이 생겼을 수 있었다.


두 번째로 명성교회가 탈퇴하지 않는다고 치자. 그렇다면 명성교회는 어떻게 될까? 누가 새 담임목사를 청빙 하게 될까? 명성교회 교인들 중에서는 세습에 찬성하는 상당수가 이미 존재하기에 명성교회 내부에서는 상당한 수준의 갈등이 발생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교회는 갈라졌을 확률이 높다. 그러면 교회 재산을 놓고 법정싸움이 일어날 것이고, 이는 언론에서 크게 보도되었을 것이다. 이미 세습이 이뤄진 이후에 김하나 목사가 담임목사로써 역할을 하고 있기에 세습이 불법이라고 판단하게 되면 그 이후에 어떤 절차를 거쳐서 명성교회를 정상화시킬지는 복잡한 문제가 됐을 것이다. 이번 결정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 의도를 정말 선해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이렇게 이해하기 위한 시도도 가능할 것이다.


이번 결정이 불러올 후폭풍

하지만 거기까지다. 그리고 그런 논리는 한 마디로 반박할 수 있다. '하나님은 전지전능하신가?'라는 질문으로. 그런 문제가 단기적으로 일어날 수 있지만 기독교는, 최소한 개신교는 그 문제까지 사용하실 수 있는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을 전제로 한다. 또 기독교에서 중요한 것은 모든 과정에서 '하나님이 기뻐하실 결정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질문을 해야 한다. 과연 하나님은 이번 세습을 기뻐하실까? 그 과정을 기뻐하실까? 세습을 하려는 김삼환이라는 사람과 김하나라는 사람의 마음을 이뻐하실까? 이 땅에 복음에 대한 관심보다 명성교회의 생존에 사활을 건 그 교인들을 기뻐하실까? 명성교회의 세습을 인정하는 게 이 땅에 복음이 확장되는데 무슨 도움이 되나?


이에 대해서는 '하나님도 일하시지만 인간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흔하디 흔한 반박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다시 물을 수밖에 없다. 어디까지가 인간이 해야 하는 것이고 어디까지가 하나님이 하셔야 하는 일인지에 대해서 정의를 내려보라고. 초대교회가 그렇게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됐냐고. 그렇게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만을 했다면 이 땅에 복음이 애초에 전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서양선교사들이 무슨 이익을 위해서, 어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으로 쇄국정책을 펼치는 이 땅에 목숨까지 바쳐가며 들어오려했단 말인가? 그들의 무모함이, 하나님께서 보내시는 것이라고 믿고 자신을 던질 수 있는 믿음이 이 땅에 복음의 씨앗을 뿌렸다.


기독교인으로 산다는 것은 내 기준에서,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선에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다. 충분히 고민하고, 기도해 본 후에 내 생각에 비이성적이더라도 하나님께서 가라고 하시는 길이라는 확신이 들고, 그 길을 가는 것이 복음의 기준에서 타당하다면, 그것이 사랑으로 가는 길이라면 가는 것이 기독교인이 살아내야 하는 삶이다. 우리가 가서는 안될 길이라면 하나님께서 막으실 것이다. 그건 하나님께 속한 전쟁이지 우리가 고민할 부분이 아니다. 그게, 기독교인으로 사는 삶이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시는 건 어떤 면에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이었나? 하나님은 우리보다 크시기에, 우리가 이해할 수 없어도 가야 할 길을 가는 게 작은 예수의 삶이다.


명성교회의 세습을 불법으로 인정했다면, 예장통합은 최소한 '야... 그래도 개신교 교단이 큰 결단을 했네, 금전적인 손해가 클 텐데... 명성교회가 탈퇴하면 어쩌려고 그랬대? 대단한데?'라고 반응하는 사람들이 일부는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명성교회가 그대로 탈퇴를 했다면, 명성교회는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에게 여의도 순복음 교회와 같은 존재로 남았을 것이고 예장통합은 그와 대조되는 집단으로 남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은 최선의 결과를 기대한다면 대부분 큰 관심을 안 갖는 것이고, 현실적으로는 상당수가 '교회들이 다 그렇지 뭐'라고 생각할 것이다. 어떤 게 이 땅에 복음과 하나님의 나라의 확장을 위한 일인가?


명성교회의 세습을 인정한 것이 최악의 결정인 두 번째 이유는 이제 재판국이 결국 '어떤 교회 헌법도 어길 수 있다'는 걸 보여줬기 때문이다. 판례가 생긴것이 아닌가 이번 결정은... 이번 사건은 마치 누군가 사람을 죽이고 나서 그 사람이 국가에 기여한 바가 크다면서 헌법에서 정하고 있는 생명권에 대한 내용을 무시한 결정과 같다. 그래서 이제 예장통합의 교회 헌법과 법들은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목사들과 교인들은 '교회 헌법과 법에 따라라'라고 하면 '명성교회 때 봤듯이 구속력도 없는 교회법 들먹이지 마라'고 반박할 수 있게 됐다. 자신들이 만든 법을 스스로 어기는 것은 교회 다니지 않는 사람들도 하지 않는 짓이다. 그런데 명성교회는 뻔뻔스럽게 자신들의 규모와 재력을 믿고 세습을 밀어붙였고, 그걸 교단이 인정해 버렸다. 법은 있지만 법보다 정치가 우선되는 북한이 떠오르는 건... 나뿐일까? 교단의 집행부는 더 이상 어떠한 권한도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을 것이기에. 이번 결정은 단순히 세습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 교단 내의 질서를 통째로 무너뜨리는 결정이기 때문에 비극적이다.


그리고 이제 명성교회 사태로 인해 한국에서는 목회자들이 자신이 교회를 키워서 합법적으로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게 됐다. 이 사례가 생겼기 때문에 최소한 예장통합에서만큼은 다른 교회들이 세습하는 것을 막을 명분이 없어졌다. 예장통합에서 그렇게 된다면, 다른 교단들도 마찬가지 길을 가게 될 확률이 매우 높다.


교회를 지킬 것인가? 복음을 지킬 것인가?

여기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예장통합은 그래도 한국에 있는 다양한 교단들 중에서 규모도 큰 편이었고, 규모가 큰 교단들 중에서 '그나마 정상적이었던' 교단이었다는 데 있다. 예장합동 소속 교회들에서는 말도 안 되는 사건들이 몇 년째 반복적으로 터지고 있고, 더 작은 교단들은 말할 필요도 없다. 두 교단은 우리나라 교계를 대표하는 신학교인 장신대와 총신대를 기초로 하고 있는 교단들이기도 하다. 그 교단들이 모두 이렇게 망가져버렸다.


좌절하지는 않는다. 내가 믿는 하나님은 전지전능하신 분이시고, 이 상황도 들어서 사용하실 수 있는 분이기 때문에. 그리고 아직 건강한 교회들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분노하지도 않는다. 분노는 애정을 전제로 하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내가 한 때 다녔고, 한 때 사랑했던 교회가 이렇게 망가짐으로 인해 내 유년시절이 통째로 부정되는 느낌이지만, 명성교회에도 그 교단 집행부에도 애정이 없기 때문에 분노하지는 않지만 이로 인해 [교회와 하나님, 예수님]을 구분하는 게 불가능할 수밖에 없는 교회 다니지 않는 사람들에게 복음이 전해지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란 생각에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프다.


사실 예장통합 소속인 장신대에는 개인적으로 아는 교수님들이 계신다. 지금 총장님을 포함해서. 난 그분들을 믿는다. 그리고 지금 곳곳에서 나와 같이 이번 일에 대해서 가슴 아파하고 있을, 나와 같은 하나님,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을 믿는다. 너무나 비극적인 사건이었던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역설적으로 이 땅의 부정부패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듯이, 수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사건을 가슴에 품고 살아감으로써 이 땅에 더 나은 질서를 만들 것이라고 믿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는 하나님께서 이번 사건도 들어서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하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게 그들이 믿는 하나님, 예수님과 내가 믿는 하나님, 예수님의 차이다.


가롯 유다는 순간의 실수로 예수님을 팔아넘겼다. 그런데 이번 예장통합의 판결이 내려지기까지는 고민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명성교회의 권력과 재력에 복음을 팔아넘겼다. 그게 이번 사건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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