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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명이오 Jul 05. 2023

예민한 공냥이 포획 대작전

초바야, 우리 집으로 가자

 “안녕하세요~”


 “오셨어요? 잠시만요.”


 원장님께서 아주 조그마한 알약 3개를 접수대에 놓고 설명해 주셨다.


 “이거 애기 몸무게 5kg마다 한 알인데, 혹시 실패할 수도 있으니까 세 알 챙겨 드릴게요. 초바가 요뜨보다 많이 큰가요?”


 “어… 초바가 옛날보다 살이 많이 쪄서 요뜨랑 붙여 놓으면 체격 차이가 커요.”



 “그러면… 요뜨가… 차트에 5kg 좀 넘는데, 초바가 조금 더 크면… 일단 한 알만 먹여보시고, 그래도 초바가 잘 안 자면 한 알 반까지만 먹도록 해주세요. 아마… 먹은 지 한 시간에서 두 시간 정도 되면 서서히 잠들 거예요. 애기가 약 먹으면 언제든 전화 주세요.”


 “혹시 이거 알약 그대로 먹여야 하나요? 아니면 갈아서 먹여도 되나요?”


 “갈아서 줘도 돼요. 지금 갈아드릴까요?”


 “네, 부탁드릴게요.”


 “잠시만요. 갈아서 한 포씩 담아드릴게요.”



 바로 그 주 토요일에 부모님 근무가 없었는데도 아침 일찍부터 초바를 잡으러 공장에 갔다. 초바가 산책을 못 나가도록 현장 셔터는 닫아두고, 사무실과 연결된 문을 열어 초바를 찾았다.



 “초바야~ 누나가 왔어요~”


 “냐~”


(원래 이렇게 다 같이 잤는데 혼자 있는 걸 보니까 많이 안쓰러웠다.)



 “초바! 여기 있었구나. 혼자 심심했지? 오늘 우리 집에 갈 거야. 그러니까 초바는 누나가 주는 간식 먹고 얌전히 자면 돼. 알겠지?”


 “냐오~”


 “초바는 누나가 무슨 말하는지 알아들어?”


 “움냐~”


 “자, 츄르 먹자~”


 먼저 한알 분량만 섞은 츄르를 그릇에 짜줬다.


 (낼름… 고개를 휙 돌리고 반대편으로 걸어간다.)


 “어… 어? 안 먹을 거야?”


 아, 역시 뭐 하나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일단 작전상 후퇴.




 “엄마~ 어떡해… 초바가 츄르 안 먹어. 약 냄새 많이 나는지 한입 딱 먹더니 혀 날름거리고 쳐다보지도 않아…”


 “응? 그릇 줘봐. 있어봐라. 이거 츄르 사니까 서비스로 온 닭가슴살이거든? 초바는 닭고기 좋아하니까 이렇게 찢어가지고… 약도 반봉지만 더 뿌리자. 이래가 같이 주면 안 되겠나?”


 “오… 근데 밑에 츄르는 약 많이 있어서 쓰다고 위에 닭고기만 건져 먹는 거 아니야?”


 “내가 함 줘볼게. 니 여기 있어리. 초바야~ 응. 여기 닭고기 먹자.”




 현장에 다녀온 엄마가 철문을 살살 닫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ㅇㅇ아(필명25).”


 나도 혹시나 밖에 있는 초바가 들을까 봐 목소리를 낮췄다.


 “어? 왜?”


 “초바가 너무 잘 먹지 뭐야. 나를 믿는가 봐.”


 “이야~ 맨날 퇴근할 때 엄마가 간식 줘서 그런가 보다. 나는 오늘 오랜만에 봐서 의심하고.”


 “어후, 수면제 든지도 모르고 잘 먹어~”


 “지금쯤이면 다 먹었으려나? 걷다가 안 다치게 내가 계속 봐야 되는데.”


 “조금만 있다가 나가봐라. 혹시 잘라고 숨었는데 어디 있는지 못 찾으면 안 되니까.”


 “어. 아빠 불러서 같이 지켜볼게.”


 유리문을 열고 마당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아빠를 불렀다.


 “아빠~”


 “와?”


 “초바 약 먹었다. 데리러 가자.”


 아빠가 담배 불을 끄고 나랑 현장으로 들어갔다. 초바는 현장 셔터 앞, 제품 출고할 때 거래처 손님들이 트럭을 대놓는 곳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초바~”


 “냐~”


 눈이 살짝 감기는 걸 보니 효과가 점점 올라오는 것 같았다. 그릇을 들어 초바가 얼마나 먹었는지 확인했다.


 “오… 초바 많이 먹었네? 밑에 츄르는 좀 남겼으니까… 한알 좀 넘게 먹었구나.”


 “좀 비틀비틀한다야.”


 “이제 자려고 선반에 올라가네.”


 “어이구, 초바 저만큼 올라가나? 위험하니까 니는 멀리 가 있어라. 초바 잠들면 아빠가 안아서 갈게.”


 “혼자 잡을 수 있어?”


 “약 먹고 잠드니까 괜찮겠지. 들어가서 엄마랑 있어라.”




 “엄마~”


 “초바는?”


 “저, 저, 위에 자러 갔다. 보여? 거의 꼭대기층. 나는 키가 작아서 못 꺼내. 아빠가 안아서 온대.”


 “내도 함 보고 올게.”


 나는 사무실 창문으로 현장을 보면서 캐리어를 준비했다.


 “초바야~ 아이구~ 눈이 감기나? 이제 아저씨한테 올까? 옳~지.”


 “하하하, 초바야~ 무슨 일이고? 그자?”


 “왔어? 여기 넣어.”


 “이제 병원 열었겠다. 전화해 봐라.”


 지퍼만 잠그면… 끝!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과정이 어찌 됐건 결과는 계획대로 되었나 싶었다.


 “응. (연결 중) 원장님, 안녕하세요. 초바 약 먹고 아까부터 자서요. 오늘 몇 시부터 가능할까요?”


 “어… 오늘은 예약이 꽉 차서 아무리 빨라도 오후 3~4시는 되어야 가능할 것 같아요. 괜찮으시겠어요?”


 순간 엄마, 아빠, 나는 서로 당황한 동공을 이리저리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어, 예… 일단 그렇게 해주세요. 근데 초바가 한알 반정도 먹었는데요. 중간에 약효가 떨어져서 깰 수도 있나요?”


 “네. 살짝 깼다가 다시 잠들었다가 할 수 있어요. 그 정도면 아마 오후까지는 충분히 잘 거예요. 저희도 최대한 빨리 해드릴게요.”


 “네~”




 “아이고,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늦게 잡을 걸… 이제 겨우 10시밖에 안 됐는데, 초바 불쌍해서 어쩌노.”


 “그러게. ㅇ여사, 우리는 뭐 중국집이라도 시켜 묵을까? ㅇㅇ이(필명25)도 있으니까 탕수육이랑 해갖고?”


 “그래. 일단 뭐라도 먹어야지. ㅇㅇㅇ(필명25), 밥은 뭐 먹을래?”


 “나 짬뽕.”


 “내도 짬뽕. 자기는 짜장 곱빼기?”


 “어. 일단 먹고 합시다~”




 원래 공단 근처에 있는 중국집이 배달 어플도 등록되지 않은 숨은 맛집 아닌가? 범인을 체포하고 급한 끼니를 때우는 경찰처럼 허겁지겁 먹었다. 초바가 깊이 잠들었나 싶었던 그때, 캐리어 안에서 초바가 활어처럼 파닥거리며 난리가 났다.


 “어어어, 엄마! 초바 깼다!”


 초바가 캐리어의 망사 부분을 발톱으로 긁으며 찢고 나오려고 했다.


 “어허, 초바!”


 “어… 멈췄다.”


 “이야, ㅇ여사가 원래 화 안 냈는데 뭐라 하니까 초바가 조용하네.”


 “초바도 잘못한 건 없고 불쌍하지만 어쩌겠노. 병원 갈 때까지 이래라도 해야지. ㅇㅇㅇ, 저기 천 찢길 수도 있으니까 엄마 책상 위에 노란 테이프 있거든? 그거 갖고 와가 한 바퀴 돌리라.”


 “예. 여기 유리창 밑으로 칭칭 감을까?”


 “어. 어차피 그거 오늘 쓰고 버려야겠다. 약한 데는 다 해졌네.”




 초바는 중간에 잠깐 깨서 캐리어 안에서 움직이다가 다시 잠들기를 반복했다. 그때마다 겨우 달래서 3시 반에 병원에 도착했다.


 “약을 먹었어도 혹시 목욕하는 도중에 깰 수 있으니까 마취 주사도 좀 놓긴 할게요. 오늘 토요일이라 병원이 일찍 마쳐서 아마 데리러 오실 때도 초바가 잘 거예요. 일단 올라가 계시면 나중에 전화드릴게요.”


 초바를 데려다주고 집에 돌아오니 너무 피곤했다.


 “ㅇㅇㅇ, 피곤하면 안방 드가서 좀 자라. 병원에서 연락 오면 깨워줄게.”


 “응…”




 “ㅇㅇㅇ, 초바 왔다.”


 “응? 아빠가 데려왔어?”


 “어. 초바 내일 아침은 돼야 깬다더라. 그때까지 지켜보면서 가만히 냅두래. ㅇ여사, 보일러 좀 더 올려도.”


 폰을 확인해 보니 원장님 개인번호로 문자가 와있었다. 초바가 따뜻한 곳에서 푹 자도록 두고, 30분에 한 번씩 자세를 뒤집어 줘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여기 매트 위에 눕히면 되겠다. 엄마 고양이한테 써도 되는 수건 있어?”


 “아나. 이거 덮어주면 안 되나?”


 “그거면 충분하지.”


 “초바 깨면 우리한테 어떻게 할지 모르니까 지금 많이 봐놔라.”


 “진짜? 오늘 초바 태어나서 처음으로 집사랑 뽀뽀해?”


 “해봐라. 함 안아보든가.”


 “근데 초바 샴푸 냄새 너무 좋다… 뽀송뽀송해. 이제 정말 깨끗해졌네?”




 “초바랑 언제 그래 있어보겠노. 오늘 니가 잘 돌봐라.”


 “예~”


 초바는 그로부터 약 2시간 후… 무슨 공냥이가 특전사 정신을 발휘했는지, 억지로 일어나서 힘이 안 들어가는 근육으로 조금씩 기어 다니다가 쓰러지듯이 잠들었다. 그러면 나는 초바가 혹시나 다치지 않도록 따라다니고, 화장실을 가지 못하니 깔아준 수건에 오줌을 싸면 새 걸로 바꿔주었다.





 우여곡절 끝에 초바도 집냥이 만들기 성공! 그렇게 우리 집은 사람 셋, 고양이 셋, 칩거 백수 넷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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