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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일럿대디 Dec 03. 2018

육아라 쓰고, 독박이라 읽는다

아내가 기댈 곳은 남편뿐

저희 집 아이는 매우 활동적입니다.

그래서인지 집에만 있으면 좀이 쑤셔 견디지 못하죠. 하루에도 몇 번이고 바깥공기를 마시지 않으면 대성통곡을 하고 웁니다. 이에 아내는 자주 난색을 표했기에, 나가는 일은 저의 몫이죠.

한편으론 꽤 즐거웠습니다. 보람도 있었어요. “좋은 아빠네요”라는 소리를 들을 때면 절로 기분도 좋아졌죠. 그러나 매일같이 반복되니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습니다. 체력이 붙이더군요.

그래서 놀이터 대신 아이의 시선을 빼앗을 무언가가 필요했습니다. 그렇게 찾아낸 것이 바로 ‘대중교통’ 이에요. 버스나 지하철은 놀이터와 달리 그저 타기만 해도 좋아하기에, 자주 애용했습니다. 그리고 매번 빼놓지 않고 들은 이야기가 있어요.


“아이 엄마는 어디 갔냐”

“엄마는 어디 가고 아빠가 애를 보느냐”, 라는 말입니다.


‘일하러 갔다’ 혹은 ‘집에서 잠시 쉰다’라고 말씀드리면, 돌아오는 대답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요즘은 애 키우기 쉽다”, “옛날 우리 때는 남편이 집안일하면 큰일 나는 줄 알았다”라는 식이죠.


한편, 기억을 되짚어보면, 과연 과거에는 그런 문화가 자리 잡아 있었습니다. 가사와 육아는 여성, 바깥일은 남성으로 구분되어 있었죠. 굳이 거창하게 설명할 필요도 없이, 가깝게 우리 부모님 세대를 생각해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기억을 더듬어 아버지를 떠올려보았어요.


부부싸움을 심하게 한 날이면 어머니는 저와 동생을 데리고 이모님 집으로 가출(?)을 하시곤 했습니다. 차로 30분 거리에 이모님이 사셨기에, 어머니의 일탈은 종종 일어났죠. 싸움의 정도에 따라 짧게는 수일 길게는 일주일까지 이모님께 신세를 지다 집으로 돌아가 보면, 어김없이 볼 수 있는 광경이 있었습니다.

어질러진 집안과, 담배꽁초 그리고 싱크대에 수북이 쌓여있는 설거지거리. 며칠을 라면만 끓여 드셨는지 그릇 숫자만 세어도 알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남은 설거지와 청소는, 어머니의 몫이셨죠. 아버지는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시지 않으셨던 옛날 사람이었습니다. 그러셨던 분에게 육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아마 없었다고 장담할 수 있어요.

어린 동생이 울기라도 하면 친절히 “왜 애를 울게 만들어!”라고 호통은 치셨어도, 한 번을 정성 어린 손길로 안아준 적은 없으니까요. 이렇게 생각하니, 아내는 우리 부모님 세대와는 달리 편하게 생활하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남편이 아이와 함께 외출해 주기라도 하니까요.

여기에 외출할 때마다 여러 어르신들에게 듣는, “요즘 여자들은 편하다”라는 말이 더해지니 내가 너무 잘해주고 있나,라고 생각도 들었죠. 그러나 과연, 여성들은 과거에 비해 정말 더 편해졌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여성의 고통은 줄어들지 않았다’입니다. 그리고 적어도, 육아에서 만큼은 더 힘들어졌어요. 만약 남편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독박 그 자체입니다. 따라서 육아에서 만큼은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무조건 도와주어야 하죠. 그렇다면 왜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지 설명해 보겠습니다.


지금처럼 부모와 자녀 즉, 2대로 구성되는 핵가족화가 되기 전, 우리는 대가족을 이루고 살았습니다. 3 ~ 4대가 함께하는 것은 물론이고, 여러 형제들 심지어 친척까지 거처를 공유했죠.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바로, 가정에서 엄마를 대신해 아이를 봐줄 사람이 많음을 뜻합니다.

아이의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이모, 고모, 사촌 그리고 손위 형제자매까지....... 적어도 육아에 있어선 기댈 곳이 있었습니다. 내가 바쁠 때 대신해 아이를 봐주실 분은 항상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부모님은 멀리 사셔 부탁드리기 어렵습니다. 형제도 한둘이라 서로 앞가림만 잘해도 다행이죠. 아이를 봐주시는 분을 구하려 해도 믿고 맡길 분을 구한다는 보장이 없기에, 다소 꺼려지기도 합니다. 때문에, 육아면 육아, 가사면 가사 구분 없이 모두 한 여성의 몫이 되어버렸습니다. 독박 육아죠.


물론, 대가족 생활의 단점을 조목조목 들어가며 위의 주장에 반대하고 싶을지 모르겠습니다. 어른 모시기가 쉬운 줄 아냐, 빨래하며 설거지가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알기는 하는 거냐, 부부 단둘이 살아 편한 소리 한다,라고 말이죠.

그러나, 적어도 이처럼 육아가 한 명에게 집중되는 현상은 피할 수 있습니다. 잠시도 쉴 틈 없이 하루 24시간 아이와 함께 있지는 않죠. 오죽하면, 집에서 아이 볼래 나가서 일할래?,라고 물어보면 10이면 10 나가서 일한다고 대답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까요. 

육아의 어려움을 헤아려 보았을 때, 그리고 독박 육아가 초래할 결과를 미루어 볼 때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됩니다. 남편이 아니면 아내는 혼자예요. 만약, 남편이 등 돌린다면? 아내가 기댈 곳은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육아만큼은 아내와 함께 나누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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