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유독, 호객행위가 강합니다
지금까지 저는 ‘책’에 관해 다소 비판적 시선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글은 읽는 독자는 다음과 같은 마음이 생길지 모르겠습니다. “그토록 신랄하게 책을 비판하면서, 왜 당신은 아직도 책을 쓰고 있나요?”라고 말이죠. 제가 생각해도 육아의 어려움에서 언급한 책 이야기는 ‘책을 쓰는 사람으로서 하는 말’이라기엔 조금 역설스럽죠.
그러나 그것이 제가 책을 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생각해 보기로 해요. 책을 쓰는 사람만이 책에 관해 더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라고 말이죠. 그래서 이번엔 책을 읽는 독자가 아닌 ‘작가의 입장’에서 ‘책’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작가가 책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회적 성공을 위해’ 혹은 ‘인류의 발전을 위해’라는 등의 거창한 이유를 떠나 보다 근본적인 목적 말입니다. 그것은 바로, ‘나의 생각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내 글을 읽은 독자들이 이렇게 해 주었으면 하는 게 바로 작가의 마음이에요. 그리고 그때 나의 생각을 전달하는 매개로 ‘글’을 이용하는 사람을 ‘작가’라 부르죠. 그런데 아무리 좋은 내용과 글이 책에 담더라도 독자가 읽어주지 않는다면? 그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럴 바에 야한 사람 한 사람 붙잡고 이야기하는 편이 낫죠. 그래서인가 책 속에선 유독 ‘호객’ 행위가 강합니다.
여기서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보았을 이야기를 해볼게요. 친구와의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약속 장소인 서점에 들렀습니다. 시간이 남은 여러분은 책과 책 사이를 뒤적였죠. 그러던 중 유난히 눈에 띄는 제목의 책이 보입니다. 매대 위쪽을 차지하고 있는 강한 어조로 ‘당신도 노력하면 세계 1등 부자가 된다’라는 책을 보았습니다. 마치 이 책을 사면, 나도 세계 1등은 아니라도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마음을 사로잡으며 책을 고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경험상 그러한 책들은 대부분 서재에 들어가, 다시 빛을 보지 못합니다.
물론 이해를 돕기 위해 조금 과장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작가로서 ‘독자를 현혹하는 책을 쓰면 안 된다’라는 생각에 어긋난 책을 볼 때면 걱정이 됩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의 내용에 빠져, 잘못된 길을 걷게 될까? 하는 식의 생각이죠. 그러나 이런 유의 책은 언제나 존재하고, 이는 육아서적도 마찬가지입니다.
선정적 제목으로 독자를 끌어들인 뒤 “내가 육아를 해보니 이것이 정답이다.”라는 식으로 주장으로 도배해 놓은 책이 이에 해당합니다. ‘당신의 아이는 다른 아이보다 똑똑해질 수 있다’라던가 ‘누구나 영재가 될 수 있다’라는 식이죠. 그리고 독자를 ‘현혹’하는 현상은 책 속에서도 종종 발견됩니다.
작가가 독자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하면 ‘좋은 말’을 계속 붙이고 싶은 욕심이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간혹 ‘나 자신도 지키지 못하는 원칙’을 제시하며 ‘글을 멋지게 포장’하고 싶은 생각과 싸워야 할 때도 있어요. 더 나아가 그러면 안 되지만, 독자에게 나의 생각을 ‘판매’하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여기서 “작가는 자기 글에 책임이 있기에, 진짜 그럴 사람은 없지 않겠느냐?”라고 말하고 싶을지 모르나, 여기에도 빠져나갈 구멍은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예컨대 아이가 작가의 글대로 자라지 않는 것은, 독자의 책임으로 돌리면 됩니다. 단언컨대 완벽하게 책에서 제시하는 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은 없기에 가능한 일이죠. 누군가 책의 저자에게 따진다면, 작가는 “무언가 중간에 과정이 잘못되었을 겁니다”라고 말하면 그만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좋은 책을 골라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됩니다. 책임의식을 가지고 작성되었으며, 양질의 내용이 들어있는 책을 말이죠. 자, 이제 글을 정리하면서 더 이상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좋은 책을 고르는 방법을 제시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좋은 책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먼저 좋은 책은 ‘독자의 입장에서’ 쓰인 책입니다. 자신의 제한적인 경험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고, 독자가 판단할 여지를 남겨두는 책이에요. 이런 책은 간혹 베스트셀러가 되지 못한다 할지라도 긴 시간 동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베스트셀러를 고른다면 그중에서도 스테디셀러가 된 책을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으로 ‘전문가의 감수를 받은 책’입니다. 각 분야마다 소위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육아’에도 전문가가 있어요. 우리는 그들의 말을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키워보니 이렇게 하면 좋다”, 라는 말 대신 ‘아이의 발달상황과 현재 상태를 살펴보았을 때’ 혹은 ‘최근에 이루어진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에 의하면’이란 문구를 밝힌 책, 그리고 ‘그 내용이 전문가의 감수를 받은 책’을 선택해야 합니다. 이런 책들을 참고해, 아이에 발달을 비교하여 어떻게 가르쳐야 하고 무엇이 필요한가에 관한 내용을 접목한다면 만점일 거예요.
한편, ‘전문가의 추천을 받은 책’도 주목할 만합니다. 대형서점이나 교육기관 혹은 신문에서 독자가 읽으면 좋은 책을 ‘추천도서’로 목록 화하여 제공하기도 해요. 이러한 책은 일단 손에 한번 쥐어보는 것을 권장합니다. 그러나 무작정 사라는 것은 아니에요. 앞에서 제시한 기준들을 적용하고 마지막으로 해야 하는 자체 검열 작업이 있습니다. 바로 ‘서문’을 꼼꼼히 읽는 것이죠.
서문은 작가가 한 권의 책을 쓰는 일과 필적할만한 노력을 들여 작성하는 일종의 ‘안내서’입니다. 내 책이 어떤 생각으로 쓰였고, 원하는 바는 무엇이며,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에 관한 모든 것이 적혀있죠. 그래서 이 서문만 봐도 “아 이 책은 이런 말을 하려고 하는구나”라는 느낌이 오는 것이 정상입니다. 서문을 보면 책이 머릿속에서 그려져야 하죠. 그런데 그렇지 않은 책이라면, 고르지 않는 것이 현명합니다. 책의 내용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요. 서문은 사람으로 치면 첫인상입니다. 첫인상이 좋은 책을 골라야 합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모든 이의 마음속에 “책이 늘 정답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자리 잡았으면 합니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좋은 책’을 고르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죠.
책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비판적으로 해석해야 하는 것’으로 간주하세요. 이런 생각으로 책을 고른다면, 나의 부족한 경험을 채워줄 소중한 책을 구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좋은 책 고르는 방법과 비판적 사고가 함께한다면, 우리의 육아는 한층 더 업그레이드되리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