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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일럿대디 Jan 21. 2019

성급한 부모, 우울한 아이

아직은, 가르칠 때가 아닐지도...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이 세상 어느 곳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습니다. 


부모라면 자식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유독 우리나라의 교육에 대한 관심은 엄청나죠. 그리고 저는 이 열정이 지금 외신들이 말하는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지금은 26위에 머물고 있지만 과거 2007년에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세계 11위라는 높은 위치에 올라갔을 만큼, 세계에서 우리의 위상은 높으며 그 이면에는 ‘교육열’이라는 성장 동력이 있어요.

이러한 대한민국의 열정 때문인지, 육아를 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공통 관심사 역시 단연 ‘교육’입니다. 이렇게 예나 지금이나, 자녀를 향한 지대한 관심은 여전하며 부모들은 자녀교육에 모든 것을 아끼지 않죠. 그런데 만약 이러한 노력이 제대로 된 성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누가 가장 힘들까요.

물론 교육받는 아이도 힘들겠지만, 부모는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 힘들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결과를 두고 자신을 채근하며 힘들어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같은 부모로서 이런 노력과 수고가 헛되이 되지 않을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노력 대비 결과를 최대로 뽑아낼 ‘가성비’ 좋은 이야기예요. 먼저 이를 설명하기 위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보았을 견학의 어려움에 관해 설명하겠습니다.

부모가 되면 자녀에게 최고의 교육을 제공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죠. 멋진 아이로 키우고 싶은 욕심 같은 것일까요. 그리고 이를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실천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기 바쁠 겁니다. 그리고 그중에 가장 쉽게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것은 아마 견학일 거예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직접 가서 ‘있는 그대로’를 느끼고 배우게 할 수 있습니다.


견학을 마음먹었다면, 매우 꼼꼼한 성격이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견학지 까지 갈 교통수단을 정하고, 입장시간에 맞게 이동 계획을 세웁니다. 조금 더 준비한다면 ‘어떤 순서’로 이동할지 결정하는 정도죠. 그러나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육아의 경우 ‘계획’대로 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아이는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지 않고요.

황금 같은 주말을 투자하여 좋은 경험을 만들어 주고 싶었지만, 오히려 아이와 씨름하다 분위기만 험악해져 얼굴을 붉힌 채 집으로 돌아오면 그야말로 온몸에 힘이 쫙 빠집니다. 원하는 결과를 얻지도 못했기에, 피곤과 실망감은 두 배가 되죠. 그러나 처음부터 나의 계획에 큰 오류가 있었다고 한다면 어떨까요.

덧셈 뺄셈을 배워야 할 아이에게 억지로 미분과 적분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상황이랄까요. 우리의 실수는 시기의 문제입니다. 다음을 살펴보면 확실히 이해가 되실 거예요.


‘EBS 놀이의 반란’ 팀에서 발간한 책 <놀이의 반란>에 있는 내용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아이들의 뇌 발달을 이해하지 않고는, 올바르고 효과적인 교육이 불가능하다는 전제하에, 서울대 의대 서유현 교수가 제시하는 ‘뇌 발달’을 이야기해 볼게요.


서유현 교수는 아이가 어떤 상태인지 그리고 어떤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지 알 때 우리의 육아는 한층 더 쉬워진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아동의 뇌 발달에 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함은 당연해요.


먼저 0~3세 시기의 아이들을 살펴볼게요. 이 시기의 아이들은 감정과 정서의 발달이 주를 이룹니다. 따라서 오감을 위주로 하는 다양한 자극을 통해 뇌를 발달하게 하는 것이 추천돼요.


다음으로 만 3~6세가 되면 뇌의 앞부분인 전두엽이 집중적으로 발달하며, 예절이나 인성 교육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덧셈 뺄셈보다는 사회성의 기본이 되는 인성교육이 이루어져야 해요.

이런 발달과정이 다 끝나고 최소 만 5~6세에 이르러서야 아이는 ‘학습’을 할 준비가 됩니다. 이 시기부터 아이들의 뇌에서는 ‘집중력’, ‘기억력’, ‘창의력’등이 발달하게 되죠.

만약 이 시기 이전 즉, 뇌가 준비되기 전 무리한 학습이 진행된다면 매우 더딘 효과를 보이거나 전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게다가 아이의 발달과정을 무시한 학습은 ‘효율의 감퇴’를 넘어서 ‘우울증’을 야기할 수도 있어요.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홍현주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학습과 예체능을 포함하여 ‘하루 4시간 이상의 조기교육’을 받은 아이 중 30퍼센트가 우울증세를 나타낸다는 사실로 미루어 보아 알 수 있습니다.


준비되어 있지 않는 아이에게 아무리 가르친들, 자녀는 변화는 더디며 부모는 마음만 답답합니다. 물론 이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에요. 단지, 아직 준비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말고 조금만 기다리면 어떨까요.

이후 아이가 준비가 되었을 때 발달에 맞는 노력과 열정을 쏟는다면, 아이는 가장 효율적으로 지식을 습득하게 될 것이며, 우리의 노력은 헛되이 되지 않을 겁니다.




위의 글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학습을 위한 준비’가 되어있을 때 비로소 ‘가성비 좋은 교육이 가능하다’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전에 교육해 보았자 효율은 떨어질 것이고, 나아가 정서적으로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위험하죠.


그래서 이를 종합해 ‘아이가 만 5세 이상이 된 이후 견학이나, 체험을 통해 많은 것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해볼게요. 꽤 만족스러운 결과입니다. 그러나 미리 말하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생각이 될 수 있어요. 왜 그런지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견학’또는 ‘체험학습’을 하는 이유를 알아야 합니다. 부모들은 황금 같은 ‘주말’을 이용하여 아이와 박물관이나 미술관 혹은 연극을 관람하러 가는데, 이것만으로도 굉장한 투자예요. 일주일 동안 쌓인 피로를 풀 수도 있는 시간이고, 자신이 하고 싶은 할 수도 있지만 모든 것을 제처 두고 아이를 위해 쓰는 것이죠. 한편, 이런 학습의 방법은 어떻게 보면 꽤나 비효율적입니다.

우리가 직접 보고 경험하기 위해선 외출을 준비하고, 목적지로 이동을 해야 합니다. 주말 나들이 인파 속에 끼어 답답한 시간을 보내야 할 수도 있고, 현장에서 입장료의 명목으로 지불해야 하는 금액 등을 생각해볼 때, 한 권의 책이나 인터넷 동영상으로 학습하는 것에 비해 낭비가 심하죠.


그래서 “그 시간에 책상에 앉아 책으로 공부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굳이 이런 편리함을 제처 두고 직접 보는 것을 택하는 이유는 바로 ‘흥미’라는 요소를 느끼게 해 주기 위함이죠.

조금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비효율적인 움직임을 보일 수 도 있지만 이렇게 배운 지식은 머릿속에서 쉽사리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것도 중요하니 외우고, 저것도 공부해라”라는 식으로 억지로 주입한 지식이 아닌, 살아있는 지식이 되죠. 자신이 즐거움을 느낀다면 그것은 공부가 아닌 흥미로운 일이 되고, 단순히 글자만 학습하는 것보다 머릿속에 인상 깊게 새겨질 거예요.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흥미를 잃지 않는 학습방법’을 선호하지만, 견학의 계획에서 조금 유의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선우현 교수는, 부모가 매주 시간을 쪼개 여러 가지 활동을 해 주어도 아이가 이를 단순히 ‘학습’이라고만 받아들인다면, 우리가 바라는 기대효과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억지로’ 끌려가는 견학은 아이들에게 어떠한 흥미도 이끌어 주지 못하며, 자녀들의 발전이 큰 도움이 되지 못할 수 있어요. 그럴 바에야 차라리 집에서 책을 가지고 공부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만약 어떠한 활동을 계획한다면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에 관해 주도적인 결정이 있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선택권을 받은 아이는 이를 단순한 학습이 아닌 진짜 체험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요. 나 혼자 열심히 계획하고 실행해보았자, 최악의 경우 ‘모두가 힘들 기만하고 끝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으니 유의하여야 합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계획을 통해, 우리가 진짜 원하는 긍정적 효과를 이뤄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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