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 년의 진화가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아무것도 안 해야 한다
누구나 계획은 완벽하게 세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몸짱이 될 것처럼, 엄청난 다독가가 될 것처럼, 인플루언서가 될 것처럼 완벽한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채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행동은 계획처럼 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우선 아침 일찍 일어나기로 한 계획부터 무너진다. 그리곤 독서는 엄청난 의지를 가진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매일 SNS에 글을 올리는 건 깜빡하고 잊었다는 핑계가 생긴다. 경제적 자유를 위한 공부는 이번 생에는 글러 먹었다는 걸 알게 된다.
전에 어느 개그맨이 만든 유행어가 있다. “왜 그럴까요?” 우리는 정말 왜 그럴까? 계획을 세울 때는 모든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실천해 보면 맘처럼 제대로 되는 일이 없다. 내 몸뚱이는 천 년 전부터 저주를 받은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분명 내 몸뚱이가 맞는대도 내 맘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계획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습성을 이해하기 위해선 2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인류가 두 발로 걷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생존을 위해 진화했다. 힘없는 근육과 보온을 위한 털도 없이 외부에 그대로 노출된 피부는 다른 동물에 비해 안타까울 만큼 빈약했다. 앞발이 자유롭다는 것을 빼면 다른 동물보다 뭐 하나 나은 점이 없었다. 혹독한 자연에서 너무도 연약했던 인류는 생존에 모든 걸 걸어야 했다. 음식이 항상 부족했다. 언제 다시 음식을 먹을 수 있을지 모르니 다음 식량을 찾을 때까지 최대한 에너지를 아끼며 살아야 했다. 살아남기 위해 최소한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도록 진화했다.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어 진다. 우리는 나태를 좋아하도록 설계되었다. 나태는 생존이라는 진화의 끈에 새겨진 지극히 당연한 행동이다.
적은 에너지를 써야 하는 인류에게 또 하나의 적이 있다. 바로 뇌다. 뇌는 1.4kg밖에 안 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총에너지의 20%를 사용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뇌 혼자서 20%의 에너지를 소모한다. 그래서 인류는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의식적으로 하는 생각마저도 조심해야 했다. 뇌를 조금만 더 사용하면 다른 기관에서 사용할 에너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류는 가능하면 생각하지 않고 자동화하도록 진화했다. 이렇게 진화로 만들어진 자동화를 우리는 습관이라고 부른다. 습관은 반복적인 행동을 생각하지 않고 자동으로 하도록 해준다.
누구나 자신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행동하는 자신을 보며 깜짝 놀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습관이 무서운 이유는 의식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에너지 소비를 줄여 생존에 도움이 되던 고마운 습관이 이제는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고 있다.
세상이 바뀌어 현대는 에너지를 더 많이 쓰는 것이 생존에 유리한 시대가 되었다. 20만 년 동안 이어온 에너지 절약의 본능은 더 이상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제 인류는 에너지 절약을 포기하고 에너지를 많이 소비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뇌는 여전히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가만히 있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20만 년 동안 유지해 온 프로그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일은 항상 힘들고, 움직여야 하는 일, 특히 운동은 단 1분이라도 하기 싫은 것이다. 이런 모습은 지극히 정상이다. 축하한다. 누워서 유튜브 보는 것을 좋아하는 당신은 정상이다. 다만, 20만 년 전에는 어울렸을지 몰라도 지금은 그렇지 않을 뿐이다.
보상회로를 자극해라
그렇다면 20만 년 동안의 진화를 통해 형성된 습관을 이기고, 에너지를 많이 쓰며 활발하게 행동하는 사람이 되는 방법은 무엇일까? 가만히 있으려는 뇌를 움직이게 하려면 ‘힘들다’는 생각을 ‘즐겁다’로 바꿔야 한다.
예를 들어, 암벽등반을 좋아하는 사람은 왜 죽을 위험을 무릅쓰고 끊임없이 산에 오를까?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은 왜 아내의 잔소리를 들어가면서도 주말이면 낚시를 하러 갈까? 그 이유는 암벽등반을 하고 물고기를 낚는 동안 아드레날린이라는 호르몬을 보상받기 때문이다. 다른 활동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짜릿함을 느끼면, 그때의 기분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어 진다. 아드레날린이라는 중독성의 호르몬을 다시 한번 느끼기 위해 죽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나 아내의 잔소리를 뒤로하고 산으로 바다로 떠난다.
우리가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일을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암벽등반과 낚시가 주는 보상과 비슷한 짜릿한 보상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하고자 하는 행동이 힘들고 하기 싫은 것이 아니라, 즐겁고 희열을 느끼도록 도와주는 보상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보상이 있을까?
뇌 속이기
보상을 만드는 첫 번째 방법은 미래의 보상을 현재 느끼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생각보다 멍청하다. 현재와 미래를 구분하지 못한다. 상상하면 그것이 현실에 존재하는 것으로 여긴다. 어린아이가 꿈과 현실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것처럼 뇌는 미래를 현실과 구분하지 못한다. 많은 자기계발서와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의 목표를 글로 쓰고 읽으라고 한다. 심지어 하루에 100번씩 쓰라고도 한다. 또 뇌를 속이기 위해 현재형으로 쓰라고 한다. 자신이 목표하는 것을 현재 시점으로 쓰고,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면 뇌도 이루어졌다고 여긴다.
그런데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이 현실과 다르면 인지부조화가 일어나 생각과 현실을 일치시키려고 한다. 말한 것이 진실이 아니라는 불편한 상태보다 말한 것이 진실이라는 편안한 상태를 추구하려 한다. 그래서 말한 것이 진실이 되게 하려고 무의식적으로 방법을 찾는다. 이때 우리는 습관이라는 강력한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 습관을 통해 미래의 모습과 현재를 일치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작가가 되고 싶다면 작가가 된 상태, 저자 강연을 할 때 사람들의 반응 등을 현재 시점으로 상상하고 그 감정을 느껴본다. 얼마나 기쁜지 온몸이 짜릿해지는 기분을 느껴본다. 그리고 매일 글을 쓴다. 얼마나 기쁜지, 온몸이 짜릿해지는 기분을 느껴본다. 그리고 매일 글을 쓴다. 그러면 뇌는 책 쓰는 방법, 글을 잘 쓰는 방법을 찾아 알려주며, 최대한 빨리 작가가 되도록 미래를 현실로 끌어온다. 미래를 현재로 생각하면 지금 당장 그렇게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원하는 미래를 현재인 것처럼 매일 상상하며 그 감정을 느낀 후 관련된 일을 시작하면 뇌도 미래를 이루기 위한 숙제를 풀어간다.
두 번째 방법은 현재의 기분 좋은 행동과 연결하는 것이다. 필자는 글을 쓰면서 맛있는 것을 먹거나 중간중간 걷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등의 기분이 좋아지는 행동을 자주 한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일을 중간에 넣는 이유는 글쓰기가 힘든 일이 아니라는 인식을 심기 위해서다. 글쓰기는 기본적으로 고된 작업이며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글만 쓰면 쉽게 지치거나 지겨워질 수 있다. 하지만 글 쓰는 중간에 기분이 좋아지는 행동을 넣으면, 그 행동으로 인해 좋아진 기분이 글쓰기의 힘듦을 잊게 하고, 때로는 글 쓰는 시간마저도 즐겁게 바꿔놓기도 한다. 이 방법은 즉각적인 보상을 제공해 힘든 일을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해 준다. 글쓰기뿐만이 아니다. 어떤 일이든 자신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일이 있다면 그 일을 하는 중간에 좋아하는 행동을 보상으로 넣어보라. 그러면 그 보상을 받기 위해 힘든 시간을 견디기가 쉬워지고, 보상을 받은 후에는 기분이 좋아져 힘든 일을 계속 이어갈 힘이 되어준다.
세 번째 방법은 작은 목표를 정하고 완료 시 보상을 설정하는 것이다. 필자는 습관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주간 보상, 월간 보상 제도를 만들었다. 예를 들어, 육아로 지친 사람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주일 동안 독서를 하면 자신에게 2시간의 커피숍 보상을 주라고 권유했다. 이 목표과 보상을 남편에게 미리 얘기하고 이를 성공하면 일요일에 2시간은 남편이 아이를 돌보게 약속하도록 했다. 큰일을 볼 때도 화장실 문을 열어놓아야 하는 육아맘에게는 일요일 2시간의 커피숍 보상이 큰 의미가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많은 분이 일주일간 습관을 실천하고 주말에 ‘2시간 커피숍 자유시간’이라는 보상을 받았다. 물론 사전에 남편의 동의와 배려가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다. 2시간이 결코 긴 시간은 아니다. 하지만 막상 2시간의 외출을 다녀온 분들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육아 스트레스를 낮추고 기분 전환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일상이 힘든 이에겐 잠시라도 일상을 벗어나는 것이 큰 선물이다. 꼭 커피숍이 아니더라도 자신에게 다이소 쇼핑권 3만 원을 주거나, 반나절 버스나 지하철 여행권을 선물하는 것도 좋다. 작은 선물은 반복되는 일상의 무료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 줄 좋은 보상이 될 것이다.
우리는 모두 매일 비슷한 일상에서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간다. 아주 작은 변화와 보상을 주는 것만으로도 기분과 생각이 변하여 삶을 대하는 태도가 바뀐다. 보상이 명품 백처럼 대단한 것일 필요는 없다. 커피 한 잔의 여유, 오래된 친구와의 전화통화, 엄마가 차려준 소박하지만 맛있는 식사 등 아주 작은 변화의 기쁨이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입가에 옅은 미소가 지어질 아주 작은 보상을 찾아 매주 한 번씩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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