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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핌피바이러스 Nov 24. 2022

회사 이름 짓기 쉽지 않네요

핌피바이러스가 무슨 뜻이게요

2022년 7월 25일, 총 네 명의 팀원이 한 마음으로 머리를 맞댔다. 앞으로 할 일들이 산더미다. 회사명도 지어야 하고, 로고와 슬로건도 만들어야 하고, 홈페이지도 만들고, 회사소개서도 만들고, SNS 공식 계정도 운영해야 한다.


그 무엇보다도 사업 아이템 정리가 시급하다. 유기동물을 돕는 건 좋은데, 그래서 어떻게 돈을 벌겠다는 거야? 우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현재 유기동물 관련 문제점부터 차근차근 생각해보기로 한다. 


문제점: 연간 13만 마리의 유기동물이 발생, 그중 약 절반이 이른 죽음을 맞이함.
해결책: 1. 애초에 버리지 않는다 / 2. 모두 죽기 전에 입양을 보낸다. 

해결책 1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시민 인식 개선이 필요하고, 강력한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1은 일단 보류. 현실적으로 접근 가능한 2에 집중해보자. 일단 발생한 유기동물들이 사망에 이르기 전에, 입양을 보내는 것이다. 
접근 1: 입양을 열심히 보내자. 그런데 사실 한 마리가 입양을 가기까지는 너무 많은 공이 들어가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게다가 이미 유기동물 입양 홍보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플랫폼과 SNS 등이 무수히 많다. 여기에 우리가 굳이 뛰어든다고 해서 대단히 다른 변화를 만들어 낼 것 같지는 않다. 

접근 2: 그렇다면.. 임보는 어떨까? 임보에 대한 이야기는 누가 하고 있을까? 임시보호는 입양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생각보다 뒷전으로 밀려 있는 경우가 많다. 임보의 목적도 결국은 입양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망률을 생각한다면, 임보는 가장 확실하고 빠르게 유기동물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일단 살아 있어야, 입양의 가능성이라는 것도 생기기 때문이다.
결론: 그렇다면 우리는 최초로 임보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임보 문화를 더 널리 알리고, 더 많은 사람들과 동물들을 안전하고 빠르게 연결해보자. 그러면 직접적으로 사망률을 낮출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입양률이 올라가지 않을까?! 




8월 5일. 정우와 나는 회의실에서 머리를 맞대었다. 우리를 잘 설명해줄 새로운 회사명이 필요하다. 



온갖 키워드들이 둥둥 떠다니고, 우리는 그중 쓸만한 것을 건져 올리기 위해 허우적댄다. 그렇게 큰 진척 없이 고통스러운 몇 시간이 흘러가고, 점점 배는 고프고 기력은 빠져간다. 하지만 이대로 아무 수확 없이 집에 갈 순 없어..! 우리는 서로를 더욱 쥐어짠다. 



마침내 사회적 용어까지 떠내려왔다. 사회시간에 배웠던 것들.. 어떻게 잘 써먹어 볼 수 없을까? 님비, 임피, 핌피. 핌피? 좀 귀여운데. 조합만 어떻게 좀 바꿔볼 수 없을까? 


Paw! Paw In My Front Yard! 

정우의 외침을 듣는데 번뜩, 이거다 싶었다. 내 집 앞마당, 우리 집의 발바닥! 임시보호, 그리고 입양과도 딱 맞아떨어진다. 근데 그냥 핌피라고 쓰기는 좀 그렇고. 뒤에 뭘 붙여야 할까? 핌피...

온갖 후보들 중 처음 마음에 들어왔던 것은 핌피 신드롬. 다만 한 가지 걸렸던 것은 신드롬이 ~증후군과 같이 병증을 지칭하는 의미로도 쓰인다는 것. 나쁘진 않지만 흠, 좀 더 완벽한 다른 건 없을까.. 


"음.. 멀리 퍼져나가고,,, 확산되고 그런 의미를 가진..." 

"바이러스!!!"


핌피바이러스!

이거다. 세상을 임보 바이러스로 물들이자. 생명을 구하는 착한 바이러스로. 이렇게 기나긴 인고의 시간 끝에 우리 팀의 정식 이름이 드디어 탄생했다. 


우리는 핌피바이러스를 퍼뜨리는, 핌퍼들을 잔뜩 만들 것이다. 우리는 팀핌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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