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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핌피바이러스 Sep 13. 2022

월급 0원으로 스타트업 팀원 구하기

대표 말고 대장이 될게요   

약 일주일 동안 일곱 명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장소는 앞으로 우리의 사무실이자 작전 본부가 될, 개인적으로 운영 중인 모임공간이었다. 월급을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므로 직원이라기보다 함께 일구어 나갈 동지를 구하는 쪽에 가까웠고, 그런만큼 인터뷰 분위기는 지극히 수평적이고, 편한 대화를 통해 서로 어떤 사람인지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했다




글만 읽고도 '아, 이 사람이랑 꼭 함께 하고 싶다'라는 확신이 들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리지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의 지원서를 처음 읽었을 때 나는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근 것처럼 온몸에 온기가 화르르, 퍼져나가는 기분을 느꼈다. 내가 찾던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리지는 자신이 전공을 선택한 이유를 '배워서 남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고, 뒤에 이어지는 화려한 이력들은 이를 탄탄히 뒷받침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따뜻한 단어들로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인 점이 좋았다. 

내가 속해있는 곳에 삐걱대며 나를 맞추기보다는, 나와 영혼이 통하고 잘 맞는 사람이 있는 곳을 계속 찾아내고 싶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약한 존재를 보호하고 상생을 도모하는 더 멋지고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싶어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만난 리지는 글보다 조금 더 명랑하고, 훨씬 유쾌한 사람이었다. 실제로 무척 발랄하고 귀여운 멍멍이를 키우고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다만 경력상 리지가 우리 팀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기획 혹은 마케팅이었는데, 나의 역할과 정확히 겹쳤다. 디자이너/개발자와 3인 체제의 팀을 꾸리려던 초기 계획에는 조금 차질이 생기는 셈이었다. 리지의 매력적인 성격과 높은 능력치와는 별개로 매출도 없는 상태에서 팀원을 한 명이라도 늘리는 것이 맞을지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형식상의 고민일 뿐, 나의 마음은 사실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아마 마지막 문장 때문이었을 것이다.   

저는 소통과 관계 맺기에 능합니다. 한 가지 업무에 특화된 것이 아닌, 따뜻하면서 트렌디한 감각으로 모든 것을 골고루 잘하는 사람을 찾으신다면 그게 바로 접니다. 실제로 만나면 더 맘에 드실 거예요. 꼭 만나 뵙고 싶습니다 :-)

이렇게 자신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 차 있는 사람을 어찌 거부할 수 있으리. 그렇게 리지와 함께하게 되었고, 그의 말 그대로 능한 관계 맺기와 따뜻하고 트렌디한 감각을 뽐내며 팀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대다수 인터뷰 대상자들의 지원서는 최소 열 줄 이상으로 꽉꽉 차있었다. 단 한 명, 정우만 제외하고. 정우의 답변은 두세 줄이 전부였는데, 희한하게도 그 두세 줄이 성의 없는 게 아니라 진중하고 또렷한 느낌을 주었다. 그래서 예외적으로 꼭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소 딱딱하고 차가운 사람일 것이라는 나의 예상과 달리, 실제의 정우는 무척 부드럽고 온화했다. 미소 띤 얼굴과 조곤조곤한 목소리에 누구든 경계를 낮추고 마음을 열게 하는, 그런 능력을 타고난 사람. 그런데 말하면 말할수록 단단하고 곧은 외유내강형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디자이너답게 정우에게는 본인만의 색이 분명했고, 상대와 색이 다를 때 잘 어우러질 수 있는 방법도 완벽하게 터득하고 있는 듯 보였다. 


정우와 함께 하고 싶었던 이유는 그가 면접자 중 유일하게 나의 부족한 점에 대해 짚어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나의 계획은 아이디어와 열의만 있을 뿐 비즈니스 모델이 전혀 구체화되지도, 검증되지도 않은 상태였는데 정우는 이 부분을 정확히 언급했다. 아마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들 굳이 불편한 말을 생략하고 넘어갔을 때 그는 날카롭지만 불쾌하지 않은 방식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큰 그림을 그리는 것에 특성화된 나에게는 듬성듬성 빈자리를 채워줄, 디테일에 강한 사람이 필요했고 정우가 바로 그 자리를 채워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저는 정확한 목표점이 있고 제 가치관과 부합한다면 그걸 달성하기 위해 모든 걸 부어서 해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정우 같은 사람과 같은 목표, 같은 가치관을 가지고 함께 달릴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운인가. 나의 확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함께하는 매 시간마다 새롭게 느낀다. 




이렇게 기획자(나), 마케터(리지), 디자이너(정우)가 구해졌다. 남은 것은 개발자인데, 문제는 전체 지원자 중 개발자의 비율이 매우 적었다는 것이다. 개발 직군 자체가 남초인데, 지원자 대다수는 여성이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중 정성스럽게 지원서를 적어준 한 분과 인터뷰를 진행하고자 했는데 문제는 그분이 현재 프로젝트 진행 중이라 끝날 때까지 1~2주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2022 소셜벤처 경연대회 제출 마감일은 겨우 2주 남짓 남은 상태로, 당장 팀을 꾸려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할 터였다. 어쩔 수 없이 개발자 자리는 비워둔 채 셋이 먼저 경연대회 준비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하나의 팀으로 처음 만난 자리, 우리는 마치 오래 봐 온 사이처럼 매끄럽게 잘 어우러졌다. 비슷한 나이,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 유기동물을 돕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 그런 큼직한 공통점들이 많아서일지 모르겠다. 


성격도 경력도 배경도 완전히 다른 우리가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운명처럼 우연처럼 한 자리에 모이게 되었다는 것. 잔잔한 일상에서 새로운 일이 시작된다는 설렘과, 같은 꿈을 꾸는 든든한 동지들을 만난 반가움, 어쩌면 우리가 세상을 조금 바꾸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명감 같은 것들이 한 데 뒤섞여 구름처럼 우리를 감싸고 있었다. 




이렇게 멋진 지원자들은 어떻게 모았을까? 보러가기

https://brunch.co.kr/@pimfyviru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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