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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칙이 있다.

유미의 세포들 444화 과거를 보는 여자 미래를 보는 남자

by 영감핀 pin insight

그리고 그 원칙을 깨부술 때 행복함을 느끼지.


이 문장은 유미의 세포들에 등장하는 신순록이라는 캐릭터를 가장 잘 보여준다. 원본은 다음과 같다.


다른 한가지 원칙은 유미의 세포들에서 확인해보세요!


원칙이란 단어가 너무 딱딱하니 루틴으로 빗대어 본다. 루틴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하는 것이다. 의욕이 없을 때도, 엄청난 영감을 떠올리지 못했거나 인사이트를 발견하지 못했을 때도 일단 하는 것이다. 영감이나 인사이트가 매일 같이 있긴 없는 노릇이니 루틴이 있어 다행이라고 할까나.


이처럼 같은 일을 반복하는 건 숭고하지만 같은 방식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원칙도 한낱 도구일 뿐이다. 도구는 상황과 용도에 맞게 바꿔 쓸 수 있어야 한다. 원칙을 지키는 삶이 너무 안정적이어서 취해 있으면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게 된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에 나오는 주인공이 딱 그렇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서 지어보였던 표정이 그리 슬퍼 보였을 것이다.


지금 내게도 '매주 목요일마다 글쓰기'란 원칙이 있다. 원칙을 지키려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꼽은 문장에 대해 쓸만한 내용은 떠오르지 않았다. 유난히 머리가 안 굴러가는 날인지 글도 파편적이고 정리되지 않았다. 이렇게 시간만 보내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럴 땐 순록이처럼 원칙을 깨부수고 일탈을 즐기는 게 더 낫다. 그래서 과감히 글을 쓰다 말고 친구와 드라이브 겸 쇼핑하러 나가본다.


p.s. 확실히 가끔씩 이렇게 환기를 시켜줘야 숨통이 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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