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맛보는 봄 한 점
할아버지의 밤산, 벚꽃이 질 무렵부터 시작된 고사리 수확은 초여름에 끝난다. 고사리 수확을 하러 올 때마다 밤산 입구에 심겨진 두릅 나무에서 두릅을 툭툭 꺾어와 먹었다. 해가 길어지고 봄비가 두어차례 굵게 내리면 두릅이 자라는 속도도 점점 빨라진다. 두릅을 먹어치우는 속도가 자라나는 속도에 따라 잡히면 계절의 문턱에 닿은 것이다. 어느새 훌쩍 자라 활짝 펴버린 두릅도 많았다.
그나마 덜 핀 것과 옆순들을 땄다. 발 아래, 무릎 가까이에는 훅 자란 산달래가 보였다.
산달래는 된장을 끓이고, 두릅은 반죽을 가볍게 해서 튀겼다. 한 입 베어물자 두툼한 두릅이 입 안을 가득 채웠다. 바삭한 튀김옷 너머로 두릅향이 느껴졌다. 봄과 여름 그 사이에서 만나는 봄 한 점이었다.
시간은 끝없는 저편으로 흘러가는 존재지만
순환하는 계절을 통해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자연이란 어쩌면 이토록 멋진 배려로 감동을 주는 걸까.
일 년에 한 번, 아쉬움을 남기고 지나가는데
이 세상에서 몇 번이나 다시 만날 수 있을지,
그 횟수를 헤아리는 것만큼
인간의 일생이 얼마나 짧은지 깨닫게 되는 일도 없는 것 같다.
호시노 미치오, <여행하는 나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