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공간 브랜딩을 위한 조건
PINCH.POINT
도시 곳곳에서,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팝업 공간이 열리고 있다.
사람들은 줄을 서서 들어가고, 굿즈를 챙기고, 사진을 남겨 SNS에 올린다. 하지만 그 순간이 지나면 기억은 쉽게 사라진다. 한때는 신선했던 방식이 이제는 식상해졌다. 브랜드마다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팝업과 이벤트 속에서, 소비자는 점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오프라인 공간은 어떤 가치를 만들어야 할까?
사람들은 지겨워한다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팝업을 찾는다.
브랜드만이 아니라 OTT 콘텐츠(오징어게임, 기묘한 이야기, 폭군의 셰프..), 인플루언서, 크리에이터 개인 브랜드까지 팝업을 연다. 이제는 팝업 일정을 알려주는 앱까지 생겼을 정도다. 예전엔 ‘맛집·전시’를 검색했다면, 요즘은 ‘팝업’을 찾아 떠난다.
행태 자체가 바뀐 것이다.
브랜드든 콘텐츠든, 구분 없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넘나들며 소비하는 시대.
그래서 팝업은 지겨우면서도 여전히 필요하다. 다만, 이제는 그 목적과 메시지가 더 분명해야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pR-RJtdCiUI
최근 오픈한 젠틀몬스터의 하우스 노웨어 서울은 판매보다는 경험에 확실하게 집중했다.
공간 전체가 브랜드 세계관을 설명하기 위한 무대로 설계된 것이다. 문제는 “이 공간이 언제까지 새롭게 느껴질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지만, 확실하게 브랜드 세계관을 각인시키고, 고객에게 브랜드 경험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성공한 플래그십 스토어라고 생각한다.
특히, 공간과 제품에 애정을 듬뿍 가지고 있는 듯한 직원들의 태도가 감동스럽다. 판매 실적에 연연하거나, 일시적으로 고용된 알바의 느낌이 아닌, 진심으로 브랜드의 팬인 듯한 응대 태도. 고객이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적절한 거리에서 지켜보다가 필요할 때는 친절하면서도 고객의 감정에 공감하는 듯했다. 특별히 정해진 복장은 없지만 자유로운 듯, 공간의 무드에 어울리는 의상 또한 어떻게 컨트롤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팝업 공간이든 플래그십 스토어든, 결국 중요한 건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할 것인가다.
시몬스 침대와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시몬스 그로서리를 오픈하면서, 고객에 전달하고자 했던 것은 아마도 "라이프스타일에 위트와 새로움을 전하는 문화적 브랜드"일 것이다. 침대 브랜드가 감각적인 공간을 디자인하고, 굿즈를 만들어 판매하고, 지역과 연결하는 전시와 협업을 이어나가는 이유는 결국 하나의 메시지로부터 파생된다.
그리고 방문한 고객이 어떤 행동을 하도록 유도할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그 공간은 수많은 팝업 중 하나로 잊히거나, 망한 플래그십의 사례로 남게 된다.
시몬스는 단순히 보여주는 공간을 만들기보다는, 고객의 일상 깊이 침투하는 굿즈를 만들어 판매한다. 컨셉에 맞는 일상 속 소품을 만들어 고객의 마음에 강력하게 자리 잡는다. SNS에 공간 사진을 찍어 공유하는 것은 후순위다. 명확하게 고객의 어떤 행동을 예상하는가, 그리고 어떤 지점을 브랜드 공간의 성공 기준으로 잡을 것인가를 사전에 기획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야심 차게 오픈한 삼성 강남이 많은 돈을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실패작이라는 말을 듣는 이유가 바로 이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판매를 위한 매장인가, 경험을 위한 매장인가, 경험을 위한 매장이라면 어떤 경험을,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가? 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내려진 이후에, 공간 구현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
성공적인 공간 브랜딩을 위한 핵심 질문
1. 팝업/플래그십 공간을 통해 브랜드가 고객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2. 방문한 고객이 어떤 행동을 하도록 유도할 것인가?
문화 플랫폼과 연결하든, 로컬리티를 강화하든, 지속가능성을 보여주든 방법은 무수히 많다.
하지만 명확히 메시지가 정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간 구현에 포커스를 두고 실행하게 되면 고객에게는 아무런 감동도, 의미도 주지 못한다.
1. 공간은 예쁘고 힙한 무드보드가 아니라, 심도 깊은 브랜드 기획의 결과물이어야 한다.
2. 바이럴의 지표는 변했다. 얼마나 퍼졌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퍼졌는지. 그리고 실제로 사람들이 그 공간을 좋아하고, 다시 찾고, 브랜드의 충성 고객이 되는지가 중요하다.
한국은 현재 세계 그 어떤 나라보다 발 빠른 트렌드의 중심에 있다. 좋은 아이디어와 좋은 감각, 그리고 빠른 실행력으로 글로벌 시장을 리드한다. 실제로 팝업이나 플래그십의 사례를 찾다 보면 이제는 한국 만한 곳이 없을 정도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려스러운 것은, 트렌드를 쫓다 보니 스타일링과 감각만 따라 하고 정작 알맹이는 없는 경우가 있다.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깊이 있게 고민하고, 핵심이 되는 메시지를 설정하는 일이 중요하다.
PINCH.POINT
공간에 집중하기보다, 브랜드 메시지에 집중하는 것
오프라인 공간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브랜드가 믿는 가치를 살아 숨 쉬게 만드는 무대다.
팝업이든 플래그십이든, 핵심은 “이 공간이 어떤 세계를 경험하게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공간이 아니라, 더 제대로 된 공간 브랜딩의 기획이다.
PINCH. Director S
Director S는 냉정한 분석과 섬세한 감각으로 변화의 흐름 속 기회를 포착하고,
아이디어를 실행력 있는 전략으로 체계화하는 로드맵 메이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