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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뷰티가 '진짜 마음'을 돌보기 시작했다

센서스케이핑에서 정신피부학까지, 뷰티업계의 진화된 약속

by PINCH

PINCH.POINT

새벽 6시, 세안을 하며 오늘 하루를 준비한다. 크림을 바르는 손끝의 움직임이 느려진다.
라벤더 향이 코끝을 스치는 순간, 기분 좋은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듯 하다.


2022년 겨울, "Mindful Beauty, Mindful Ritual"의 슬로건을 앞세웠던 브랜드 마예트(MAYET) 팝업에서 명상 수업을 진행했을 때의 일이다.(아, 참고로 Director K.의 부캐는 명상지도강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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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MAYET 명상 프로그램

뷰티 제품과 명상을 함께 한다는 아이디어가 당시만 해도 꽤 낯설었다. 그런데 참가자들의 반응은 놀라웠다.

세안을 하는 시간이 이렇게 평온할 수 있다니?


그때는 몰랐다.

이 조용한 순간이, 뷰티 업계 전체가 향하던 지점의 시작이었다는 걸.




뷰티의 새로운 기능: 감정 관리


2026년, 뷰티브랜드들이 내놓는 '기능'의 정의가 완전히 달라졌다.

과거: "이 크림으로 얼마나 탱탱해질까?"

지금: "이 제품으로 얼마나 평온해질까?"


마인드풀 뷰티(Mindful Beauty)가 공식적으로 뷰티 업계의 핵심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화해의 '2026 뷰티 트렌드 리포트'는 감정 관리, 마음의 안정, 자기돌봄을 대표 키워드로 제시했고, 글로벌 ODM 인터코스 역시 정신적 웰빙 기반의 뷰티 솔루션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제 스킨케어 루틴은 단순한 미용이 아니다. 하루를 시작하는 명상이고, 스트레스를 내려놓는 의식이다.




팬데믹이 바꾼 것: 뷰티 루틴의 전환점


이미 먼 과거처럼 느껴지지만, 팬데믹은 우리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놨다. 그때 우리에게 정말 필요했던 건 무엇이었을까?


완벽한 메이크업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불안정한 마음을 달래고, 일상의 리듬을 되찾고,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작은 리추얼(ritual)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비로소 '의식'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세안은 '씻는 시간'에서 '내려놓는 의식'으로 바뀌었고, 크림을 바르는 순간은 '관리'가 아니라 '돌봄'이 되었다. 뷰티의 역할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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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루틴의 순간을 하나하나 조명했던 팬데믹 당시 브랜드들 (image: pinterest)


팬데믹 동안 뷰티 브랜드들의 극적인 변화를 보면 알 수 있다:

귀네스 팰트로의 Goop은 불안 감소에 대한 콘텐츠가 734% 급증한 것을 발견, 인스타그램을 통해 전문가들이 불안과 명상에 대해 답하는 'Community Office Hours' 시리즈를 도입.

브라질의 Natura는 2018년 런칭한 명상 앱을 팬데믹 기간 동안 적극 홍보.

Wander Beauty와 Indie Lee 같은 인디 브랜드들은 메이크업 튜토리얼을 멈추고 명상과 불안 감소 팁으로 콘텐츠를 전환.


브랜드들이 먼저 알았던 것이다.

사람들이 정말 원하는 건 '아름다워지는 법'이 아니라 '마음을 돌보는 법'이라는 것을.




센서스케이핑(Sensescaping), '감각'으로 말하는 브랜드들


최근 뷰티 브랜드들의 변화를 살펴보면 흥미롭다. '효과'에서 '경험'으로, 그 중심이 완전히 이동하고 있다.


질감의 의미가 달라졌다

크림의 부드러운 감촉, 세럼이 스며들 때의 촉촉함, 클렌징폼의 미끄러운 텍스처. 이제 브랜드들은 제품의 기능성만큼이나 사용 순간의 감각적 경험에 공을 들인다.

Laneige의 Cream Skin처럼, 바르는 순간의 촉감 자체가 제품의 정체성이 된 케이스


향기가 치료 도구가 되었다

라벤더의 진정 효과, 유칼립투스의 상쾌함, 베르가못의 안정감. 아로마테라피의 원리가 뷰티 제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다. 단순히 좋은 냄새가 아니라, 기분을 조율하는 개인적인 웰니스 도구로서의 향기.

Aesop의 제라늄 리프 바디 클렌저처럼, 씻는 시간을 명상으로 만드는 향기


색감마저 감정을 움직인다

흰색 패키지가 주는 치유의 느낌, 라벤더 파스텔이 불러일으키는 평온함. 제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들을 브랜드들이 의도적으로 설계하고 있다.

Glossier의 밀키 핑크 패키지처럼, 보기만 해도 안정되는 색감


이것이 바로 센서스케이핑(Sensescaping)/감각 마케팅(sensory-marketing) 트렌드다. 향기, 질감, 색감이 뷰티 의식을 마음챙김의 순간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GenZ가 진짜와 가짜 마인드풀 뷰티를 구분하는 법


'마음챙김'이 새로운 마케팅 키워드가 되면서 부작용도 생겼다. 억지로 갖다 붙인 '힐링' 콘셉트들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온갖 젠(Zen)한 톤앤매너의 이미지로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 분위기를 내는 브랜드들이 한가득이다.


라벤더 파스텔 패키지에 감성적인 캘리그라피 폰트, 그리고 "나를 위한 시간"이라는 뻔한 카피. 겉은 그럴듯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불안을 팔아 제품을 파는' 구조.


하지만 GenZ는 그중에서 진짜 진정성을 찾아낸다.

이들에게 중요한 건 '예쁜 감성'이 아니다. 실제로 도움이 되는가, 나를 이해하는가, 진짜인가다.


그렇다면 이 '진정성'은 어떻게 브랜드로 구현될까?
요즘 주목받고 있는 뷰티 브랜드, 'Selfmade'를 통해 그 방법을 엿보자.




Selfmade: 개인의 위기에서 시작된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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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fmade Beauty(image: Selfmade)


창립자 스테파니 리(Stephanie Lee)는 메이크업 브랜드 MAC에서 일하며 정신건강 위기를 겪었다. 피부는 망가지고, 머리카락이 빠지고, 어떤 제품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세포라도 가보고, 피부과도 갔지만 아무것도 도움이 안 됐어요.
신경계가 진정될 때까지요.


당시 뷰티 업계는 여성의 불안감을 파고들어 제품을 팔고 있었다. 창의적인 일은 좋아했지만, 그 공간이 정서적 깊이나 시스템 변화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그녀는 치료를 시작했고, 여행을 떠났고, 전혀 다른 방식으로 뷰티를 재정의하기로 했다.


제품 이름부터 다르다:

Secure Attachment Comfort Serum (안정 애착 컴포트 세럼)

Self-Discourse Intimacy Serum (자기 대화 친밀감 세럼)

True Grit Resilience Scrub (진정한 회복력 스크럽)

Corrective Experience Comfort Cream (교정적 경험 컴포트 크림)


각 제품은 심리학의 행동 개념과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Secure Attachment'는 애착 유형을 탐구하며 "나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이 실제로 어떤 모습일까?"를 질문한다.


예쁜 라벤더 톤의 패키지도, 감성적인 캘리그라피 폰트도 없다. 대신 제품 뒷면에는 일반적인 성분 목록과 함께 질문들이 적혀 있다. 이 질문들은 사용자들에게 건강한 애착을 기르고 안전한 경계를 설정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가르친다.


Screenshot 2025-09-28 at 2.23.22 PM.png "우리의 피부는 마음의 진실을 말해줘요" (image: Selfmade Main Page)
"Selfmade는 정신피부학을 우리 감정 세계를 들여다보는 창으로 삼고 있어요. 우리는 피부라는 지표를 통해 감정 세계를 탐구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에서 더 깊이 자신을 돌보는 방법을 실천합니다."

- Stephanie Lee, CEO of Selfmade




Gen Z가 느끼는 진정성의 포인트


Selfmade가 보여주는 모든 레이어는 행동적, 사회적, 정서적 웰빙에 기반하고 있다. BIPOC(흑인, 원주민, 유색인종) 정신건강 전문가들과 함께 모든 제품을 개발하며, 제품 출시마다 정신건강 딥다이브(deep-dive) 세션을 진행한다. 팀원부터 파트너, 주니어 자문위원까지 모두 참석해 이렇게 묻는다:

이 제품 콘셉트가 왜 중요한가?

BIPOC에게 어떻게 중요한가?

GenZ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GenZ는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는 도구를 전혀 배우지 못했다. 그들은 실제로 자신을 더 나아지게 할 방법을 찾고 있고, 기꺼이 실험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zen한 톤앤매너로 포장된 '가짜 힐링'과 진짜 도움이 되는 '진정성' 사이를 정확히 구분해낸다.




"느끼면 아름다워진다" - 역발상의 철학


"뷰티 업계는 '좋아 보이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하죠. 그건 너무 외적 동기에 기반한 거예요.

정신건강 관점에서 보면 정반대입니다. 기분이 좋으면, 아름다워 보이고, 다른 사람이 뭐라고 생각하든 신경 쓰지 않게 돼요. 그게 엄청나게 강력한 거죠."

— Stephanie Lee


이것이 진짜 '마인드풀 뷰티'가 아닐까.

제품 개발부터 브랜딩, 커뮤니케이션까지 모든 접점이 하나의 일관된 철학, 즉 고객의 지속가능한 정서적 건강으로 조율된 것.

예쁜 감성으로부터 얻은 잠시의 기분전환이 아니라, 실제로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작동하는 구조.

마케팅 요소보다는, 진심.


"우리는 '무엇이 아름다운가'의 정의를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으로 바꾸고 있어요.
감정으로서의 아름다움이 사람들에게 살아 숨 쉬는 걸 보는 건 정말 멋진 일이에요."

— Stephanie Lee


GenZ는 이미 알고 있다. 진짜와 가짜의 차이를.




2026년, 뷰티의 새로운 약속


2026년 뷰티의 중심이 '마음'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다. 맥킨지의 4년째 웰니스 연구에서도 젊은 소비자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웰니스를 개념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사람들이 진짜로 원하는 것, 정말 필요한 것에 대한 반응이다.


2026년, 뷰티 브랜드들이 맺는 새로운 약속은 이것이다:

"우리는 당신을 예쁘게 만들기 전에, 먼저 당신의 마음을 돌보겠습니다."

화려한 마케팅이 아니라 진짜 도움이 되는 경험을.

효과만 좋은 제품이 아니라, 사용하는 과정 그 자체가 치유가 되는 제품을.


그리고 그들이 위의 약속을 맺기 전에 꼭 기억해야 할 것 — 그 약속을 지키는 브랜드만이 살아남는다는 것.


PINCH. Director K

Director K는 유연한 사고와 깊은 공감력으로 사람과 브랜드 사이의 미묘한 접점을 포착하고,
그 본질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스토리텔러입니다.


주요 출처:

McKinsey Future of Wellness Trends Survey 2025

화해 2026 뷰티 트렌드 리포트

Intercos Global ODM Wellness Trend Forecast

DSM-Firmenich Mindful Beauty Strategic Report

Glossy - "Indie beauty brands leverage mental health content amid coronavirus pandemic" (2020)

Beauty Packaging - "9 Post-Pandemic Wellness & Beauty Trends" (2021)

Tribe Dynamics - "Beauty and Wellness: How Brands Are Crossing Into Wellness" (2020)

VML Intelligence - Stephanie Lee, founder and CEO of Selfmade interview

Healthline - "Beauty Brand Selfmade Mixes Mental Health and Skin Care" (2022)

S Magazine - "Selfmade Is the First Emotionally Intelligent Personal Care Brand" (2023)

Kingscrowd - "Emotional Well-being Meets Skincare: Stephanie Lee's Innovative Approach with Selfmade" (2023)

Global Cosmetic Industry - "Selfmade Rides the Psychodermatology Wave to Emotionally Intelligent Skin Care"

Fashionista - "Selfmade: A Skin-Care Brand Reaching Gen Z Through 'Psychodermatology'" (2025)

Mintel Global Beauty and Personal Care Trends 2025

Croda Beauty - "How the wellness trend is impacting beauty formulation"

Cosmetics Design Europe - "Beauty wellness highly relevant during COVID-1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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