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갓집에서 만든 브랜드는 뭐가 다를까
PINCH.POINT
이중에 시름없으니 어부의 생애로다
일엽편주를 만경창파에 띄워 두고
인간세상 다 잊었으니 세월 가는 줄 알리오
- 어부가, 농암 이현보
한 일(一), 잎 엽(葉), 작을 편(扁), 배 주(舟).
작은 잎사귀 같은 배 한 척이 햇빛에 찬란하게 부서지는 물결 위에 두둥실 떠 있고,
살랑거리는 바람을 맞으며 벗과 나누는 한 잔의 술.
생각만 해도 여유와 풍류가 일엽편주라는 이름에 짙게 배어있다.
Be a Poet! (@ricewinery)
살아가기 힘들 때, 잠시라도 농암 선생의 풍류를 느끼며 위로를 받을 수 있도록.
매 게시물의 하단에 붙이는 시인이 되라는 구절처럼, 일엽편주를 빚는 마음에는 전통의 계승과 자연과의 조화,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무언가가 들어있다.
http://www.ellyeoppyunjoo.com/about
낙동강 상류 청량산 자락, 조선 전기 문인이자 학자인 농암 이현보(467~1555)의 정신이 깃든 농암 종택이 있다.
이곳에서 6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의 자손에서 자손으로, 이어져 내려온 술이 바로 일엽편주다.
집안의 경사, 제사 등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마다 빚어 올리던 술, 그 집에 초대되지 않으면 맛보기 힘든 가문의 술이다.
대대로 이어져온 종갓집의 레시피가 17대 종부의 손에 의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단순히 한 집안의 전통주를 넘어, 조선 선비 문화와 풍류의 정신을 오늘날까지 잇는 상징적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이 '가문의 서사'가 일엽편주 브랜드 스토리의 근본적인 힘이다.
이 술은 숙성과 계절의 흐름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오늘 마신 맛과 내일의 맛이 같지 않고, 온도와 공기, 보관 방식에 따라 향과 결이 변한다.
시간은 단순히 흐르는 것이 아니라, 술의 개성과 풍미를 더해주는 또 하나의 재료가 된다. 브랜드는 이 ‘시간의 맛’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며, 소비자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계절과 시간을 생각하게 하는 이런 언어들은, 술을 사고 병의 뚜껑을 벗길 때부터 현재를 오롯이 느끼게 되는 하나의 감각적 트리거가 된다.
언제나 새로운 술을 마시듯, 오늘의 술, 어제의 술을 감각하고 기억하게 한다.
깨끗한 물, 맑은 공기, 좋은 쌀.
일엽편주는 그 자체만으로 술이 될 수 있는 최소한의 재료만을 사용한다. 인위적 개입보다는 자연 발효를 존중하며, 순수한 재료가 만들어내는 본연의 향을 담아낸다. 자연과 함께 빚어낸다는 진정성이 이 브랜드의 가장 큰 차별점이다.
자연의 재료를 사용해 전통 방식으로 꼬박 100일이 걸려 완성된 술은 두 개의 층으로 분리되는데,
맑은술은 청주, 바닥에 가라앉은 술은 탁주가 된다. 그리고 이 술을 증류해 맑게 내린 술이 소주이다.
자연이 준 재료의 기쁨을 자연 속에서 만끽하는, 이 술은 꼭 저렇게 자연 속에서 마시고픈 술이다.
브랜드의 차별점과 스토리를 가문, 시간, 자연이라는 세 가지 포인트로 풀어냈다면, 이제는 브랜드를 표현하고 가꾸어 나가는 방식에서도 배울 점이 있다.
일엽편주는 단순히 전통을 보존하는 술이 아니라, 그것을 오늘의 언어로 번역하고, 자신과 철학이 맞는 곳에서만 어울리며, 작은 디테일까지도 진정성을 담아낸다. 그 태도는 브랜드가 어떻게 스스로를 지켜내고, 또 어떻게 사람들에게 울림을 남길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종가에서 전해진 술은 단순히 오래됨으로 빛나지 않는다. 퇴계 이황의 글씨를 새긴 한지 라벨, 전통의 공간을 현재의 언어로 풀어내는 방식이 전통을 지금 여기에 살아 있게 만든다. 술 한 병이 과거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이야기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브랜드는 힘을 얻는다.
일일이 손으로 찍어내며 정성을 담아 제작한 레이블은 그 자체로 기품이 있다. 술을 정성스럽게 손으로 만들듯, 병에 입히는 레이블을 하나하나 손으로 만들고 붙이는 과정 자체가 브랜드의 살아있는 숨결을 소비자가 직접 느낄 수 있게 한다.
일엽편주는 아무 데서나 만날 수 없다.
한국 전통 요리를 창의적으로 계승하는 레스토랑, 정성을 다해 수제 초콜릿을 만드는 브랜드 등 철학이 맞는 곳과 협업한다.
같은 철학을 공유하는 곳에서만 잔을 올리며, 그 울림은 배가된다.
"이건 안동의 600년 된 종갓집에서 내려오는 비법으로 빚은 술인데, 아무 데서나 맛보기 힘든 술이에요. 그 브랜드가 가진 철학에 맞는 곳에만 납품합니다. 구하기 힘든 귀한 술이에요."
일엽편주를 처음 맛본 여의도의 한 레스토랑에서 술을 소개하면서 해준 말이다. 이 부분이 아직도 인상이 깊다. 자고로 브랜드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브랜드의 철학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을 찾아보니, 몇 해 전부터 수제 초콜릿을 만드는 '아도르'라는 곳에서 가을, 추석마다 콜라보 제품을 내놓는데, 그 형태와 미감이 일엽편주 브랜드와 너무나 잘 어우러진다.
당장의 눈앞에 놓인 수익보다는 조금은 느릴지라도 브랜드 가치를 지켜나가려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
기억에 남는 브랜드, 풍류를 전하는 술
술의 가치는 단순히 취하는 데 있지 않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함께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며, 농암 선생처럼 삶의 풍류와 여유를 즐기는 데 있다.
일엽편주는 종가의 비법과 현대의 감각이 만나, 한 잔 속에 세월과 자연,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담아낸다.
브랜드는 크고 화려한 전략이 아니라, 전통을 어떻게 잇고, 어떤 철학을 가진 이들과 함께하며, 얼마나 작은 디테일까지 진정성을 담아내는가에서 힘을 발휘한다.
600년의 풍류가 담긴 한 잔, 그 술은 오늘도 새로운 울림으로 기억된다.
PINCH.POINT
브랜드를 만들다 보면, 단기적인 이익에 급급하게 될 때가 있다. 그러나 반드시 잃지 않아야 하는 것은, 처음 브랜드를 세울 때의 철학이다.
조금 느리더라도, 자신만의 철학과 방향성을 지켜내는 브랜드만이 오래도록 고객의 기억 속에 남는다.
일엽편주는 그 사실을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증명해 보이고 있다.
PINCH. Director S
Director S는 냉정한 분석과 섬세한 감각으로 변화의 흐름 속 기회를 포착하고,
아이디어를 실행력 있는 전략으로 체계화하는 로드맵 메이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