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래서, 어떻게 불러드리면 될까요?

수요 없는 공급 브랜딩 vol.1 - 카페 영앤아

by PINCH

PINCH.POINT

내 손으로 만들어낸 브랜드일수록, 대중의 눈을 빌려 냉철하게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사실 우리 모두 안다.
내가 만든 것에 대한 애정이 클수록, 고객이 정말 원하는 게 뭔지 놓치기 쉽다는 걸.

"다 좋은데 뭔가 아쉬워"라는 막연한 느낌이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 현실적인 답답함으로 바뀌는 순간들 말이다.


브랜딩하는 사람에게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배울거리, 혹은 기획거리가 된다.

마침 최근 동네를 산책하다가 후자에 해당하는 매장 하나를 발견했다.


보자마자 '기획거리'라고 직감한 이유는 간단했다. 간판을 보고도 이 매장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는, 그 모호함 때문이었다.

이렇게 모호한 곳은 십중팔구 다른 브랜딩 요소들 역시 모호하기 일쑤다.


맞다, 브랜딩 기획의 출발점은 언제나 ‘모호한 아이덴티티’다.


아무도, 심지어 이 매장의 사장님도 부탁하지 않았지만 기획자의 의식의 흐름을 소개할겸, 수요 없는 공급을 한번 시전해본다.




기획거리 1. 모호한 브랜드 이름(Brand Naming)


저기 가볼까? 저기... 그 뭐냐...
멀리서 보이는 '저 매장'

당신은 멀리서 이 매장을 본다면, 어떻게 부를 것인가?


카페라고 불러야할지, 펍이라고 불러야할지, 와인바라고 불러야할지, 아니면 크게 써있는 ‘커피 비어 와인’이라고 불러야할지도 모르겠는 이 곳은 사실, 이 주변을 산책할 때마다 마주쳤던 매장이었다.

와인 러버인 내가 한번쯤 갈만도 하지만, 그저 멀리서 "오, 저기 와인도 파나봐" 정도의 관심을 끄는 곳이었던게 분명하다.


때마침 최근 바로 옆 가게를 방문하게 되면서 가까이 마주하게 된 이곳(아.. 뭐든 얼른 정의내리고 싶다.)


'이 매장' 전면

드디어! 간판에 크게 써있는 ‘커피 비어 와인’ 하단 아래, 이 매장을 명쾌하게 불러줄 이름이 작게 쓰여져 있는걸 볼 수 있었다.


"CAFE : YA (영앤아)"


OK, 그래도 하나 정도는 궁금증이 풀렸다.

이곳은 펍도, 바도 아닌, 카페다.


그치만 뭐라고 검색하면 나오지?

'카페야? 영앤아? 카페 영앤아?'


나는 여전히 저 이름을 보고도 이 카페를 어떻게 불러야할지 직관적으로 와닿지를 않는다.



고객이 검색할 때조차 헷갈린다면, 입소문은 더더욱 기대하기 어렵다.
"어디 좋은 카페 없나?" 했을 때 바로 떠오르지 않는 이름은 결국 선택받지 못한다.


기획거리 2. 모호한 비주얼 아이덴티티(Visual Identity)


나는 조금 더 가까이 매장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zuVM4Qtd-xk6ZOlxCF0J10gWf-Y.png


간판과 로고, 그리고 배너에 일관적으로 네이비 색을 중심으로 컬러플레이를 한 것 같았다. 프라이머리 컬러(Primary Color or Key Color)가 네이비인가보다.


다만 매장 유리에는 Y와 A를 노란색으로 강조한 로고플레이(Young & Aㅏ)도 보였는데, 노란색은 아무래도 세컨 포인트 컬러(Second Point Color)겠지. 유리 위에 네이비 컬러는 눈에 띄지 않을테니까.


우측 기둥에 그려진 또 다른 로고에는 남자와 여자 일러스트레이션이 보인다.

(아, 영앤아! 예를 들자면, 한'영'이와 현'아'의 카페... 이렇게 사장님 두 분의 이름의 조합은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간판, 배너, 기둥, 유리창 곳곳에 심어놓은 비주얼 아이덴티티 요소들이 자유분방하게 적용이 된 것을 볼 수 있었다.(네이비 컬러만 제외하고는)


기획거리 3. 모호한 브랜드 포지셔닝(Brand Positioning)


유리창에 나열되어 있는 메뉴를 읊어본다.

커피, 라떼, 핸드드립, 원두, 하몽, 피자, 스무디, 수제맥주, 맥주..


뒤를 돌아보니, 이들의 자랑거리를 한가득 볼 수 있었다.

간판에 크게 써놓은 세 가지 커피, 맥주, 와인을 한곳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강점이라고 마케팅하고 있다. 옆에 배너에는 피자와 떡볶이를 내세우며 음식이 맛있다고 하고, 달고나 라떼를 내세우며 커피도 맛있다고 외친다.


최근 유럽여행을 다녀오니 아주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여기 사장님들은 커피도 팔고, 맥주도 팔고, 와인도 팔고, 하몽도 팔고, 피자, 또띠야, 크로와상 등등 모두 파는 그런 유러피안의 카페를 꿈꾼 것이 아니었을까.


e54a808df17663b91e9cdac691c4050d.jpg 출처: Marcus Nilsson

유럽에선 흔한 그런 업종은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아직 대중의 머릿속에 정의 지어지지 않았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카페, 펍, 바는 다음과 같은 공간이다:

카페는 커피 전문점 + 수다공간

펍은 맥주 + 튀김음식 + 스포츠 채널

바는 와인+칵테일+이탈리안 스타일의 음식


한번 생각해보자.


서로가 같은 상태(status)에 있어야 마음이 편한 한국인들에게는 "카페가자!" 했을 때의 바이브와 "맥주 한잔 콜?" 했을 때의 바이브는 각자의 맥락(subtext)이 현저히 다르다. (물론 서로가 마시고싶은거 존중하는 세대가 분명 오고 있고 올 것이라고 믿으며, 외국생활을 오래한 나에게는 개인적으로 제발 그 경계가 얼른 무너지기를 바란다.)


이 카페는 대한민국 경기도 수원시 광교 신도시에 위치해있다.


세련된(?) 광교 주민들이 많다고 하더라도, 지갑을 여는 보통의 한국인 소비자들은 그 경계들이 아직까지는 뚜렷하다. 그래도 그나마 그 경계를 푸는 업종이 ‘브런치 카페’정도가 아닐까.


그렇다면 차라리 유러피언 스타일의 브런치 카페로 전향을 하던가 해야할텐데, 떡볶이와 달고나 라떼가 추가가 되면서 고객의 머릿 속은 혼란에 휩싸인다. 모든 메뉴가 맛있다는 말처럼 기억에 남는 말은 없다.


물론 사장님의 마음도 이해한다.
"손님들이 다양한 걸 원하니까, 우리도 다양하게 준비해야지."
"커피만으로는 수익이 안 나오니까, 술도 팔고 음식도 팔아야지."

하지만 고객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명확한 이유가 있을 때만 지갑을 연다.

결정적인 순간은 선택의 순간이다.


카페 영앤아는 모든 것을 하려다 아무것도 되지 못한 케이스다.


하지만 이런 고민, 혼자 하기엔 너무 답답하지 않나?

내 브랜드를 객관적으로 보는 일, 고객 입장에서 냉정하게 판단하는 일,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살릴지 결정하는 일.

이 모든 것들이 사실은 외부의 시선이 있어야 가능한 일들이다.
당신의 브랜드도 지금 이런 모호함 속에 있다면, 혼자 끙끙대지 말고 함께 정리해보자.


그 한 끗의 차이가, "우리 매장 이름이 뭐였지?" 에서 "거기로 가자!" 로 바뀌는 차이가 될 테니까.


모호함이 분명함으로 전환되는 순간, 브랜드는 인식되기 시작한다.

P.S.혹시 당신의 브랜드도 고객들이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르고 있다면?

PINCH.와 함께 그 모호함을 걷어내 보자. 결정적인 순간, 결정적인 한 끗을 찾아서.



PINCH. Director K

Director K는 유연한 사고와 깊은 공감력으로 사람과 브랜드 사이의 미묘한 접점을 포착하고,
그 본질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스토리텔러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