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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ne Oct 18. 2019

25. 놀람

그곳에서 6.25는 '북침'이었다.

2006년 나는 한국에 입국했다. 한국에 와서 놀랐던 것은 6.25 전쟁에 대한 한국 사회 일부의 인식이었다. 적지 않은 초, 중, 고등학생들이 6.25 전쟁이 언제, 어떻게 누구에 의해 일어났는지 모른다고 한다. 심지어는 성인들 가운데도 전 세계가 다 인정하고 있는 북한의 침략으로 인한 6.25 남침전쟁에 대해 “북침전쟁”이라고, 한국이 북한을 침략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무리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민주주의 사회라지만 북한 출신인 나로서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고작 20%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거나, 80%는 사실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으니 뭐가 문제인가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에 의한 6.25 남침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의 영역이 아니라 "진실"의 영역이다. 북한을 도와 6.25 전쟁에 직접 가담했던 중국과 북한 정권의 산파이자 6.25 전쟁 시 북한을 직접 도왔던 구소련의 대통령까지 인정한 6.25 남침 사실을 부정하고 심지어는 한국이 6.25 전쟁을 일으켰다고 주장하는 성인이 3.1%나 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처럼 불순한 의도를 갖고 의식적으로 그런 주장을 하거나 세뇌교육을 받은 것이 아니라면 도저히 설명될 수 없는 부분인 것이다.


출처: 기독일보 2019년 조사자료


                                                       출처: 한국 갤럽 2016년 자료


미국이 6.25 전쟁을 일으켰다거나, 중국이 일으켰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잘 모른다고 대답한 성인들이 올해(2019년) 조사에서 17.3%나 된다. 대학 진학률이 OECD 국가 가운데서도 최상위권이고 교육 열하면 알아주는 대한민국 성인의 20% 가까이가 불과 70년 전, 자국이 침략당하고 백수십만 명의 인명피해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당하고, 수백만 이산가족을 산생시킨 6.25 전쟁의 역사적 사실을 모른다는 것을 무슨 말로 변명할 수 있겠는가?

반면 북한에서 6.25 전쟁을 누가 일으켰는가고 설문조사를 지금 한다면 아마 99.99%는 "남조선과 미국이 일으켰다"는 답변이 나올 것이다. 이는 북한 정권의 적반하장 격인 세뇌교육과 알 권리를 박탈당한 북한 주민의 실상을 보여주는 북한 사회의 서글픈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6.25 남침전쟁으로 인해 그토록 큰 피해를 당하고도 침략자인 '북한 정권'을 두둔하는 일부 세력의 행태에 대해서는 개탄을 금할 수 없었다. 이게 다 적화통일 야욕에 젖어 있는 북한에 대한 올바른 교육,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에 대한 교육이 바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들 한다. 역사는 반복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금도 적화통일 야망을 불태우고 있다. 적화통일을 해야만 저들의 체제 안전을 영구히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광복 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선택한 한국은 6.25 전쟁의 잿더미를 뚫고 “한강의 기적”을 이룩해 최빈국에서 남북한의 격차를 역전시키며 화려하게 비상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하고 세계 11위 경제강국, 세계 무역규모 8위국, 20-50 클럽 7번째 가입국,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바라보는 나라가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신생국가들 가운데, 가장 짧은 기간에,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조 수혜국에서 원조공여국으로 탈바꿈했다. 또 전 세계를 휩쓰는 “한류”로 문화 강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5대 국제 스포츠대회를 모두 유치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나라가 되었다. 유엔 사무총장과 세계은행 총재를 배출해 한민족의 위상을 드높였다.

                                                                             출처: 연합뉴스


이처럼 한민족 역사상 가장 빛나는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동족의 나라 대한민국이 북한에는 눈에 든 가시이자 가장 큰 체제 위협이다. 대한민국의 존재 자체가 북한 체제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동족이 이룩한 경제적 발전과 행복하고 풍요로운 생활상이 북한 주민에게 알려지게 되면 북한 체제의 정당성과 당위성은 소멸되고 만다. 왜냐하면 북한의 3대 세습체제가 내세운 구호가 “이밥에 고깃국을 먹고 비단옷에 기와집을 쓰고 살게 해 주겠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자칭 “위대한 수령”들이 3대를 이어가며 70년 넘게 통치했지만 이밥에 고깃국은커녕 21세기에 굶주림에 허덕여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야만 살아갈 수 있는 최빈국이 된 것이 바로 오늘날 북한이 직면한 진실이다. 그래서 북한에 있어서 남한은 공존의 대상이 아니라 타도의 대상이고 북한 체제 유지를 위해서는 없어져야 할 1순위 타깃이다. 그래서 북한 정권은 대남도발과 핵개발에 광분하고 있는 것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김정은 정권의 '비핵화 쇼'에 한가닥 기대를 품었던 것을 나는 똑똑히 목도했다. 나는 만나는 사람, 주위 사람들에게 열심히 설명했다. 김정은 정권은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북한이 주장하는 '조선반도 비핵화'와 국제사회, 미국이 생각하는 '한반도 비핵화'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국제사회와 미국,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한반도 비핵화'는 사실상 '북한 비핵화'다. 왜냐하면 한국에서는 1991년에 미국이 전술핵무기를 철수했고 한국은 핵을 개발한 적도 보유한 적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 정권이 주장하는 '조선반도 비핵화'는 북한의 비핵화뿐만 아니라,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유사시 한반도와 주변 수역, 공중에서의 핵전력 제공을 중단하고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해체까지를 의미한다. 그래야만 역사에 역행하는 3대 세습체제를 유지하고 체제 안전이 보장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들이 개발한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조건들이 충족돼도 북한 정권은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 북한이 지금 미국과 협상을 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풀고 시간을 벌어 파키스탄이나 이스라엘처럼 은근슬쩍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전략이다. 북한은 이미 6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더 이상 핵실험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핵무기 기술을 개발하고 전략 핵투발 수단인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과 SLBM(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도 완성단계에 있다.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접근법은 라미 전술로 시간을 끌다가 결국 핵보유국 지위를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겠다는 술책이다. 그리고 북한 체제 보장을 미국과 국제사회가 어떻게 하는가? 미국과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침공을 안 한다고 약속하고 그 약속을 지킬 수는 있겠지만 루마니아나 동독, 리비아에서처럼 북한에서도 민중봉기가 일어나면 미국과 국제사회가 김정은 정권을 지켜줄 수 있는가? 결국 북한이 주장하는 체제 보장은 구실이고 사실상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소리이다.  

일부 한국 사람들은 통일이 되면 북한이 개발한 핵을 통일한국이 갖게 되기 때문에 통일한국은 핵보유국이 되고 그 어떤 나라도 함부로 할 수 없는 강국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안타까운 생각이다. 핵을 가진 김정은 정권이 세습체제를 포기하고 대한민국이 주도하는 자유민주주의 평화통일을 수용할 수 있을까? 아니면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포기하고 김정은 정권이 주도하는 적화통일을 수용할 수 있을까? 한국이 핵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말이 아니라, 현재의 대한민국도, 북한 정권도 합의 하에 수용할 수 있는 통일방안이 없는데 왜 그런 쓸데없는 말이 나올까? 연방제, 연합제... 말은 그럴 듯 하지만 정말 그 방안들이 합리적인 통일방안이라면 이미 그런 제도가 고안됐을 때 통일이 됐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통일, 반통일의 문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전쟁과 평화의 문제를 말하자는 것도 아니다. 민족, 반민족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다만 왜 한국 국민들 일부는 70년 전, 북한 정권의 침략을 당하고도, 지난 수십 년 간 3천 회가 넘는 대남 무력도발과 테러를 당하고도, 1993년부터 26년 가까이 북한의 '핵 사기'를 목도하고 속혀 왔으면서도 아직도 북한 정권을 그렇게도 모르는 가 하는 점이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 주장을 하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그런 주장을 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사상과 표현의 자유, 생각의 다양성이라는 그럴듯한 외피를 씌워 하는 그런 말장난에 남북한 양 체제를 다 경험해 본 탈북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민족공조', '평화'... 다 좋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북한 정권도 꼭 같이 하는 소리다. 다만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대한 해석이 남과 북이 다르듯이 민족공조와 평화에 대한 해석도 남과 북이 '동상이몽', '아전인수'라는 것이다. 북한이 정말 민족을 그렇게 생각한다면 동족을 침략하는 6.25 전쟁을 일으켜서는 안 됐으며 전후 67년 넘게 그 많은 군사도발과 대남테러를 하지 말았어야 그 말에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었을 것이다.

평화. 평화는 선로만 지켜지지 않는다. 역설적이게도 평화는 강한 힘과 의지에 의해서만 지켜질 수 있다. 6.25남침과 남북 간의 74년 분단사가 그를 증명하고 있다. 12년 넘게 북한군에서 군 복무를 하고, 30년 동안 북한에서 살면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말로 이 글을 갈무리하려 한다. "인민군대의 총창 우(위의 북한식 표현)에 평화가 있다" 이것이 북한 정권의 본심이고, 이런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아직 휴전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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